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직결된 영역인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규제 완화라는 명목하에 영리화 정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미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인 병원들이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 자회사를 세워 외국 환자를 유치하고 동시에 경영난을 해소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으며,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힘쓰겠다고도 했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이나 원격의료 허용이 병원과 대기업을 살찌우면서 환자들의 의료비를 크게 올리는 대표적인 의료 민영화 혹은 영리화 정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참고로 세월호 참사로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이에 집중된 지난달 24일에도 복지부는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을 위한 규제 완화 회의를 진행했다.
규제 완화라는 말을 나쁘게 듣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자율적으로 살고 싶은 사람의 특성상 매인다는 느낌을 주는 ‘규제’라는 말을 좋아하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를 맞은 뒤 이듬해 규제개혁위원회를 만들었고, 이후 정부의 각종 규제가 시장의 효율적인 자원 분배 등을 막기 때문에 불필요한 규제를 개혁한다며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일을 해 왔다.
물론 불필요한 정부의 규제는 없애야 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봤듯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제도적 장치를 등한시하고 기업 수익을 더 만들어주기 위한 규제 철폐에 동의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병원이 수익보다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진료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것처럼 병원이 외국 환자를 더 잘 유치하고 돈을 더 많이 벌도록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는 말이다. 이는 현재의 의료법에서 의료법인 병원이 영리 활동을 하지 않도록 규정한 데에서 잘 드러난다. 얼마나 많은 병원들이 외국 환자를 유치하는지 혹은 영리 자회사를 세울지 모르겠지만 보건복지부는 국민들의 뜻과 상관없이 몇몇 병원들의 요구에 따라 이를 추진하고 있다.
원격의료는 또 어떤가?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자들이 병원에 가기 불편하니 컴퓨터 화면을 통해 진료를 받도록 해 달라고 시위를 하는 등 청원한 것을 본 적이 없다. 대신 거대 통신회사들이 원격의료 시스템 개발과 해외 진출, 즉 기업 이익을 위해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이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물론 원격의료의 허용도 규제 완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자를 위한 것인지, 기업의 수익을 위한 규제 완화인지 너무나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참고로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는 시범사업마저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 올해 관련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이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