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보다 생명! 의료민영화 정책 폐기하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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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생명, 이윤보다 안전이다.

의료민영화 정책 폐기하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하라

 

이틀 뒤인 7월 22일이면 대한민국의 의료 체계를 뒤흔들 의료민영화 정책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 기간이 끝난다. 나흘 뒤인 7월 24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100일째 되는 날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상징적 의미를 지닌 두 날을 앞두고,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대한민국의 병세가 깊어가고 있다. 여기저기서 아픈 신음과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국민들의 외침과 흐느낌을 들어야 할 이들은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이러면 안 된다고, 이러면 죽는다고 얘기해도 아랑곳없다. 모르쇠 일관하며 극약 처방만을 일삼는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의무를 지닌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이와 같은 상황에 분노를 넘어 허탈감마저 느낀다. 이래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사람은 살리고, 국민의 건강은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병원 영리 부대사업의 무한정한 확대와 영리 자회사 허용 정책은 한국 의료 체계의 근간을 허무는 것이다. 예로부터 병원은 아프고 맘 둘 곳 없는 이들을 위한 쉼터였고 안식처였다. 이 공간에서 보건의료인들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만을 위해 존재했고, 환자는 그가 가진 돈과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최선의 치료와 돌봄을 요구할 권리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병원이 변화하고 있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병원을, 돈과 이윤의 논리가 잠식하고 있다. 한국의 보건의료인들은 더 많은 의료서비스를 더 높은 가격에 팔아야 한다는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과잉진료, 사이비 진료가 늘어간다. 비의학적인 진료를 의학적으로 정당화하려는 억지도 는다. 가관이다. 이러한 요지경 속에서 환자의 주머니만 털리고 환자의 건강은 위협받는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이와 같은 한국 의료의 문제점을 바로 잡기 위해 최선의 진단과 처방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이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한국 의료는 더욱 더 상품화되어 국부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보건의료인들은 산업 역군이 되어 한국 경제의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고 등 떠민다. 그 결정판이 바로 박근혜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병원 영리 부대사업의 무한정 확대와 영리 자회사 허용 정책이다. 이는 병원을 종합쇼핑몰로 만들고, 보건의료인들을 돈벌이 기계로 만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정책을 위법적인 절차와 방식으로, 행정 독재라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추진한다는 것이다. 많은 법률가들이 이러한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고 이는 국회의 권한이니 국회의 논의와 결정에 따르자고 한다. 이는 상식적으로도 당연하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법 개정이 필요한 중대 정책 추진을 시행규칙 개정과 가이드라인 배포로 해치워 버리려 한다. 정부가, 대통령이, 국회와 헌법보다 더 우위에 있다는 반민주적 사고를 하지 않는다면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이 정책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 기간 동안, 3만 건이 넘는 반대 의견이 보건복지부에 접수되었다. 반대 서명을 받은지 5개월만에 서명자가 50만 명을 넘었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도 국민의 70% 이상이 이 정책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가 물러서야 한다. 이 정책은 국민도, 보건의료인도 바라는 정책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묵살하고 있는 것은 의료민영화 정책에 대한 국민과 보건의료인들의 목소리뿐만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후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방 방지 대책 마련을 외치는 유가족의 요구도 묵살하고 있다. 돈보다 생명, 이윤보다 안전이 우선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국민적 여론도 짓밟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의료 시스템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 전반이 돈보다 생명, 이윤보다 안전을 우선하는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 보다 정의롭고 평등하며 민주적인 사회가 되어야 그 사회의 구성원이 건강해질 수 있다. 이에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세월호 참사의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해 유족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특별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조사와 진상 규명이 이루어질 수 있다. 사고의 원인과 과정이 명명백백히 드러나야 우리 사회가 이로부터 반성하고 배우며 한발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이는 억울한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엇보다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우선하라는 사회의 명령을 받고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지게 된 보건의료인이다. 이는 임기 5년의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시행규칙이나 가이드라인으로 바꿀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보건의료인을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 돈과 이윤을 우선하는 돈벌이 기계로 만들기 위한 정책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그 행정부를 우리에 대한 지도, 감독을 행하는 정부로 인정할 수가 없다. 이는 돈보다 생명, 이윤보다 안전이 우선이라는 우리 직업 윤리에 근거한 것이다. 우리는 그 때부터 우리의 직업에 부여된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비타협적인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권력과 정부는 유한하지만, 역사와 사회적 가치는 영원하다.

 

 

2014. 7. 20

의료민영화 중단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보건의료인 시국대회 참여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