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얼병원 사기극은 미리 보는 ‘박근혜식 영리병원’

싼얼병원 사기극은 미리 보는 ‘박근혜식 영리병원’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제주도에 허가신청 중이던 ‘싼얼병원’을 불승인했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다. 싼얼병원은 엉터리병원일 뿐 아니라, 사기꾼과 범법자들이 투자하는 병원이고, 불법 줄기세포 치료 등 비윤리적 진료가 예상되는 병원이었다. 누가 봐도 이런 병원을 허가해준다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그런데 언뜻 봐도 미친 짓인 이런 병원을 허가하겠다고 나선 것은 다름 아닌 박근혜 정부였다. 박근혜 정부는 작년에 허가 보류했던 싼얼병원 승인 건을 한 달 전에 다시 들고 나왔다. 8월 11일 ‘제 6차 투자활성화대책’을 발표하면서 첫 영리병원의 사례창출로 ‘싼얼병원’을 허가할 예정임을 밝힌 것이다.

문제는 작년 8월 보건복지부가 ‘싼얼병원’의 설립 승인을 보류하였던 이유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중요한 사유 중 하나는 불법적 줄기세포 시술에 대한 우려였다. CSC그룹이란 이름 자체가 차이나 스템셀 컴퍼니(China Stemcell Company)의 줄임말로 ‘중국 줄기세포 기업’이다.

불법 줄기세포 치료 우려에 작년엔 ‘보류’, 올해엔 ‘허용 예정’

이 때문에 작년 복지부 스스로도 “이 영리병원에 불법 줄기세포 시술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했지만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고 “불법적 줄기세포 시술에 대한 의료감시체계 확립이 필요한데 현재 제주도의 모니터링 계획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불법 줄기세포 시술은 국내 의료법 체계를 흔들 수 있어 더 시간을 갖고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돌연 올 8월에는 싼얼병원이 ‘줄기세포 포기각서’를 써서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일개 기업과의 각서를 안정장치인냥 선전한 정부의 우스꽝스러운 꼴은 차치하더라도 CSC그룹이 동남아에서 항노화센터 등을 열어 줄기세포류의 치료를 계속한다는 점을 볼 때, ‘줄기세포’ 자체가 문제의 초점이 아니라 불법적, 비윤리적 시술이 자행될 것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또한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아 진료내역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쉽지 않은 국제병원의 특성상 불법적 줄기세포 시술 등에 대한 의료감시체계는 한계가 있다.

물론 6차 투자활성화계획에서 박근혜 정부는 줄기세포치료제의 상업상 치료를 면제하겠다고 밝혀 전 국민을 줄기세포 마루타로 바꿀 계획이므로 이런 의료감시체계에 관심이 있을 리 만무하므로 너무 큰 기대를 한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6차 주타활성화 계획을 통해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6차 주타활성화 계획을 통해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뉴시스

또 다른 승인보류 근거 중 하나는 응급의료체계의 미비였다. 성형외과적 치료에 따른 응급상황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여 타병원과의 응급의료 진료연계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사실 싼얼병원은 48병상, 4개 진료과목의 소형병원이므로 응급의료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는 것 자체가 이 병원이 매우 역량이 부족한 병원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이 때문에 싼얼병원은 제주도에 있는 병원들과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작년 7월 한라병원과의 업무협약이 파기되어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작년 10월 S중앙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을 근거로 들어서 괜챦다고 한다.

S중앙병원은 13년 3월 문을 연 신생 병원이며, 제주시 이호동에 소재하여 싼얼병원의 부지로 알려진 서귀포시 호근동과 도로로 약 40km 나 떨어져 있다. 이 병원과의 업무협약으로 응급 상황 발생 시 원활한 진료연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나?

이런 빤히 들여다보이는 문제점에 대해 8월 11일에 싼얼병원을 승인해 주겠다는 주무부처가 국민건강을 책임져야 할 보건복지부라는 점은 더욱 분노를 샀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맛보기에 지나지 않았다.

인터넷에도 줄줄 나오는 문제점, 복지부는 몰랐다?

싼얼병원의 허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로 그 다음날 인터넷만 조금 뒤져서도 알만한 몇 가지 사실이 줄줄이 사탕처럼 밝혀졌다. 싼얼병원을 설립하려는 중국 CSC그룹 자이자화 회장이 이미 작년에 사기 대출혐의로 중국에서 구속되었고, CSC그룹의 핵심기업들은 이미 부도처리 되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오로지 ‘영리병원’을 만들기 위해 인터넷에도 나오는 정보도 무시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싼얼그룹의 전반적인 형사상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병원 운영에 대해선 특별히 연루된 것이 없는 것으로 사실관계는 파악하고 있”다고 밝히고 승인강행의사를 표현했다.

