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광풍과 인보사 사태는 무관? 식약처는 정신 차려라

[바이오헬스 산업전략 해부 ②] 인보사 사태로 본 약품 허가 간소화의 문제점 1

 

19.07.05
이동근(freemed)

정부에서는 쉴 새 없이 바이오산업 활성화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5월 22일 충북 오송에서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을 보면 바이오신약에 대한 신속 처리, 허가 간소화 등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 포털사이트에 ‘바이오의약품’ 검색어를 입력하면 ‘잭팟’, ‘경쟁력’, ‘코스닥 상장’, ‘주식 급등’ 등의 단어가 가득하다.

반면, 한 달 전만 해도 온 국민을 분노하게 했던 국내 1호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에 대한 후속 뉴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인보사는 한때 한국이 자랑하는 바이오의약품이었지만 지금은 그 관련성을 부정 당한다. 혹시나 영향을 줄까 경제지들은 인보사의 허가 취소가 K바이오의 악재가 돼선 안 된다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인보사 사태는 한국의 바이오의약품 산업에 경종을 주는 사건임에 틀림없다. 그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인보사 사태를 통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례적인 두 번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3일 오전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확정해 발표했다.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3일 오전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확정해 발표했다.
ⓒ 코오롱생명과학 제공 관련사진보기
인보사는 국내 최초로 허가받은 유전자 치료제이다. 식약처는 처음 허가해 보는 유전자치료제인만큼 전문가집단의 자문을 여러 차례 구해야 했다. 또 인보사를 최종 허가하기 위해 식약처 자문 위원회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를 진행하였다.
중앙약심은 인보사가 유전자치료제로서 기존치료제에 비해 안전성, 유효성이 명백하게 개선되지 못했다며, 품목허가를 거부하였다. 총 7명의 전문가 위원들이 한 시간여 동안 토의하며 내린 결론이었다. 하지만 식약처는 이례적으로 중앙약심의 최종 검토결과를 뒤집고, 두 달 만에 새로 회의를 개최하였다. 식약처는 지난 중앙약심에서 3상 임상시험 전 회의내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중앙약심은 회의 전에 임상시험 자료 등 여러 자료들을 당연히 검토한다. 그 중 그전에 열렸던 심의 내용을 살펴보지 않았을 리 없다.

식약처의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 열린 두 번째 중앙약심 회의는 식약처의 의도대로 인보사 허가를 찬성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게 된다. 이례적인 두 번의 중앙약심은 결국 2년 만에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로 돌아왔다.

미국판 인보사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1995년 비만치료제인 리덕스 허가에 대하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자문위원회를 개최하였다. 그런데 FDA 자료에는 리덕스의 안전성에 관한 보고들이 생략되어 있었고, 몇몇 전문가는 이미 허가되었던 프랑스에서의 폐고혈압에 대한 유해사례 보고를 근거로 허가를 극렬히 반대했다. 결국 5대 3으로 허가를 반대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하지만 FDA는 특별한 사유 없이 인원을 늘려 두 달 만에 위원회를 다시 열었고, 인보사처럼 리덕스도 결국 허가되었다. 리덕스는 미국 FDA에서 20년 만에 허가된 비만치료제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가 심각한 심장질환들이 끊임없이 보고되면서 2년 만에 허가 취소되었다. 이 또한 엄정한 과학적 잣대로 진행되어야 하는 허가과정에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된 결과였다. 잘못된 의약품의 허가는 약을 사용한 수십만 명을 심장질환의 위험에 빠뜨린 결과를 낳았으며, 규제기관을 통한 약의 안전한 사용을 매우 위태롭게 하였다.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

 식품의약품안전처가 3일 오전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확정해 발표했다.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3일 오전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확정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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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첫 번째 중앙약심은 왜 임상시험에서 개선효과가 있다는 인보사의 허가를 반대했을까? 이는 유전자치료제라는 치료제의 특성에 비추어 통증 완화라는 효과가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인보사엔 기본적으로 레트로바이러스 벡터, 다른 사람의 세포, 유전자 조작이라는 위험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식약처는 방사선 조사를 통해 인보사의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위험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인보사 주사액 성분 검사 결과 2액이 기존의 연골세포가 아닌 레트로바이러스의 숙주세포인 신장유래세포라는 점이 밝혀졌기 때문에 삽입되어 있는 레트로바이러스가 환자의 몸 속에 존재할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보통 숙주세포가 사멸하면 레트로바이러스는 빠져나오며 다른 세포를 감염시키게 된다. 만약 레트로바이러스가 무릎 관절 강이 아닌 환자의 혈액에 존재하다가 분열이 활발한 세포(예를 들어, 골수세포)를 감염시킬 위험은 없을까? 또는 레트로바이러스가 주변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시켜서 몸에 종양세포를 유발할 위험은 정말 없을까?

참고로 미국 FDA에서는 유전자치료제의 경우 삽입된 바이러스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장기적인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환자가 의료기관에 방문하여 주기적으로 혈액 채취 및 모니터링을 하는 등 장기추적조사를 실시하도록 가이드라인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식약처는 신장유래세포가 사멸되니, 인보사는 안전하다는 식으로 코오롱생명과학을 대변하는 입장만 수차례 반복하고 있다. 이는 규제기관이 가져야 하는 적절한 처사가 아니다. 작은 위험성이라도 찾아서 조사하고 제조업체에 문제를 따져야 한다.

식약처는 의약품산업진흥처가 되지 말아야

 식약처는 2013년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안전처로 승격된 이후에 여러 변화를 겪어왔다. 하지만 변화의 요소를 보면 심히 우려스럽다.
▲  식약처는 2013년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안전처로 승격된 이후에 여러 변화를 겪어왔다. 하지만 변화의 요소를 보면 심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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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는 2013년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안전처로 승격된 이후에 여러 변화를 겪어왔다. 하지만 변화의 요소를 보면 심히 우려스럽다. 기존의 의약품 규제기관으로서의 모습은 부속기관인 의약품안전평가원에 미루고, 대개 산업발전에 기여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엔 의약품의 허가·심사 업무를 의약품 안전국이나 안전평가원이 아닌 식약처 융복합혁신지원단으로 이관하였다. 의약품을 규제하는 부서 이름부터 지원단이라는 점은 결국 식약처가 민원인인 제약회사를 위해 일한다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현재 한국은 바이오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번에는 대통령까지 나서 바이오헬스 혁신 전략을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식약처는 유전자치료제 개발 바람에 밀려 허가하였던 인보사의 교훈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의약품의 허가에서 식약처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놓쳐 또 다른 인보사를 허가한다면, 식약처는 더 이상 국가기관으로서 신뢰받는 기관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말이다.

 

 

원문보기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