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평화연대(준) 주최 긴급 중동정세 워크샵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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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평화연대(준) 주최 긴급 중동정세 워크샵

 

일시 : 2014년 10월 10일 (금) 오후 7시

장소 : 참여연대 2층 강당

 

1. 발표들

-. 발표 1 : 2003년 미국의 점령 이후의 이라크(경계를 넘어 최재훈)

-. 발표 2 : 미국의 ISIS 파괴 전략, 과연 성공할 것인가(사회진보연대 임필수)

-. 발표 3 : 다시 돌아온 ‘대테러전쟁’ 을 둘러싼 모순 (노동자연대 김종환)

-. 발표 4 : 미중동에서의 미국의 개입과 민중의 생명과 건강(보건의료단체연합 채민석)

 

2. 자유토론

 

 

 

 

 

미국의 중동 침공과 아랍민중의 생명과 건강

 

- 이라크 침공과 폭격부터 시리아 폭격까지 -

 

 

1.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민중의 건강

○ 걸프전 이후 경제봉쇄의 영향

- 유니세프의 보고에 의하면 1991년 걸프전 이후 13년의 경제봉쇄기간 동안 150만 명이 넘는 이라크인이 사망했고, 5살 미만의 어린이들만 60만 명이 사망했다.

-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미국의 이라크 침략과 경제봉쇄의 영향에 관한 현지조사(2003)를 통해 이라크인들이 심각하고 광범위한 건강상의 피해를 받고 있음을 밝힌바 있다. 미국의 개입으로 인해 이라크에는 석유, 전기, 깨끗한 물, 의약품 등 최소한의 생존 조건마저도 존재하지 않았다.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의약품이 없어 단순한 감기로도, 단순한 설사병으로도 사망했고, 84%의 어린이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 최악으로 치달은 부시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

- 언론에 보도된 민간인 사망자 수만을 추계한 ‘이라크 보디카운트’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정부의 이라크전 기밀문서에 따르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및 6년간의 점령기간 동안 약 10만 명의 이라크인이 사망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발간하는 의학저널 ‘랜싯(Lancet)’의 2006년 10월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2003년 미국 침공 이후 약 40개월 동안 전쟁에 의한 직간접적 피해로 65만 5000명이 더 사망했다.

- 그 밖에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따른 이라크 상황은 후세인 집권 시기보다 훨씬 악화되었다. 미국은 2003년 점령 이후 이라크 5세미만 어린이 사망률을 반으로 낮추겠다고 했지만, 유니세프의 자료에 의하면 미국 침공 후 영아사망률은 후세인 시절보다 더 악화되어 2006년 1000명당 130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한 달에 1만 명씩 죽는 것으로 30%가 설사와 폐렴에 의한 사망이고 70%는 폭탄과 총, 일상적으로 만연한 폭력이 원인이었다.

-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03년 미국의 침공 이후 190만 명의 국내 난민과 200만 명의 해외 난민이 발생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이라크 전체 인구의 1/3이 빈곤 속에서 살고 있고 많은 이라크인이 마실 물, 음식, 위생, 전기, 의료 등의 기본적인 필요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IRIN) 자료(2007)에 의하면 50만 명 이상의 바그다드 주민들이 하루에 2~3시간만 전기를 이용할 수 있었다. 전쟁 전에는 하루에 수도를 20시간을 이용할 수 있던 이라크인들이 미국의 점령 후에는 하루에 3시간밖에 쓰지 못했다.

 

○ 다시 시작된 이라크 폭격

- IS 격퇴를 명목으로 미국은 이라크 철군 2년 7개월 만에 다시 이라크에 대한 폭격공습을 시작했다. 건물, 학교, 병원, 교회, 모스크 등에 대한 공습으로 인해 최근 몇 달 동안 약 20만 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했고, 민간인 사상자가 4개월 연속 2,000명이 넘었다.

-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이라크 폭격에 영국, 프랑스, 호주 등이 참여하고 있다. 팔루자(Fallujah)나 키르쿠크(Kirkuk) 등지에 떨어지는 폭탄은 이라크 아동 사망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세이브 더 칠드런’은 밝혔다.

- 이라크 독립 뉴스통신사 NINA는 지난 6일 바그다드 서쪽 안바르주의 한 마을에서 국제동맹군의 오폭으로 여성 5명과 어린이 4명 등 민간인 22명이 숨지고 43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2. 2011년 내전 이후 시리아의 ‘인도적 위기’

1) ‘아랍의 봄’에서 ‘내전’으로

-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혁명이 중동 전체로 번지던 2011년 3월 15일, 10대 소년들이 담벼락에 혁명 구호를 썼다는 이유로 체포되고 고문당하면서 시리아 민주화 시위가 촉발되었다.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민에게 정부군이 실탄을 발사하면서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 아사드 독재정권에 대한 민중들의 민주화시위에서 시작되어 대중반란으로까지 번진 시리아의 현재 상황은 매우 복잡한 상황이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자유시리아’ 반군을 지원하고 비군사적 군수물자만을 지원하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의 반군에 대한 지원은 군사적 지원까지 이어졌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 그러나 친미적 온건 반군에만 지원을 하겠다는 미국의 의도는 종파간, 지역간 갈등이 복잡한 상황에서 미국의 의도대로 관철되지 못하였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을 통한 반군지원까지 겹쳐 이러한 지원이 IS를 만들어냈다는 지적이 많다.

