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8일) 식약처는 국내 보톡스 시장 1, 2위를 다투던 ㈜메디톡스가 생산하는 ‘메디톡신주’ 등 3개 품목에 대해 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메디톡신주’ 등은 흔히 보톡스로 알려진 보툴리눔톡신 제제이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2년 12월부터 지속·반복적으로 허가되지 않은 원료(원액)를 사용하고, 표시 함량(역가)을 조작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 판매하였다. 2013년과 2015년에 허위로 제출된 자료로 승인된 수량만 32만 6769바이알에 달한다고 하며, 이는 약 130만 명에게 미용 시술을 제공할 수 있는 양이다. 식약처는 이번에 허가를 취소하며 이러한 회사의 불법 행위에 무관용 조치로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는 묻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투여받았을 불량 보톡스의 유통 판매 책임은 오로지 메디톡스에 있는 것인가? 식약처는 규제기관으로서 정기적으로 생산공장의 품질관리기준(GMP)을 점검하고, 출하된 제품의 품질을 점검하여 제품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부실검증이라는 의혹이 있음에도 마땅히 져야 할 책임에서 슬쩍 빠져나가려 하는 것이다.
식약처는 제약회사들의 자료를 전문적으로 검토해야 하지만, 조작된 자료에 대한 별다른 검증을 하지 않다가 결국 내부고발자의 신고와 검찰의 수사를 통해 메디톡스의 불법행위가 드러난 것이다. 왜 식약처는 제약회사가 현장실사 등을 통해서 제출한 자료를 검증하지 않는 것인가?
이러한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는 작년에 인보사 사태를 기억한다. 무릎 관절염을 치료한다던 유전자세포치료제는 사실 종양유발이 가능한 세포로 이루어져 있었고, 주사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지금도 불안에 떨고 있다. 그 문제의 원인은 결국 식약처가 규제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더 큰 문제는 피해를 입은 환자에 대한 식약처의 대응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인보사사태 초기에도 안전성에 대한 큰 우려가 없다고 하였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번 메디톡신 사태에서도 GMP가 이뤄지지 않은 생산공장에서 조작된 원료로 만들어진 제품임에도 안전성에는 우려가 크지 않다는 근거 없는 장담을 하고 있다.
보툴리눔톡신 제제는 식약처의 주장처럼 그저 안전한 의약품인가? 기본적으로 보툴리눔은 생물테러무기의 사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국제생물무기금지 협약에 의해 관리되는 품목이다. 그리고 미국은 이러한 제제의 안전점검을 ‘허가제’로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FDA에서는 2009년부터 보톡스로 인한 사망 등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하여 최고수준의 경고인 ‘박스 경고(boxed warning)’를 하여 안전성 관리를 하고 있다. 메디톡신주와 같은 제제는 호흡마비, 삼킴곤란, 아나필락시스, 심혈관계 이상반응 등의 심각한 부작용의 우려가 큰 의약품이다. 환자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설령 피해가 없더라도 최소한 효과가 떨어지는 의약품을 허가당국을 믿고 사용한 환자들을 향한 사과와 반성, 그리고 제대로 된 의학적 설명이 당연히 필요하다.
식약처는 규제실패에 대해 철저히 고백하고 반성해야 한다. 책임을 전적으로 제약회사에게 돌리거나 안전성 우려가 없다는 식으로 넘어가선 안 된다. 전문가 자문을 받았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아 문제를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에도 충분히 해명해야 한다. 그리고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생산하는 회사 전 제품들에 대한 재검토도 이뤄져야 한다. 세계적으로 상업화된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생산하는 회사 15개 중 한국 회사만 8개에 달한다.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되었던 메디톡스의 문제가 다른 회사에 없다고 보장할 수 없다.
식약처는 제약회사의 일벌백계만 내세울게 아니라 고질적인 허술한 허가규제 문제라는 본질부터 스스로 점검하라. 관련 제품들을 전면 재검토 하라. 그리고 최대한 빨리 문제 제품을 투여받은 환자를 위한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