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술협력단·영리자회사 설립 두고 논쟁
노상우 기자 2019.10.30
29일 여의도 켄싱턴호텔 센트럴파크홀에서 열린 ‘제5회 헬스케어 미래포럼’ 자리에서 연구중심병원 제도 개선을 두고 ‘선순환 투자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과 ‘의료 영리화의 첫 단계’라는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바이오헬스 R&D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시작된 연구중심병원은 지난 2009년 최초 추진 후 가천대길병원, 경북대병원, 고대구로병원 등 10개 병원이 지정됐고 현재 9개 병원에서 14개의 연구 유닛을 수행하고 있다.
정성철 이화여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구중심병원이 R&D-중개·임상연구-사업화-제품개발-진료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선 병역특례기관 지정, 의료기술협력단·영리 자회사 설립과 함께 대학병원 소속 교원의 연구성과 수익이 병원에 유입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연구중심병원 중 4개 기관이 산학협력단을 통해 기술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 외 6개 기관은 대학과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기관으로 사업화를 추진 시 활용할 수 있는 산학협력단과 같은 조직이 없다. 하지만 산학협력단이 있더라도 연구개발 선순환에는 한계가 있어 별도의 의료기술협력단이 필요하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또 현재 지정제도에서 벗어나 기준을 상향하고 우수연구논문, 우수 특허 등 질적 지표를 도입한 인증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유철수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사진)은 “의료민영화와 영리병원의 첫 단계”라고 지적하며 “영리 자회사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병원에 대한 영리 행위를 허가하면 올 초 문제가 된 제주녹지병원과 다를 바 없다. 연구중심병원의 발전 방향을 논의할 때 더 공공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 교수가 발표한 내용은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이 발의한 보건의료기술진흥법 법률안과 연계해 제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의료기술지주회사와 의료기술협력단, 영리 자회사를 설립하면 영리활동을 적극적으로 추구할 수밖에 없다. 병원이 개발하고 상품화한 제품을 과잉 검사나 과잉 진료에 이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희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연구성과 관리를 위해 의료기술협력단이 필요하다”며 “병원 연구를 제어할 전문가가 부족하다. 서울대도 변리사가 4명이지만, 의과대학 관련 전공자는 1명뿐이라 모든 연구를 다루기 어렵다. 영리병원에 대한 걱정은 대학과 병원이 별도로 회계처리되니까 오히려 투명하게 관리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병원 중심 연구체계의 생태계로 봐도 중요하다”면서 “의고대학 특성상 충분한 인력을 확보할 수 없다.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을 주로 구하는데 대부분 계약직이다. 병원 연구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별도의 의료기술협력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임인택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병원은 의료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지켜야 하고 우리는 바이오헬스산업 기술 경쟁력도 키워 나가야 한다”며 “연구가 결과로 나오는 기술, 제품 서비스가 발전해 국가의 부가가치가 창출돼 국민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중심병원의 의료기술협력단을 병원의 영리화와 묶어선 안 된다”라며 “임상이 아닌 연구와 기술 영역을 발전시키면서 진료 부분에서는 의료 공공성을 논하면 된다. 과거 전자·자동차 산업이 우리나라를 이끌어 갔다면 향후 10년간 어떤 산업이 주가 될지 봐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