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백신 이상반응 의료비 지원방안, 진짜 문제는 건강보험 낮은 보장성과 상병수당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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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 : 연합뉴스

 

어제(10일) 정부가 백신 접종 후 중증 이상반응에 대해 인과성이 부족하더라도 의료비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막대한 병원비 부담과 생계곤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적절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는 깊은 불만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에 내놓은 대책 정도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첫째, 1인당 최대 1000만원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백신 접종 후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 진단을 받은 간호조무사의 가족은 치료비와 간병비를 일주일에 400만원씩 부담하고 있고 6개월~1년 치료와 재활을 해야 한다고 청와대 청원을 통해 호소했다. 3월에 접종 후 사지마비를 겪은 20대 작업치료사는 이미 병원비가 1500만원 넘게 발생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게다가 생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백신 이상반응을 겪는 환자 본인은 치료를 받느라, 그리고 가족은 간병을 하느라 생업을 중단하고 있다. 단지 의료비를 지원해서는 삶을 이어나갈 수가 없다.

정부는 최소한 백신으로 인한 피해가 아니라는 것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모든 경우 무상 치료를 하고 상병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지금 내놓은 정책은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충분한 보상’과는 거리가 멀다. 백신접종 관련해서는 국가가 완전히 책임진다는 믿음이 있어야만 백신 접종의향도 더 이상 감소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백신 접종과 무관하게 누구나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받아야 한다.

최근 한국에서 ‘인과관계’가 환자들과 언론의 주요 관심사였던 이유는 치료비 보상 때문이었다. 그런데 유럽국가들과 캐나다 같은 곳에서 ‘치료비 보상’이라는 쟁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 나라에서 아플 때 치료받고 생계지원을 받는 것은 보상이 아니라 ‘권리’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시민들은 이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인과관계’를 인정받아 국가로부터 시혜를 받기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이다. 정부가 이번에 보상 범위를 다소 확대한다고 결정했지만 이 같은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들의 질환이 백신 접종 때문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서민들이 어떤 이유에서든 중병에 걸리면 엄청난 치료비를 내야 하고 생계도 막막해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한국은 건강보험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고 잘못 알려져 있지만 입원보장률이 65%로 OECD 평균 88%와 비교해 매우 낮다. 낮은 보장성 때문에 가처분 소득의 40% 이상을 의료비로 쓰는 재난적의료비 지출가구가 7.5%로 미국(7.4%)보다 많다. 게다가 OECD 회원국 가운데 상병수당이 없는 단 4개 나라 중 하나이다.

코로나 시기 한국에서는 오로지 확진자 치료비만 무료이다. 그래서 예컨대 코로나 의심환자로 치료받다가 결국 음성판정을 받으면 수백만원 이상의 치료비가 청구된다. 이런 일은 대다수 OECD 국가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좋은 건강보험제도’ 덕분에 코로나를 극복하고 있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오히려 이번에 확인하듯 건강보험 부실로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결과까지도 빚어지고 있다.

 

질병치료와 치료 중 생계보장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건강보험 보장성은 거의 답보상태이고, 상병수당 추진도 말뿐이지 지지부진하다. 이렇게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없는 사회를 방치한 책임은 정부에 있는데, 백신 이상반응이 의심되는 환자들에 대해 정부는 수개월 간 ‘인과관계’를 운운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다가 그나마도 매우 부족한 ‘보상책’만을 내놓고 있다.

우리는 정부에 요구한다. 치료비와 생계대책은 부족함 없이 충분해야 하고, 따라서 이번 대책은 전면 보완되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실질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는 지금까지의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니라 팬데믹 시기에 진정 필요하고 OECD 대부분의 국가가 시행하는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방향이어야 한다. 우리는 모든 시민들과 함께 권리로서의 건강을 계속해서 요구할 것이다.

 

 

 

2021. 5. 11.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