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에 대한 무상의료운동본부 의견

□ 개정안 주요 골간에 대한 입장

○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은 보건의료의 산업화 측면만을 고려한 정부의 왜곡된 정책방향에 근간을 둔 것으로, 「의료기기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방안」(‘18.7.19)의 후속 조치 성격임.

○ 정부가 규제완화 대상으로 삼은 ‘혁신의료기술’은 대부분 임상적 타당성을 확증하기 어려운 조기기술 및 연구단계 기술에 해당 됨. 임상적 근거 생산이 요구되는 ‘출현단계’의 신개념기술(AI, 3D 프린팅 등)들을 혁신의료기술로 포장하고 조기 시장 진입을 촉진하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임.

- 혁신의료기술이라고 하면 기존기술에 비해 임상적 유효성의 개선 정도가 혁신적이어야 하며 반드시 치료결과로 연계되고 객관적으로 실증되어야 함. 그렇지 않은 경우는 모두 근거가 불충분한 조기기술이나 연구단계기술에 해당되며, 환자 사용도 금지해야 함.

○ 신의료기술평가는 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통해 무분별한 시장 진입 및 남용을 방지하고 임상현장에 근거중심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시행되는 제도이지, 임상적 근거가 미약한 신기술의 조속한 시장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존재하는 제도가 아님.

○ 개정안의 골자인 ‘혁신의료기술에 대한 별도평가트랙’ 신설은 임상적 근거가 불충분한 의료기술의 조기 시장 진입을 꾀하겠다는 의도임. 신의료기술평가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가운데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한 의료기술을 산업계의 이윤창출 목적으로 임상현장에 확산하겠다는 의도임.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함.

 

□ 개정안 세부내용에 대한 입장 및 반대 이유

○ 혁신의료기술평가의 대상 등(안 제2조의 2)

- 개정안은 신의료기술평가 대상 중 별도의 심의(‘혁신의료기술 대상 심의위원회’ 도입)를 거쳐 ‘혁신의료기술 별도평가 트랙’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술들을 나열함.

· 개정안에서 나열한 관련 기술들은 1)첨단기술이 접목된 의료기술(로봇, 3D프린팅, 인공지능, 나노기술 등), 2)암, 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장애인 재활, 치매 등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기술 및 대체 기술이 부재한 의료기술, 3) 환자 만족도 또는 의료결과의 질적 향상이 기대되는 의료기술(침습도 감소, 검사의 속도 향상, 진단정확성 및 치료효과성 향상 등), 4) 그 외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한 혁신의료기기를 사용한 의료기술 등임.

⇒ (문제점 및 반대이유): 개정안은 ‘혁신성’에 대한 객관적 근거나 정의 규정 없이 혁신의료기술 심의 대상을 단순 범주화 하였음. 의료기기 특성만을 고려하거나(예, 첨단기술), 특정질환(암, 희귀질환, 치매 등)과 연관된 기술, 환자만족도 향상이 ‘기대’ 되는 의료기술,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한 기술 등 지극히 모호하고 과도하게 포괄적인 유형 분류로 이에 따르면 사실상 모든 의료기기가 해당될 수 있음.

이와 같이 의료기술의 ‘혁신성’을 판단할 만한 객관적 근거나 개념 정의가 모호한 상태에서 개정안에서 지칭한 의료기술 유형을 혁신의료기술 심의 대상으로 선정할 경우 임상적 검증이 불충분한 의료기기 대부분이 혁신의료기술 심의 대상으로 지정되어 전체 의료기술의 규제 수준을 낮추는 효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음.

 

○ 혁신의료기술평가 절차(안 제3조의 2)

- ‘혁신의료기술 별도평가 트랙’의 근거 규정으로 안전성·유효성 외에 ‘잠재가치’를 평가항목으로 신설함. ‘잠재가치’ 평가는 의료기술의 혁신성, 대체기술의유무, 환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 의료기술의 오남용 가능성 등이라고 하며, 유효성이 확인되지는 않으나 ‘잠재가치’가 높게 평가된 경우 임상에서 사용을 허용하고 일정 기간 이후 재평가를 시행한다는 것임.

⇒ (문제점 및 반대이유): 임상적 유용성을 판단할 만한 문헌적 근거가 부족하더라도 ‘잠재가치’ 평가를 통해 임상현장에서 사용을 허용할 수 있는 별도의 경로를 열어 준다는 것임. 그런데 잠재가치라고 나열된 평가항목 중 객관적 기준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없음. 안전과 효과가 기존에 비해 월등히 향상된 것이 ‘혁신’인데 안전과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기술을 통과시키면서 혁신성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임. 임상적 근거 부족으로 오진 등 치료결과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성(침습적 여부와 관계없이 발생 가능함)을 배제하기 어려운 의료기술을 별도 평가 트랙을 통해 임상현장에 확산하고, 임상현장에서 활용된 결과를 바탕으로 재평가를 하겠다는 발상은 불특정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무분별한 임상시험을 자행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음. 환자안전 측면에서 절대로 도입해서는 안 되는 제도 개악임.

