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건강권 방임 말고 제대로 보장하라.
- 노숙인도 아플 때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받을 권리 보장하라.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 폐지’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이것이 홈리스 의료공백을 낳고 건강권을 크게 제약한다는 이유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주의 단계 이상의 위기경보가 발령된 때에만 노숙인 진료시설을 확대하는 내용의 고시를 행정예고했다. 그러나 우리는 위기경보 시 확대가 아니라 차제에 정부가 주도하여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2항 (이하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를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
첫째, 노숙인 진료시설을 별도로 정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다. 한국에서는 대다수의 시민이 원할 때 가까운 병원에 갈 수 있지만, 노숙인은 눈앞에 병원에 있어도 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공개한 노숙인 진료시설은 291곳으로 이 중 약 80%는 보건소이고, 종합병원은 40곳도 채 되지 않는다. 재활병원은 단 한곳도 없으며 요양병원은 전국에 한두곳 뿐이다. 때문에 노숙인들은 아플 때 병원을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거나, 교통비가 없어 치료를 포기하기도 한다. 국가인권위는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사회보장제도 운영 취지에 부합하기보다는 오히려 보편적 의료서비스 접근권을 침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 증진에 노력할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평가하며 제도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정부는 이 권고에 따라야 한다.
둘째, 노숙인의 건강은 재난상황에 한시적이 아니라 항상 보장되어야 한다. 해당 고시는 노숙인이 ‘감염취약계층’이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재난상황에 준하는 경우에만 한시적으로 취한다고 정하고 있다. 코로나19시기 정부의 ‘공공병원 쥐어짜기’로 인해 노숙인들은 그나마 이용할 수 있었던 소수의 의료기관에서조차 쫓겨난 것일 뿐 노숙인들의 의료공백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상수였다. 노숙인들이 감염병 시기 뿐만 아니라 언제나 모든 의료기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행정예고가 고시 제1조(목적)에 명시된 ‘감염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노숙인의 의료접근성을 제고’하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크게 부족하며, 노숙인 건강권 보장을 위해 당면한 과제는 한시적 지정 진료시설 확대가 아니라 지정제도 폐지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