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새 의료기기, 안전성 검증 없이 써도 된다고?

복지부, 기술평가 면제 입법예고
임상시험·품목 허가만 받으면 돼
기기 판매시점 1년께 앞당겨질듯
보건의료계 “환자건강 위협” 비판

새 의료기기라도 임상시험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품목 허가를 받으면 신의료기술평가(신의료평가)를 받지 않아도 바로 쓸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신의료평가’는 신의료기기 등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은 물론 비용에 견줘 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포함해 그 기술로 인한 사회·윤리·법적 영향을 모두 평가하기 때문에, 단순히 새 기기의 효과만 살펴보는 임상시험과는 차이가 크다. 이 평가를 생략하면 기기 업체는 판매 시점을 약 1년 앞당길 수 있지만, 환자들은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기기로 치료를 받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 국책연구원에서조차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임상시험을 거쳐 식약처의 품목 허가를 받으면 신의료평가를 받지 않아도 건강보험 적용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25일부터 입법예고한다고 24일 밝혔다. 복지부는 이는 새 의료기기의 조기 시장 진입을 허용하겠다고 한 제4차 무역투자 활성화 대책(2013년 12월)의 후속 조처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식약처의 품목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는 신의료평가를 받지 않고 건강보험 적용을 신청할 수 있다. 건강보험 적용 전에는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다. 지금은 길게는 360일이 걸리는 신의료평가로 안전성·유효성 등을 확인해야 건강보험 적용 신청을 할 수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도 한정된 대상을 상대로 기기의 효과 위주로 평가하는 임상시험만 거친 새 의료기기를 신의료평가를 생략한 채 환자한테 직접 사용해도 안전한지 확인할 충분한 자료가 없으며, 새 기기 사용으로 의료비 낭비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견해를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밝힌 바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1~2013년 신의료평가 신청을 한 29건의 신의료기기 가운데 35%인 10건이 안전성·유효성 미달로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명을 내어 “신의료평가 면제 조처는 재벌의 이익을 위해 국민 건강과 안전조차 포기하고 의료비 폭등을 일으키는 조처일 뿐이다. 박근혜 정부는 재벌만을 위한 의료상업화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임상시험 요건을 강화하고, 식약처의 허가 과정에서 사용 대상·목적을 한정할 때만 신의료평가를 면제하는 등의 방식으로 안전성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안전성 위해 요소 등이 있으면 건강보험 적용 결정 과정 중이라도 직권으로 신의료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등록 : 2014.11.24 20:06  수정 : 2014.11.24 22:24

(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66589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