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 : 연합뉴스
- 의료 현장은 붕괴되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코로나 감염자 수를 줄여 피해를 최소화하라.
- 재정건정성을 내세워 죽음을 방치하지 말라. 방역강화 긴급조치와 이를 뒷받침할 재정지원과 사회적 지원정책을 시행하라.
정부가 거리두기 추가 완화 혹은 폐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우리는 이것이 매우 위험하고 완전히 잘못된 결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BA.2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감소세가 유지될지 확실치 않고 줄어들더라도 완만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거리두기 완화는 매우 나쁜 정책이다. 폐기는 말할 것도 없다.
지금이라도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이미 닥친 의료붕괴의 피해를 줄이고 수천 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 지금부터 감염자 수를 어떻게라도 줄여야 그나마 피해자 수가 줄어 든다. 감염 커브를 평탄화(flattening the curve) 해도 이미 발생한 환자 수 때문에 4월 비극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심각한 상황이 예고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이,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람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라도 환자 수를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정부가 제시하는 수치는 부정확하고 이미 의료는 붕괴되었다.
지금 중환자들은 중환자실 밖에서 죽어가고 있다. ‘중환자병상 가동률 70%’라는 정부 발표는 이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다. 많이 알려졌다시피 현재 격리해제 후 중환자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또 중환자는 중등증 병상, 요양병원과 요양원에도 있는데 이들도 잘 집계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의 중환자수는 부정확하고 과소추계된 숫자다. 또한 많은 코로나19 환자들이 일반환자 병상에서 치료받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발표하는 병상가동률 수치 자체가 의미가 없다.
코로나 사망자도 과소보고(underreport)되고 있다고 보인다. 격리해제 후 사망한 경우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들이 있으며 아예 보고되지 않는 경우들도 있다고 보인다. 따라서 정부가 내세우는 숫자 자체가 현 상황을 판단할 객관적 기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부정확한 정부 코로나 통계로도 한 달 사이에만 7,128명이 사망했다. 이미 화장장, 장례식장 뿐 아니라 안치 냉장고도 부족해 시신이 부패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확진과 사망 사이 2~3주 간극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사망자는 더 급증할 것이다. 하루 1,000명 이상 사망할 수 있다는 예측이 전혀 무리하지 않다. 특히 요양병원과 요양원 집단감염이 많다는 점은 비관적이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상상하기 괴로울 정도다.
병원에서는 확진되어 증상이 있는 의료인조차 환자를 돌보고 있고, 일부 병원은 아예 의료인에게 검사를 받지 못하게 하면서 출근을 강요하고 있다. 운영할 사람이 없어 병상과 수술실이 문을 닫고 있다. 의료붕괴 속에서 코로나 환자가 아닌 환자들도 병원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기 꺼리는 현실도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유급병가도 상병수당도 최소한의 손실보상도 없는 현실에서는 영세자영업이나 택배 노동자 등은 격리하면 생계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어차피 격리지원금도 얼마 되지 않고, 확진되어도 정부가 관리나 치료를 해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고위험군 재택치료자에 대한 전화 모니터링조차도 중단되었다. 정부 역할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진단을 꺼리는 상황에서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조차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둘째, 지금 방역을 강화하고 재정지출을 할 때다.
지난 2년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엄격한 방역정책을 시행하면서도 그로 인한 고통은 노동자, 자영업자,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겼다. 재정지출도 극도로 아꼈고, 해고금지나 퇴거금지, 유급병가와 상병수당 등 사회정책도 도입하지 않았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방역은 감염자 수는 줄였지만 방역정책에 대한 불신을 낳았다. 감염자 수를 낮은 상태로 유지하며 확보한 시간동안 의료역량도 높이지 않았다. 서민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방역정책에 대한 저항이 커지자 현 정부는 사회정책과 재정지출로 서민들의 삶의 고통을 덜어주는 대신에 무책임하게 방역을 완화했다. 이 결과가 지난 11~12월 위드코로나 사태와 이번 오미크론 대유행이다. 공공의료가 취약한 한국에서 방역완화는 재앙으로 드러났다.
‘거리두기 정책은 효용이 다했다’고 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거리두기가 이동량 감소에 영향을 점차 주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가 재정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 중 한국은 코로나 대응 재정지출이 거의 최하위권이다. 일본만 해도 8시까지 영업하고 주류판매를 하지 않아달라는 정부 요청을 받아들이면 매일 약 60만원을 지원해왔다. 이 때문에 오미크론 유행도 짧은 시간안에 고비를 넘겼다. 한국 정부도 재정지출을 하고 사회적 지원정책을 써서 이동량을 줄여야 한다. 방법이 있는데도 정부가 돈을 아끼느라 생명을 포기한다면 그보다 비윤리적인 일이 있을까?
유급병가와 상병수당을 도입하라. 영세자영업자에게 손실보상을 하라. 사람들이 검사받고 격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는 결코 무증상이거나 경증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아플 때 쉬면서 몸을 회복하고 후유증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또 사람들이 증상을 숨기면서 음식을 만들고 배달하거나 작업장에서 노동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감염을 확산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대형민간병원을 제대로 동원하라. 여전히 상급종합병원은 최대 4% 병상만 쓰고 있다. 외래도, 비응급·비중증 환자 치료도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돈벌이 진료는 유지되고 있다. 모든 의료자원이 비상 대응을 위해 재배치되도록 해야 한다. 또 정부는 공공병원부터라도 인력을 충원하라. 민간병원을 강제할 수 없다면 최소한 공공병원부터라도 재정지출을 통해 인력을 대폭 확충하라.
현 위기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최대의 보건위기이다. 정부는 위기를 위기라고 솔직히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방역완화는 어불성설이다. 대안이 존재하는데도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살리지 않고 죽음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방역을 강화하고 정부 책임을 다해야 한다. 우리는 방역에 대해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정부를 보고 있다. 우리는 의료인으로서 문재인 정부가 이제라도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자기 역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