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원격의료·원격조제, 신의료기술평가 규제완화 등 의료영리화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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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 : 라포르시안

- 복지부의 부적절한 ‘이용자협의체’ 의료영리화 논의 중단하라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10일 기업들과의 모임에서 ‘규제챌린지’라는 이름의 규제완화책들을 발표했다. ‘기업들의 애로와 답답함을 풀어보겠다’며 15개 항목을 발표했는데 이 중 무려 5개가 의료영리화 사안이었다. 여기에는 원격의료와 신의료기술평가 규제완화가 포함되었다. 그리고 오늘(6/17), 보건복지부가 ‘이용자 중심 의료혁신 협의체’(이하 ‘이용자협의체’)라는 임의의 테이블을 열어 원격의료와 신의료기술평가 규제완화를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가 임기 막바지에 공공의료 강화가 아니라 의료영리화를 전방위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노동시민단체들은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첫째, 감염병 재난 빌미로 한 기업과 대형병원 돈벌이 위한 원격의료 추진 중단하라.

코로나19를 통해 우리는 환자를 돌볼 병원도 부족하고 인력도 극히 부족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정부는 공공의료 개혁은 하지 않고 ‘원격의료’라는 오답을 꺼내들고 있다. 원격의료로는 중환자를 돌볼 수 없고 감염병 환자를 치료할 수 없으며, 응급·분만치료도, 취약계층 의료공백도 해결할 수 없다.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진료는 재난 상황에 어쩔 수 없이 한시적으로 허용되는 것이지 제대로 된 진료가 아니다. 불완전한 원격진료 기술로는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없고, 제대로 보완도 할 수 없다. 대면진료 사각지대는 공공의료기관 확충과 방문진료로 해결해야 환자를 충분히 이해하고 돌보고, 치료할 수 있다. 대기업과 대형병원이 주도하는 상업의료인 원격의료와 약 배송은 공공의료·돌봄 강화와는 정 반대로 약물에 의존하는 지금의 3분 진료 행태를 더 심화시키는 길이다. 한국처럼 민간의료기관이 95%인 상업적 의료체계의 나라에서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의료의 시장성은 극대화될 것이고 일부는 돈벌이를 하겠지만 환자들은 의료비 상승과 왜곡된 의료체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둘째, 환자 생명·안전 직접 위협하는 신의료기술평가 규제완화 중단하라.

기업들은 신의료기술평가 제도가 중복규제라며 규제완화를 오랫동안 주장해왔고 정부는 이에 동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약처는 의료기기가 잘 작동하는지 정도만 평가한다면, 신의료기술평가는 그 기기를 사용한 수술·처치 등의 의료행위가 환자에게 부작용이 없고 안전한지, 임상에서 효과가 있는지를 평가한다. 신의료기술평가를 없애거나 완화해 새로운 의료기술을 쉽게 통과시키면 의료기기·줄기세포 업체 등은 엄청난 이득을 보겠지만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은 지킬 수 없게 된다. 기업들이 왜곡하는 대로 한국에만 있는 규제도 아니다. 주요 선진국들은 대부분 이 제도를 운영하고 한국보다 더 오랜 기간 엄격하게 평가하고 있다.

정부는 평가 기간을 계속 단축하고 있을 뿐 아니라 평가기준도 점점 완화하고 있다. 또 체외진단기기는 아예 평가 대상에서 제외시키려 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기술들을 병원에서 먼저 사용해보고 문제가 있는지 사후 평가하겠다는 방침이다. 병원에서 치료받는 환자를 임상시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미 무너지고 있는 평가제도를 복구하기는커녕 기업들이 원한다는 이유로 없애거나 더 규제를 풀겠다는 것은 시민의 건강과 안전보다 기업 이윤 우선의 정책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셋째, 복지부는 ‘이용자협의체’에서의 의료영리화 논의를 중단하라.

보건복지부는 정부의 원격의료와 신의료기술평가 규제완화 등의 정책을 ‘이용자협의체’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자협의체는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의사 진료거부 사태 이후 의사협회와 ‘의-정협의체’를 구성했을 당시 의사들의 목소리만 귀담아 듣는다는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만들었으나, 정부가 임의로 구성했을 뿐 법적인 근거도 없고 대표성을 부여받은 기구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처럼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수많은 시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중대사안을 이 협의체에서 논의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결국 정부가 시민사회단체들과 협의했다는 형식적 절차적 정당성만을 쌓기 위해 근거 없이 임의로 구성한 협의체를 부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지난 1년 동안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용자협의체’는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왔다는 점에서, 이 협의체 논의가 민주적인 절차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기도 어렵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의료영리화를 밀어붙이는 행위를 분명히 반대한다.

 

정부는 최근 시민들의 공공의료 강화 염원을 무시하고 알맹이 없는 내용의 ‘5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제 의료영리화 추진에 적극 나서려 한다. 규제챌린지에 포함된 인체유래물연구 규제완화, 의료기기 제조사내 임상시험 허용 등은 시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내용이다. 또 민간보험 활성화를 위해 공공데이터를 넘겨주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병원 인수합병 등도 국회 논의를 앞두고 있다. 쏟아지는 의료민영화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문재인 정부에 경고하건대 기업을 위한 의료영리화는 시민의 심판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를 모두 즉각 중단하여야 한다.

 

 

2021. 6. 17.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행동하는의사회, 성남무상의료운동본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 경남보건교사노동조합, 건강정책참여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