<성명> 현대차 비정규직 철탑농성 해제에 대한 논평
- 비정규직이 적어질수록 노동자들이 더 건강하게 일할 수 있다.
작년 10월 17일 불법파견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철탑 고공농성에 돌입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의 천의봉, 최병승 두 조합원이 오늘 철탑을 내려왔다. 296일 간의 고공농성으로 인해 두 조합원은 이미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매우 극도로 악화되었고, 최근의 폭염은 철탑 위의 두 노동자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되었다.
우리는 우선 두 노동자들이 무사하게 철탑을 내려오는 것을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고, 그들의 헌신적인 투쟁에 경의를 표한다. 그들의 투쟁은 한국 사회에서 불법파견 비정규직 문제를 의제화하는데 기여했고, 2011년에 이어 다시금 노동자와 시민들이 하나가 되어 희망버스를 만들어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건강 수준이 낮고 사망률도 더 높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보고된 바 있다. 이는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불평등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에 있어서의 불안 때문에 위험과 불건강을 감수하고서라도 노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상대적으로 저임금이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과 높은 노동 강도를 감내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에 비해 위험하고 유해한 작업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된다.
두 노동자들이 철탑에서 내려왔지만, 이것이 현대차 불법파견 투쟁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불법파견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사측의 불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이 나라의 공권력은 그 불법을 바로 잡으려는 희망버스의 정당한 투쟁에 대해서는 어김없이 탄압을 자행했다. 이미 경찰은 1차 희망버스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강성용 수석부지회장을 구속시켰다. 그는 사측 경비 용역이 휘두른 낫에 의해 팔에 심각한 부상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희망버스 참가자에 대한 고소고발, 손해배상 청구, 소환장 남발도 이어지고 있다.
희망버스 진료단으로 참가한 의료진의 전언에 따르면, 현대차 경비 용역들은 사실상 경찰의 묵인 하에 소화기, 물대포, 쇠파이프, 죽창 등으로 무장하고 적극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 그 결과 희망버스 참가자들 중에서 안면부, 후두부 부상자가 속출했고, 무차별하게 뿌려진 소화기 분말이 눈과 피부를 자극해 많은 이들이 각막염, 피부염 증상을 호소하기도 했다.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데다 사측은 기만적인 신규채용이나 폭력적 대응으로만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희망버스를 비롯한 투쟁이 계속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보건의료인들도 더 많은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장을 만들기 위해서 폭염보다 더 뜨거운 분노로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에 함께할 것이다.
2013.8.8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