CSC 그룹의 병원 운영 사례도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CSC 그룹은 ‘CSC 산니의원’을 운영하였으나 이는 베이징 내 한국인이 설립한 ‘왕징신청병원’이라는 2층 규모의 작은 병원과 협약을 맺어 이름만 빌려 쓴 병원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이 병원은 2009년 6월 신종플루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를 파악하지 못하고 진료한 것으로 드러나 영업정지를 당한 바도 있다. 사실 제대로 병원을 운영한 경험이 없으며 그 사례마저 사기성이 농후하다.

여기다 뉴스타파 등의 언론은 CSC그룹이 대부분 페이퍼컴퍼니로 사실상 사기기업임을 밝혔다. 그런데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들의 활약으로 CSC그룹의 실체가 밝혀졌음에도 보건복지부는 언론인터뷰를 통해 ‘한국 법인은 불법이 아니지 않냐?’며 괜챦다는 황당한 반응을 계속 보였다.

그럼 외국에서 불법과 비윤리적 행위를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아직 하지 않았으니 괜찮다는 것인 것인가? 아직 맞아보지 않았으니 괜찮은가? 이것이 한 나라의 복지부가 보일 태도일까?

상황이 이쯤 되자, 이제 주요언론사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현지의 왕징신청병원을 가보기도 하고, 제주도에 직접 내려가 보기도 했다. 황당한 문제들이 계속 드러났다. 왕징신청병원은 동네에 있는 작은 병원에 지나지 않았고, 줄기세포 치료 등을 작년까지 하다가 지금은 거의 한가한, 망해가는 병원이었다. 또한 제주도에서는 올 4월부터 CSC그룹이 싼얼병원의 부지로 광고한 부동산을 매각하고 있는 중임이 밝혀졌다.

‘괜찮다’와 ‘모르쇠’로 일관하던 보건복지부가 그제서야 허겁지겁 제주도에 사람을 파견하여 상황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도 싼얼병원의 한국법인 부사장과 전화통화가 되었고, 공식적인 서류를 달라고 했다고 하며 이 사기성 영리병원 설립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다름 아닌 보건복지부가 말이다.

이제 정권에 호의적인 언론조차 ‘싼얼병원’ 건으로 영리병원도입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갈까 두려워 정부를 비판하고, 그제서야 투자철수가 진행되고 있는 실체 없는 사기성 투자자였음이 드러나 마지못해 불승인을 선언하고야 말았다. 초등학생이 딱 봐도 말도 안 되는 병원을 무려 2년간 끌면서 이제서야 불승인한 것이다. 마지못해서라는 말이 정확한 이유는 불허하지만 다른 영리병원의 사례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이고,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원격의료, 영리병원 추진 중단하라
보건의료노조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의료민영화 강행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영리병원 및 병원 부대사업 확대, 원격의료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싼얼병원 사태는 미리 보는 영리병원 사태

이번 사태는 영리병원의 본질을 더욱 명확하게 밝혀주었다. 영리병원이란 사람들의 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돈만 벌기 위해 탈법적 비윤리적 투기자본이 투자하는 ‘사업’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영리병원은 ‘병원’이 아니라 ‘투기처’일 뿐임이 이제 경험으로 명백해졌다.

‘싼얼병원’사태를 보면 시민단체와 언론은 이미 2년전부터 불법줄기세포치료와 엉터리병원임을 강조해왔지만 정부는 귀담아듣지 않았고, 한술 더 떠서 이 병원을 적극 승인해주려고 했다. 정말 불법,사기, 비윤리적 기업이었지만 끝까지 이를 승인하려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구한 건 박근혜 정부가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와 사실을 보도한 언론이었다.

그런데 이 정도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지 않겠는가? 불승인 보도자료에도 사과 한 마디, 반성 한 마디가 없다. 오히려 영리병원은 더 추진하겠다고 한다. 후안무치에도 정도가 있는데 말이다. 거기다 불승인 보도 다음날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고 200만명이 반대서명을 했던 병원 부대사업에 대한 확대와 영리자회사도 강행한다고 발표했다. 국민들이 반대해도 돈벌이만 된다면 영혼까지 팔 자들이 아닌가?

국내에서 탈법과 비윤리적 행위가 걸릴때까지는 용인하겠다는 정부의 모습은 사실 제1호 영리병원이 될뻔한 ‘싼얼병원’의 모습과 너무나 유사하다. 국가정보기관의 불법개입으로 집권하고도 모른체로 일관하고, 생떼깥은 아이들을 수장시킨 책임도 지지않는 뻔뻔함. 그리고 끊임없이 돈벌이라면 집착하는 모습이 ‘싼얼병원’과 무엇이 다를까?

그래서 답도 명쾌하다. 싼얼병원이 우리들의 힘으로 불승인 되었듯이 박근혜정부도 우리가 불승인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것.

 

출처: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079385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