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 발전기본법은 사회공공성을 산업발전의 장애로 보며 모든 것을 산업과 이윤의 창출로만 평가하려하는 ‘기재부독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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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와 교육을 산업으로 보고 기재부가 알아서하겠다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폐기돼야

 

2011년 11월 정부가 발의했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이하 2011년 서비스산업기본법안)은 1) 교육과 의료 등 공공사회정책의 영역을 ‘서비스산업’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사회적 공공성을 파괴하는 법안이며 2) 또한 이러한 공공적 사회정책의 영역인 교육이나 의료등의 분야에 대해 교육부나 복지부 등의 주무부처를 제쳐놓고 기획재정부가 기재부장관이 위원장이 되는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통해 직접 관련부처의 관련 사안이나 법령을 개폐할 수 있는 권한을 사실상 가지게 된다는 점, 3) 따라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공공적 사회정책을 기재부 독단으로 처리하게 된다는 점 때문에 여론의 비판을 받아 결국 18대 국회에서 폐기된 바 있다.

 

그러나 2012년 정부는 문제점을 일부 ‘개선’했다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이하 2012년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을 다시 제출했다. 이 법안에서도 기존에 지적되었던 내용은 실질적으로 변화된 바는 없다.l

 

2. 의료의 공공성을 산업발전의 장애로 여기는 ‘기재부 독재법’

 

첫째 2012년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도 교육과 의료 등 공공적 사회정책의 영역 모두를 실질적으로 포괄하고 있다. 2011년 안에서는 「제2조(적용범위) 이 법은 의료, 교육, 관광‧레저, 정보통신서비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비스산업(이하“서비스산업”이라 한다)에 대하여 적용한다.」고 되어있어 교육 및 의료 등 공공적 사회정책에 해당하는 사안을 서비스산업으로 포괄하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었다. 반면 2012년 안에서는 교육과 의료, 정보통신 등의 명문이 빠진 대신「제2조(정의)…“서비스산업”이란 농림어업이나 제조업 등 재화를 생산하는 산업을 제외한 경제활동에 관계되는 산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업을 말한다」고 되어있어 대통령령으로 위임되어있을 뿐 그 본질적인 측면은 변화된 바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대통령령으로 위임함으로써 교육이나 의료뿐만 아니라 제조업 이외의 모든 분야를 서비스산업으로 포괄하도록 그 범위를 더욱 넓혔다. 또한 이른바 ‘시행령 위임’이라는 ‘행정입법’과 같은 꼼수를 통해 논란을 피해가려고 한다는 점에서 입법부의 권한을 하위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행정부에 넘기려는, ‘3권분립’을 정면으로 어기는 입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현재 기재부가 추진하려다 문제가 되고 있는 법안이나 사안들은 모두 공공적 사회정책분야인 교육이나 의료, 방송·통신 등으로 단지 ‘산업’ 으로는 결코 판단할 수 없는 사안들이다.

대표적으로 의료분야의 영리병원 허용문제, 원격의료문제, 전문자격사선진화문제, 건강관리서비스 기업 허용문제, 교육 분야의 외국인 학교문제, 방송 분야의 종편관련 방송광고문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농림어업과 제조업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결정하는 것은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촉진한다는 이 법안의 취지를 볼 때 사회적으로 논의를 해야 할 법안을 ‘산업’으로만 파악하여 밀어붙이겠다는 것 이상이 아니다.

 

둘째 기재부의 권한 강화도 그 권한이 일부 축소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서비스산업 선진화위원회를 통해 서비스산업기본계획이 정해진다는 점(제 5조 1항). 이 기본계획에 따라 각 부처의 실행계획이 결정되어야 하고(제 6조 1~3항) 각 부처의 기본계획은 정부의 기본계획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제 3조 2항)에서 볼 때 여전히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가 서비스산업으로 규정될 수 있는 모든 사안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행사하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2012년 안에서도 해당부처의 장이 시행계획을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하고 선진화위원회는 개선의견을 통보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세부내용은 또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포괄적으로 위임되어있을 뿐 달라진 바가 없다.

즉, 앞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의 적용범위가 대통령령 뒤로 숨은 것처럼, 여기서도 기재부와 다른 부서의 의견이 충돌할 경우 각 부처가 시행계획을 기재부장관에게 제출하고 선진화위원회가 각 부처에 개선의견을 통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개선의견은 단지 의견이 아니라 각 행정부처의 장이 모여 결정한 위원회라는 점에서 무시할 수 있는 ‘의견’이 아니게 된다. 그리고 이 새로 생기는 상위위원회는 다름 아닌 서비스산업이라는 면만을 고려하는 기재부장관과 선진화위원회가 된다.

 

셋째 선진화위원회의 구성도 지극히 편파적이다. 기재부의 권한이 다른 모든 부처의 권한을 뛰어넘고 있다. 우선 선진화위원회가 민관합동위원회라고는 하지만 이때의 민간위원은 국회가 추천하는 위원이 하나도 없고 각 부처의 장관이 추천하여 기재부장관이 위촉하는 것이다. 공공적 사회정책분야에서 각 부처의 기본계획을 심의 의결하고 각 부처가 정하는 시행계획에 개선의견을 통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무소불위의 위원회가 이러한 행정부처들 간의 추천과 위촉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지금까지 어떤 공적 사회정책분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구성이다. 예를 들어 건강정책심의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 등.

더욱이 그 민간위원은 기재부장관이 최종적으로 위촉을 하게 되어있고 위원회의 장 2인 중 기재부장관이 1인이다. 나머지 1인은 기재부장관의 위촉을 받은 민간위원 중 호선을 하도록 되어있다. 이는 기재부의 권한을 다른 모든 부처에 비해 최우선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전체적으로 2012년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은 2011년과 동일하게 공공적 사회정책분야인 교육과 의료, 문화관광, 방송통신 분야 등을 서비스산업발전이라는 미명하에 공공적 성격의 사회정책을 산업정책으로 축소시켜 공공적 이익, 사회정의와 평등이라는 사회정책이 가져야할 기본적 성격을 파괴하는 제도적 장치다. 또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은 기재부장관에 의해 구성되고 운영되는 서비스산업 선진화위원회의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과 이에 대한 각 부처로의 강제를 통한 법적 기제를 통해 이루어지게 하는 제도다

이는 각 행정부처가 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지를 묻게 만들고 있다. ‘기재부 복지과’와 ‘기재부 교육과’ 또한 ‘기재부 방송통신과’나 ‘기재부 문화관광과’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일 것이다. 각 부처의 고유한 존립 목적을 파괴하는 것은 그 부서의 존립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서가 조성해온 사회적 공론의 장을 그 근저부터 파괴하는 것으로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사회공공성을 산업발전의 장애로 보며 모든 것을 산업과 이윤의 창출로만 평가하려하는 ‘기재부독재법’이라고 부를 수 있다.

현재도 이미 각 부처 협의로 서비스발전 기본계획을 세우고 각 부처의 협조를 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범정부적 협조를 통한 협의체제로도 공공적 사회정책분야의 공공적 성격이 이미 파괴되고 있다. 산업적 성격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서비스산업 선진화 정책이 나은 결과는 이미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이 없는 상태에서도 이미 파괴적이다.

또한 기획과 예산 및 재정을 통한 기재부의 권한은 현재수준으로도 이미 다른 부처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해져 있다. 따라서 이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사회적 공공정책을 서비스산업으로 취급하려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은 폐기되는 것이 마땅하다.

 

 

 

 우석균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발제문 중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