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정책심의위 시민사회 대표 위원들의 항의 퇴장과 전국 노동시민사회의 강한 반대 속에서도 누더기 5년계획 강행 발표한 정부 규탄한다.
정부가 어제(2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제「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1∼’25)」을 확정했다. 전국의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4월부터 이 계획이 최소한의 공공의료 확충의지도 담지 못한 기만적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폐기와 재논의를 촉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정부가 결국 심의를 강행하고 통과시켰다. 정부의 기본 계획과 심의절차는 다음의 문제가 있다.
첫째, 정부의 5년 계획은 최소한의 내용도 갖추지 못한 생색내기 수준이다.
정부는 ‘지역 공공병원 20개소를 확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중 신축은 단 3개소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이미 설립이 확정되었거나 사실상 확정된 지역을 의미 없이 재발표한 것이다. 결국 향후 5년간 공공병원 신축 계획은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증축과 보수(이전·신축)계획을 밝힌 곳들은 ‘쥐가 나올 정도로 낙후된 병원’이거나 병상이 너무 적어 지역 거점의료기관 역할을 할 수 없는 지역들을 그나마 전부도 아닌 일부에 한해 보충하겠다는 수준이다. 이런 정부 계획이 다 지켜져도 현재 8.9%인 공공병상이 5년 후 겨우 9.6%가 되는 데 불과하다.
OECD 평균 70% 이상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30%는 되어야 하고, 주요 대도시인데도 공공병원이 없거나 1개 뿐이어서 코로나 상황에 극심한 고통을 겪은 울산, 광주, 대구, 인천 등을 비롯해 17개 시도에 단기적으로 2개씩은 되도록 공공병원을 지어야 한다는 최소한의 요구는 무시되었다.
정부는 향후에 이런 지역에 ‘공공병원 수요조사를 하고 설립을 적극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황당한 소리다. 국가는 공공의료 설립의 주체다. 수요조사 운운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 나서 공공의료 취약지를 파악하고 계획을 세워 설립을 주도하는 것이 마땅하다. 시민사회의 비판에 직면하여 유체이탈식 변명을 늘어놓는 것에 불과하다.
의료인력도 간호학과 증원과 지역간호사제 같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는 우려스러운 정책을 내놓았고, 의대정원 확대는 의사단체와 논의하겠다며 의지부족을 드러냈을 뿐이다. 따라서 온갖 말잔치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이번 계획은 아무런 알맹이가 없다.
둘째, 절차적으로 부족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한 행정 독단이다.
어제 정부가 이 계획을 심의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산업계와 민간의료공급자 위주로 구성되어 공공의료 계획을 논의하기에 부적절한 회의체였다. 이미 ‘공공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공공의료기본계획을 논의하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는데 정부는 9월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이 졸속 계획을 급하게 통과시켜버렸다.
‘수요자’ 위원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에 항의하며 어제 회의자리에서 퇴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실상 시민을 대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두 단체를 배제하고 이 기본계획을 논의해 확정해버렸다.
이 뿐 아니라 전국의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이 계획이 미흡하여 향후 계속될 감염병 재앙과 시장의료의 폐해를 전혀 극복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서울·경기·인천과 울산, 제주에서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가졌고 광주와 부산, 대전에서도 이를 규탄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런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했다. 이번 발표는 내용적으로도 절차적으로도 아무 정당성이 없다.
이번의 비민주적 ‘공공의료 포기계획’ 발표로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상황에서 공공의료를 방치한 정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공공의료 강화 투쟁을 포기할 수 없다. 지역의료원 설립 투쟁과 공공의료 강화 운동을 더욱 강하게 벌여나갈 것이다.
정부는 마지막 임기 동안 기업 돈벌이를 위한 민간보험 활성화, 개인정보 상업화 등 추진하고 있는 의료영리화를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모든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진지한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시민들이 지켜보고 저항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