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미국의 중동 군사개입 유지와 확대는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의 힘을 키워주는 자양분이 될 뿐이다
야만과 폭력은 저절로 생겨나는 게 아니라 언제나 그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법이다. 그리고 이성을 잃은 분노는 그 야만과 폭력을 키우는 자양분이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2월 11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무력사용권(AUMF)을 미 의회에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미국과 동맹국 인질들의 구출 및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 핵심 지도부 제거를 위해 특수부대를 동원한 ‘한시적’ 정밀타격 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이 그 계획의 골자였다.
물론 그와 동시에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와 시리아로의 지상군 파병 불가라는 그동안의 자신의 약속을 의식해 “미국은 중동에서 또 다른 지상전에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며 대규모 지상군 파병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그렇게 발목에서부터 시작해 무릎을 거쳐 조금씩 수렁에 몸을 담그다보면 어느 순간 미국은 또다시 ‘절대 끝나지 않는 전쟁’이라는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정부의 행보가 너무나 우려스럽고 위험한 이유다.
무엇보다 우리가 가장 근본적이자 최우선적으로 제기하고 싶은 질문은 바로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를 상대로 한 미국의 군사작전이 과연 이라크와 시리아, 중동, 더 나아가 전 세계 시민들에게 평화와 안정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 근거는 몇 가지 사실관계만 짚어보아도 금세 알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 본부를 둔 국제 비영리단체인 <경제학평화연구소(Institute for Economics and Peace)>가 공개한 세계테러지수를 보면, 2000년만 해도 연간 1,500여 건에 불과하던 세계 각지에서의 테러 사건은 미국이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이래로 2013년 무렵에는 무려 열 배 가까운 1만 여 건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현재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을 진행하고 있는 이라크와 시리아도 마찬가지이다. 2003년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제거와 알 카에다와의 연계 차단이라는 거짓 명분을 근거로 이라크를 침공하기 이전까지 그 나라에는 급진 이슬람주의 무장 세력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이 점령에 대한 저항을 억누르기 위해 ‘바트당 제거(de-Baathification)’ 정책을 도입한 뒤로 급격히 주변화되고 소외된 수니파 주민들 사이에서 현재 IS 세력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한 2006년-2007년의 이라크 내전을 진압하기 위해 수만 명의 미군들을 증파한 결과는 또 어땠는가?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이 이웃 시리아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IS의 검은 깃발을 올리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는가?
물론 일각에서는, 과거에는 그랬다 할지라도 오늘날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가 저지르고 있는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들 정도의 만행들을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라는 반론을 제기하면서 군사 행동을 지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나 간단한 사실관계만 짚어 봐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군사 행동 확대는 IS를 뿌리 뽑고 지역의 인도주의 위기를 해결하는 결과로 결코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례로, 작년 6월 중순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의 무장대원들이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기습점령한 뒤 바그다드를 향해 파죽지세로 진군할 당시에만 해도 중동 지역 전체에서 IS 조직원들의 수는 많게 잡아야 7천 여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8월 8일 미국이 이라크 공습을 재개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미 중앙정보국(CIA)은 IS 대원들의 수가 최대 3만 명까지 급증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IS와 거리를 두어 왔던 수니파 조직들까지도 미국과 동맹국들의 공습을 기점으로 외세의 또 다른 군사적 침략에 저항해야 한다는 IS의 명분에 이끌리기 시작한 결과였다.
작년 초에 한 때 IS를 적으로 규정한 바 있던 알 카에다의 시리아 조직인 누스라 전선이 미국의 군사 행동 이후로 다시 전선에서 IS와 협력하고 있는 것도 그와 마찬가지 맥락이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특수 부대 투입과 더 나아가 지상군 파병으로까지 점점 군사 행동을 확대한다면, 그것은 결국 IS라는 테러집단에게 존재의 의미를 부여해주는 최악의 선물을 안겨주는 셈이 된다. 작년 12월 시리아의 알 밥이라는 도시에서 미군이 IS 관련 시설로 추정되는 건물을 폭격하다가 50명의 민간인 사망자를 낸 사건만 봐도 그렇다.
장차 투입될 미 특수부대가 인질 구출이나 IS 지도부 제거를 이유로 군사 작전을 펼치다가 그와 유사한 민간인 사망자가 대거 발생하게 된다면(분명히 그럴 것이다), 지역의 주민들은 IS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가족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IS로 달려가게 될 것이다.
미국의 군사적 개입은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 대다수의 평범한 국민들과 풀뿌리 단체들의 IS의 세력 확대를 우려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지상군 투입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며 IS의 야만을 더욱 부추기고 키울 뿐 아니라 무고한 민간인들의 희생을 더욱 확대하는 결과만을 가져올 것이다.
- 미국의 중동 개입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미국은 중동에서 손 떼고 한국 정부는 그에 대한 일체의 지원을 즉각 중단하라!
- 미국은 이라크와 시리아에 대한 공습과 군사작전 확대를 즉각 중단하라!
2015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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