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는 통합진보당 관련 공안탄압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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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정보원의 통합진보당 관련 공안몰이는 민주주의와 촛불운동에 대한 공격이다.

 

8월 28일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10명에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하여 구속 및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후 국정원이 누출한 것으로 보이는 녹취록으로 공안정국을 조성하는 여론몰이가 계속되었고, 9월 2일에는 내란음모죄로 인한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상정되었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통합진보당 사태로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민주주의적 권리를 무시하는 여러 조치에 대해 반대하며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힌다.

 

첫째 어떤 이유로도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가 침해되어서는 안된다.

민주주의는 언론의 자유,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그 근간으로 한다. 그러나 현재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태의 진행에 있어서는 이러한 민주주의 기본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는 동의할 수 있는 타인의 말과 사상만 허용하는 것이 아니다. 동의할 수 없거나 심지어 도저히 용납하기 힘든 말이나 사상도 용납하는 것이 언론과 사상의 자유이다. 헌법 19조가 규정하듯이 누구나 양심의 자유가 있고 그에 따라 말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다.

현재 통합진보당은 이른바 ‘녹취록’ 내용이 전체적으로 취지가 왜곡되어있고, 농담이 진담처럼 옮겨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이 녹취록이 설령 사실에 근거하거나 사실에 가깝다고 해도 국정원이 주장하는 내란음모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100여 명이 총기와 통신 유류저장소 등을 이야기했다고 해서 실제 내란을 일으킬 수 없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결국 통합진보당 사태는 사상과 말의 자유의 문제다.

이 ‘녹취록’에 표현되어있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러한 정세인식과 대응방식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그러나 동의하기 힘든 말을 했고 그러한 사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들을 처벌해서는 안된다. 남들과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특정 정치와 사상은 법적 처벌대상이 아니라 정치와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비판하고 받는 것이야 말로 민주주의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둘째 불법대선개입을 한 국정원 개혁이 미루어지거나 없는 일로 되어서는 안된다.

500명으로 시작한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 촛불이 불과 몇 주 만에 4만 명으로 불어났다. 그리고 그 기세는 줄기는커녕 더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박근혜 정부와 국정원에게 골칫거리였을 것이다.

이번 통합진보당 내란음모사태는 그 자체가 국정원의 댓글 불법선거개입의 물타기로 기획했던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무려 3년이나 내사를 했다면서 국정원 국정조사가 끝나고 보고서가 채택되어야 하는 날 이 사건을 터뜨린 것은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 명백히 금지되어 있는 국정원의 국내정치개입을 내란음모 감시라는 명목으로 합법화하려는 국가정보원의 시도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70년대 군사독재시대로 후퇴시키려는 것이다.

우리는 국정원의 불법선거개입이야 말로 내란에 준하는 매우 중대한 범법 행위로 판단한다. 박근혜 정부와 국정원은 불법선거개입을 이른바 통합진보당의 내란음모사건으로 물타기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국정원에 대한 발본적인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셋째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이른바 ‘간첩사건’과 ‘내란음모사건’은 사회분위기를 냉각시키고 진보적 사회운동과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역할을 해왔다. 박정희 정부의 끔찍한 사법 살인으로 유명한 1974년 인혁당 사건은 유신 반대투쟁을 탄압하기 위해,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인한 사회적 투쟁을 억누르기 위해 조작되었음이 밝혀졌다. 2008년 최대 100만이 모인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때에도 국정원은 북한 공작원이 군 장교들과 사귀며 정보를 빼내 북한에 건넸다는 ‘여간첩 원정화 사건’을 발표했다.

우리 보건의료인은 지속적으로 대표적인 사상을 심판하는 악법인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해왔다. 국가보안법은 “반국가활동을 규제”한다는 명목 하에 개인의 정치적·사상적 자유를 억누르고, 정부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개인과 단체에 ‘간첩’ 딱지를 씌우는 반민주적 악법이다. 국가보안법이 북한과 상관없이 정부에 반하는 주장을 억압하기 위해 무리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2008년 촛불집회 이후 국가보안법으로 입건되는 사람이 증가하면서도 기소율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것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미스터 국가보안법’이라고 불리는 황교안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하며, 유신독재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다.

 

우리는 통합진보당 사태가 문재인 의원 등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는 등 야당 전체와 사회운동을 공격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이미 목도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명백하고 뚜렷한 근거도 없이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채택되어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박탈되는 것에도 반대한다. 국민들이 뽑은 국회의원이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갖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보통 국민들은 더더욱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가질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시기 국정원의 선거개입뿐만 아니라 이번 공안탄압이야 말로 바로 민주주의의 회복을 바라는 평범한 민중들에 대한 박근혜 정부와 국정원의 ‘내란음모’ 행위이다. 박근혜 정부와 국정원이 공안탄압을 멈추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칠 것이다. 우리는 또한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결연히 맞설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2013.9.4.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