- 이슬람국가(IS)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점령이 낳은 것이다. 그 결과 시리아 민중들은 극단적 무슬림 무장조직과 아사드 독재정부사이에서 “낮에는 정부군의 폭격에, 밤에는 미국의 공습에 도망 다녀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아사드 독재정권에 반대하여 반란을 일으킨 독립적 대중조직들은 더욱더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2) 시리아 내전의 결과

- 내전 전만 하더라도 시리아는 중소득 국가였고, 한때 중동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했던 국가였다.

- 하지만 미국과 중동의 각국이 개입하면서 복잡하게 진행된 ‘내전’이 40개월을 훌쩍 넘으면서, 시리아는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만 명에 육박하는 ‘거대한 도살장’이 되었다. ‘세이브 더 칠드런’은 이 ‘내전’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한 아동이 1만 명이 넘었다고 밝혔다.

 

○ 화학가스와 ‘통 폭탄(barrel bomb)’

- 지난해 여름 다마스쿠스(Damascus) 인근에서 화학무기 공격이 일어나 어린이를 포함한 1,300명이 숨졌다. 이 화학무기는 사린가스 등 독성물질이 담겨 있어 신경계 마비나 발작을 일으켜 사망하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가스에 노출되어 손을 쓸 새도 없이 자는 듯 죽은 이들의 모습이 유튜브 등을 통해 퍼져 국제사회의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 국제사회의 비난으로 화학무기는 폐기 수순을 밟고 있지만, 시리아 정부군은 드럼통 안에 폭발물과 금속 조각 등을 채워 만든 폭탄 ‘통 폭탄(barrel bomb)’으로 민간인까지 무차별 살상했다. 테러 잔당을 노린 공격이라고 설명한 시리아 정부의 해명과는 달리 통폭탄이 터진 거리와 시장에서는 노인과 어린이, 여성들이 가장 많이 죽었다. 알레포(Aleppo)의 한 의사는 “사지가 절단되거나 머리, 복부에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내전 후 지난해까지 ‘통 폭탄’으로만 2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 미국의 개입이 낳은 결과

-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 반군이 “시리아 국민들을 대표할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며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그리고 아사드 정권이 시리아 내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예비 정보분석 보고가 이루어지고 난 후 CIA는 반군에 무기를 공급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미국은 군사개입 초읽기에 들어갔으나, 러시아가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폐기하는 중재안을 내면서 일단 보류되었다.

- 하지만 수니파 무장세력인 IS의 세력이 커지고, IS가 미국인 기자 참수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지난 9월 23일 IS가 수도로 자처하는 도시인 라카(Raqqa)에 폭격을 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S는 최근 터키와 맞댄 전략 요충지인 시리아의 코바니(Kobani, 아인알아랍Ayn al-Arab) 일부를 장악하면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 미국의 공습은 단기적으로 두 가지 측면에서 악영향을 주었다. 첫째, 독재자 아사드가 “나도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는 중”이라고 말하며 민간인에 대한 폭격을 일삼는 것을 정당화시켜 주었고 둘째, IS를 지지하지 않는 주민들조차도 자신들이 사는 곳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IS의 편에서 미국에 맞서 싸우게 되었다. 시리아 주민들은 한 반정부 활동가의 말대로 “낮에는 정부군의 폭격에, 밤에는 미국의 공습에 도망 다녀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 최악의 난민 사태

-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3년 넘게 이어진 ‘내전’으로 시리아를 떠난 난민 수가 300만 명이 넘었다. 시리아 전체 인구 2천300만 명 중 8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이 내전을 피해 해외로 떠났으며, 국내 난민 650만 명까지 고려하면 국민의 40%가 삶의 터전을 잃은 셈이다. 한때 중동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품었던 시리아는 3년 만에 세계 최대 난민국이 되었다.

- 자녀 7명을 둔 시리아의 한 부모는 장남이 언제 징집을 당할지, 딸들은 언제 성폭행 등 범죄에 노출될 지 두려움에 떨다가 10대 중반에 불과한 세 자녀를 요르단으로 떠나보냈다. 요르단으로 떠난 50만 명의 난민 가운데 절반 이상이 18살이 안 된 미성년자로 알려졌다.

- 주변국으로 피난을 떠난 시리아의 청소년들은 저임금 노동, 교육의 중단, 심리적 트라우마, 성적 학대와 같은 문제들을 겪는다. 내전 발생 전 시리아의 취학률은 90%에 달했지만, 요르단 난민촌에서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은 셋 중 한 명에 불과하다. 즉 내전으로 인해 한 세대 자체가 절멸되고 있는 실정이다.

