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빌미로 한 의료영리화와 의료복지축소 정책 중단하라

첨부파일 : PYH2015020601550001300_P2

 

- 제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은 반복지·영리화정책 -

 

정부는 어제(19일) 공청회를 열어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안)’을 발표하였다. 기업과 정부의 고용 축소와 비정규직 양산으로 인하여 결혼과 출산을 꿈꾸지 못하는 청년들의 문제와 사회복지·안전망의 부재로 인한 노인빈곤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지한 의지가 아닌, 복지 축소와 노동유연화, 그리고 민영화 및 규제완화를 위한 내용이 담겨 있을 뿐이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빌미로 한 의료민영화 정책과 건강보험 정부지원 축소 및 노인복지 축소를 위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심각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청년고용을 빌미로 한 의료영리화 정책을 중단하여야 한다.

정부는 ‘청년고용친화 노동시장 환경 조성’을 하겠다며 의료산업의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그리고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와 자법인 설립사례 창출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가 의료의 해외진출을 장려하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은 국내 병원의 해외 영리병원 사업을 허용하고, 민간보험사와 의료광고에 대한 규제완화 등이 담긴 의료민영화법안이다.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와 영리자회사 설립은 청년고용책이 아닌 지난 해 국민 150만여명이 반대 서명을 한 정부의 대표적 의료민영화정책이다. 우리나라의 병상당 인력은 간호인력은 OECD 평균의 1/3에 불과하고 다른 인력도 매우 부족하다. 정부가 진정으로 청년고용을 걱정한다면 병원의 공공성을 높이고 건강보험을 확대하여 병원의 안정적인 고용을 늘려야 한다. 병원 인력고용이 아니라 병원의 영리 부대사업을 확대하려는 것은 있는 일자리를 줄이고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일 뿐이다.

 

둘째, ‘고령친화산업’ 탈을 쓴 원격의료 정책 추진을 중단하여야 한다.

정부는 고령화로 인한 유망산업 활성화라며 원격의료를 위한 법 개정 의지를 다시 밝혔다. 그러나 원격의료는 개인건강정보의 유출 위험이 심각하고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기술이다. 정부는 이른바 ‘독거노인들을 위한 원격의료’를 제시한다. 그러나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방문간호서비스 등 지역 의료 및 복지 서비스이지 노인들이 사용하지도 못하는 컴퓨터 앞에 앉혀 놓겠다는 황당한 원격의료 사업이 아니다. 한마디로 정보통신과 IT 재벌기업들에게 돈이 되는 사업이지 노인복지사업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예방, 치료 후 관리, 재활 서비스의 민영화에 해당하는 ‘스마트 헬스케어 비즈니스’를 지원하겠다는 정책도 명시했다. 또한 “개방화된 환경에서 개인주도의 건강정보 관리와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방형 힐링 플랫폼”을 개발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개인건강정보를 ‘개방화’하여 민간기업에게 넘겨주어 장사를 하게 하겠다는 것으로 위험천만한 발상일 뿐이다.

 

셋째, 고령화 빌미로 한 건강보험 정부지원 축소계획을 중단하여야 한다.

정부는 고령자 의료비 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험료와 국고 이외의 다양한 재원 확보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이전부터 밝혀 온, 내년에 만료되는 건강보험재정 20%의 예산지원을 축소하겠다는 정부정책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와 국고 이외에 다양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결국 국가예산지원을 삭감하겠다는 것으로 그 자체로 복지축소이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이 17조원이나 남아 의료비지출을 걱정해야 할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건강보험흑자가 17조원이나 남았는데 이 돈을 쓸 생각은 안하고 고령자 의료비 지출이 늘어난다고 국가예산지원을 감축하겠다는 것은 노골적인 노인의료 재정삭감이며 노인복지삭감 정책이다. 정부가 해야할 일은 오히려 아픈데도 치료받지 못하는 노인들과 국민들에게 흑자 보험재정을 사용하여 당장 의료비를 인하하는 것이다.

 

넷째, ‘고령’ 기준을 상향하여 의료복지를 삭감하려는 시도를 중단하여야 한다.

정부는 노인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갖가지 핑계를 대지만 각종 노인 복지 혜택을 줄이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의료부문에서는 노인 의료비 정액제로 진료비 혜택을 받는 노인이 줄어들고 정부가 명시한 것처럼 인공관절 수술비지원, 치매검진, 안검진 및 수술비지원사업, 치매치료관리비 지원 대상자가 급감할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고령화대책은 ‘노인’의 정의를 바꾸어 노인복지 지원 대상 자체를 줄이겠다는 것인가? 우리는 최소한 상식을 갖춘 정부를 바란다.

 

청년실업과 고용불안, 열악한 복지 및 사회안전망 부재로 인하여 한국 사회는 ‘헬조선’이라 불릴만큼 평범한 노동자 서민들의 고통이 말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이 상징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세계 최저의 출산율이고, 50%에 가까운 노인빈곤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물론 제대로 된 일자리 확충과 복지 확대, 그리고 사회 공공성의 강화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안을 통해 여전히 이에 대한 진지한 개선 의지가 없다는 것 뿐 아니라 앞으로도 더욱 사람들의 삶을 쥐어짤 정책에 매진하겠다는 것을 보여줬다. 노동개악과 규제완화, 그리고 민주주의 역행으로 국민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민생을 돌보지 않는 정권의 미래는 없다. <끝>

 

 

 

2015. 10. 20. (화)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