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기재부
어제(31일) 정부가 2022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예산 96조 9,377억원 중 공공병원 확충 예산은 사실상 없고 건강보험 강화 예산은 미미하다. 반면 의료상업화 예산과 계획이 더 두드러진다.
첫째, 공공병원 확충 예산은 또다시 비었다. 기존에 이미 설립이 확정된 대전의료원 설계비 예산 정도만 배정되었을 뿐이다. 이는 10% 공공병상을 5년간 단 1%p만 늘리겠다는 정부의 안이한 계획을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사실상 깡통 예산이다. 우리는 감염병, 기후위기, 건강불평등에 따른 사회 안전망으로서 최소한 70개 중진료권 별로 적정 규모 공공병원을 설립해야 하고 이를 위해 연간 2.2조원은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문재인 정부는 이를 마지막까지 묵살하고 있다.
둘째, 건강보험 국고지원 의무를 또 한번 이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국고 지원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데도 올해는 예상수입액의 14.3%만 지출했고, 내년에도 약 14~15%만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민들의 건강보험료율은 물가인상률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으로 인상하고 제 때 납부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제재를 가하면서도, 정부 자신은 당연하다는 듯 매년 불이행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산업화 등으로 기업에게 쏟아부을 예산을 발표하면서도 건강보험에 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셋째, 의료보장 예산은 너무 미흡하다. 정부는 ‘아프면 쉬라’고 하면서도 상병수당은 내년 7월에야 시범사업을 시작하는데 보장수준이 최저임금의 60%인 일 41,860원에 보장기간도 90~120일에 불과하다. OECD 국가들은 대체로 (최저임금이 아니라) 기존 소득대비 60~100%를 보장하고, 보장최대기간도 1년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시범사업부터 부실하다. 또 정부 공약이었던 부양의무제 폐지는 의료급여에 있어서는 결국 공약이 파기되는 것이 예산안으로 확인되었다. 재난적의료비는 지원대상을 대폭 늘린다는 포장과 달리 실제 예산은 지난해보다 1억원 증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넷째, 의료상업화 예산은 대폭 책정되었다. 의약품, 의료기기, 재생의료, 데이터, 규제완화 등에 8,955억원을 쓰겠다고 발표했다. 공공의료·의료보장에는 찔끔 예산인 반면 영리 기업들을 위한 의료데이터 규제완화와 제약·의료기기 기업에 막대한 우리 세금을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또 연구부터 실증까지 전주기 지원을 하겠다고 하면서 의료기기는 허가도 되기 전에 환자에게 사용해서 근거를 축적한 다음 이를 토대로 수가우대까지 해주겠다는 계획(‘BIG3 회의’)과 연계시켰다. 즉 환자를 실험대상 삼겠다는 내용의 예산안이다. 또 민간보험사를 위한 의료영리화 정책인 영리 건강관리서비스도 ‘국가 차원의 건강관리 강화’로 포장했다.
시민사회는 지난해 2021년도 예산안이 ‘공공의료 0원 계획’이고 감염병 상황에서조차 의료산업화에 몰두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런데 내년도 정부 계획도 크게 다르지 않다. 참담하다. 돈이 가는 곳에 정책이 간다. 이러한 재정 우선순위는 평범한 많은 이들의 생명보다 기업 이윤이 우선이라는 정부 의지 표명과 다르지 않다. 정부와 국회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언제쯤 우선순위에 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