  

○ 의료, 수도, 전기 등 국가시스템의 붕괴

- 총알과 폭탄만이 시리아 민중들을 고통에 빠트리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해 죽기도 한다. 현재 시리아의 보건의료체계는 산산조각 났고, 이에 따라 치료할 수 있거나 예방할 수 있는 질병으로 고통 받고 사망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① 의료시설의 파괴

- 3년간의 내전 동안 시리아 전역에서 병원의 60%, 1차 보건시설의 38%가 붕괴되거나 손상되었다. ‘인권을 위한 의사회(PHR)’는 분쟁이 시작된 이후 총 155곳의 의료 시설에 대한 195차례의 폭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중 176회(90%)는 정부군, 13회(7%)는 비정부군에 의한 것이고, 6회(3%)는 밝혀지지 않은 것이었다. 알레포(Aleppo)는 55회로 가장 많은 폭격을 당했다.

- 그나마 병원에는 의료진이나 의료 기구가 없고, 치료 공간이라 할 만한 위생적인 환경이 아니다. 가정집에 수술실이 갖춰져 있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고, 수술도구를 제대로 소독하는 일도 거의 불가능하다.

② 의약품 부족

- 의약품 문제도 심각하다. 한때 시리아는 의약품의 90%를 국내 공장에서 만들고 50개 나라로 수출하는 정도였지만, 약품 생산은 70% 감소했다. 91%였던 예방접종 비율이 내전이 일어난 지 1년 만에 68%로 하락했다. 1995년 시리아에서 퇴치되었던 소아마비를 앓는 아이들이 전국에서 최대 8만 명까지 늘어났다.

- 마취제가 없어서 수술 시 고통으로 실신을 하거나, 차라리 수술 전에 막대로 때려서 기절시켜 주기를 바라는 환자도 있다고 한다.

- 지난 9월에는 조제, 관리, 운반의 문제로 인해 이들립(Idlib)에서 홍역 백신 접종을 맞은 아이들 중 15명이 죽고, 50명이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했다. 홍역은 특히 수용소나 다른 불결한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을 위협하는 질병이다.

- 미국 시리아의료지원기구는 암, 간질, 천식, 당뇨, 고혈압, 신부전 등 만성질환자 20만 명이 약 처방과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③ 의료진에 대한 공격

 - 시리아 의사의 절반 가까이가 국외로 떠났다. ‘세이브 더 칠드런’에 따르면 인구 500만 명이 살았던 북부 대도시 알레포(Aleppo)는 이제 150만 명의 주민만 남았을 뿐 아니라 의사도 5,000명 중 36명만이 남았다.

 - 보건요원이나 의료진, 아이들을 포함한 환자가 병원 안에서, 혹은 병원을 오가는 길에 공격을 받기도 한다. 소아마비 예방운동을 하던 한 의사는 지난 1월,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방문 진료를 가던 도중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UN인권위의 조사에 따르면 시리아에서는 반군과 정부군 모두가 의료종사자와 의료기관을 군사 작전의 목표물로 삼고 있다.

 - ‘인권을 위한 의사회(PHR)’는 분쟁 발생 이후 총 561명의 의료진이 사망했고, 그 중 252명(44.9%)은 표적 살해되었다고 보고했다. 553명이 정부군에 의해, 8명이 비정부군에 의해 살해당했다.

 - 의료진과 의료시설이 공격당하는가 하면, 소속에 따라 치료를 거부당하는 일도 빈번하다. ‘국경없는 의사회(MSF)’ 역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저항 행위나 범죄가 되어버렸다”고 보고했다.

  

④ 물, 전기 등 기반시설 파괴에 따른 건강문제

 - 역병은 폭력과 더불어 인류가 가장 많이 고통당하고 사망하는 두 가지 문제였고 지금도 그렇다.

 - 발전설비가 가동이 중단되어 많은 인구가 소독되지 않은 물을 공급받고 있다. 전력에 의존하고 있는 하수처리시설도 겨우 가동되고 있어 안전하게 마실 물이 부족해 장티푸스, 이질,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 ‘세이브 더 칠드런’에 따르면 전력이 끊기면서 하루에 5명의 신생아가 인큐베이터에서 사망하기도 했다.

 - 12세 이상 어린이는 전투원으로 징집되고 있으며 100만 명의 어린이가 질병과 영양실조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3. ‘인도주의적 개입’은 ‘인도적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다

 - 미국의 이라크 점령 사례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미국의 개입은 이라크인에 대한 최악의 참상을 초래했다. 이라크를 IS로부터 보호하자는 집단자위권을 빌미로 한 미국의 시리아 폭격은 문제의 해결은커녕 시리아 민중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다.

 - 게다가 미국의 공습에 대한 IS의 대응이라고 할 수 있는 민간인 속으로의 ‘해산전략’은 민간인 피해를 더욱 증가시킬 것이다. 한 주민은 “주민들은 IS의 인간 방패가 됐다”고 말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미국의 첫 공습이후 20명이 넘는 민간인이 사망했다.

 - 최근의 미국의 공습 이후 시리아 민중들이 새롭게 직면한 생존문제에 대한 내용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추적해야 하겠지만, 중동에 대한 미국의 ‘인도주의적 개입’이야말로 시리아와 이라크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더 심화시킬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채민석(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