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복지부에 중국자본 승인신청
505억 들여 성형·피부과 등 계획
보건의료단체 “공공의료 붕괴”
제주도가 국내 처음으로 외국자본의 영리병원 설립 승인을 보건복지부에 신청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공공의료 붕괴 우려 등을 들어 영리병원 도입에 반발해온 보건의료단체들은 의료 영리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마찰이 예상된다.
제주도는 지난 2월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설립하겠다고 신청한 중국계 제주 현지법인인 ㈜시에스시(CSC)가 신청한 사업계획을 보건복지부에 승인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복지부가 제주도에 영리병원 설립을 승인하게 되면, 국내에 처음으로 외국 영리병원이 진출하게 된다. 영리병원은 영리를 목적으로 투자자로부터 자본을 제공받아 병원을 운영하고 수익을 투자자에 돌려주는 형태로 운영된다. 지난해 10월 경제자유구역내 외국 의료기관의 개설 허가 절차 등에 관한 시행규칙이 공포된 상태여서, 외국 영리병원의 국내 진출에 물꼬가 트일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에스시가 제주도에 제출한 투자계획서를 보면, 서귀포시 제주혁신도시 인근에 505억원을 들여 지상 4층, 지하 2층, 48병상 규모의 고급 의료시설을 설립할 계획이다. 시에스시는 중국의 산얼병원이 투자해 2011년 11월22일 제주도에 만든 현지법인이다.
시에스시가 지을 영리병원은 내국인 환자도 진료받을 수 있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시에스시는 설립 초기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 진료과목을 개설할 계획이며, 의사 정원과 내·외국인 의사 비율은 아직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공포된 규칙에는 영리병원의 외국인 의사 비율을 ‘최소 10%’로 규정하고 있고, 우리나라 의사 가운데 외국 의사면허를 가진 사람도 외국인 의사에 포함되도록 하고 있어 사실상 모두 한국인 의사로 채워질 가능성도 있다.
강동호 제주도 보건위생과장은 “제주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오니까 이들을 대상으로 진료할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건의료단체들은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들이려는 계획에 반대 기자회견을 여는 등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채민석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부장은 “그동안 반대 여론 때문에 영리병원들이 국내에 진출하지 못했는데, 이번 제주도에 설립되면 영리병원 진출의 문을 여는 효과가 있다. 개설 예정 진료과목을 볼 때 병원 자체가 치료보다는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리병원 국내 진출 신호탄으로 보이는 만큼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