또한 이 같은 별도 트랙 마련은 ‘근거중심의 보건의료기술 확산’이라는 신의료기술평가 고유의 가치체계를 흔드는 것이기도 함. 기존의 정상적인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친 근거가 확립된 의료기술이 오히려 ‘잠재가치’나 ‘혁신’이라는 기준을 적용한 모호한 기술의 도입 때문에 상대적으로 환자 적용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음.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의료기술이 우선적으로 환자에게 적용되고 확산될 수 있다는 모순과 의료현장의 혼란을 초래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됨.

재평가와 관련해서도 임상적 검증의 원칙과 기준 등 실행 방법이 명료하지 않으며 ‘퇴출’ 근거도 없어 재평가의 실효성도 담보하기 어려움.

 

○ ‘조기기술’ 개념의 삭제 (안 제3조 6항)

- 기존 신의료기술평가 체계에서는 ‘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하기에 연구결과가 부족한 경우’에는 조기기술로 분류해 평가 대상에서 제외해 왔음. 개정안은 신의료기술평가에 있어 ‘조기기술’ 개념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

⇒ (문제점 및 반대이유): 2013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발표한 ‘신의료기술평가 가이드라인 개발’ 보고서 중 2010년~2012년도 조기기술 사례 분석에 따르면 조기기술은 안전성과 유효성 결과를 보고한 관련 비교문헌의 수가 0~2건 정도인 경우임. (절반 이상은 0건임.) 연구 문헌 자체가 없는데 신의료기술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므로, 연구 문헌이 부족한 경우 평가 대상에서 제외·탈락시켜온 기존 체계는 타당함.

실제로 2007년~2016년 신의료기술평가가 완료된 1800건 중 탈락한 기술은 700건이고 이 중 대부분(503건)이 ‘조기기술’이었을 정도로, 근거가 부족한 수많은 의료기술이 평가기관의 문을 두드려 왔고 근거가 없었으므로 도입이 차단되어 왔음.

정부가 연구 결과가 부족한 기술들을 평가대상으로 진입시키겠다는 것은 근거 중심 평가체계 자체를 허물고 국민의 안전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으로 볼 수밖에 없음.

 

○ 신의료기술평가 기간 축소 (안 제4조)

- 개정안은 신의료기술평가 기간을 280일에서 250일로 축소하고, 체외진단기기의 추가검토기간을 110일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

⇒ (문제점 및 반대이유): 신의료기술평가는 의료기기 및 치료재료를 활용한 의료행위의 안전성과 효과를 평가하는 핵심적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기간과 대상이 갈수록 축소되어 왔음. 의약품의 경우 허가기간이 단축될 때마다 비례해 부작용이 증가하고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한 시장퇴출 가능성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 이는 의료기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임. 평가기간을 축소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손쉬운 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이지만 환자에게는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음.

의료기기 업체들은 한국의 평가기간이 너무 길어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외국과의 경쟁에서 밀린다고 말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님. 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운영하는 주요 선진국들은 한국보다 긴 평가기간을 갖고 있음. 호주는 12~18개월, 영국은 9개월 혹은 13개월, 캐나다 13~15개월, 미국 9개월 등임. 한국은 최대 9개월로 세계에서 가장 짧은 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제 250일(약8개월)로 이것을 더 단축하겠다는 것은 절대 불가하고 어떠한 정당한 근거도 없음.

 

□ 종합

 

○ 혁신의료기술은 신의료시술평가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이 기존 기술에 비해 현저히 개선된 경우에만 인정될 수 있는 것이며, 이를 입증할 만한 타당한 근거도 확립되어야 함. 타당한 근거도 없이 혁신의료기술의 심의 대상을 사전에 분류하여 지정하거나, 문헌적 근거가 미약한 기술을 별도 평가 트랙을 통해 ‘혁신’으로 포장하고 이를 임상현장에 확산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음. ‘조기기술’ 개념 삭제 등 임상적 연구결과가 없는 의료기술을 도입시키기 위한 신의료기술평가제도 무력화, 신의료기술평가 기간을 단축 등도 즉각 중단돼야 함. 이는 국민안전을 포기하는 행위임. 박근혜정부보다 더 심한 의료영리화·규제완화를 펼치는 문재인정부에 우리는 경악할 수밖에 없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기기 규제완화를 통해 산업계에 특혜를 주는 본 개정안은 반드시 폐기되어야 함.

 

 

2019. 1. 23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광주전남보건의료단체협의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서울YMCA 시민중계실,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성남무상의료운동본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