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조치는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방역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정부가 최근 코로나19를 2급 감염병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월 하순부터 치료와 검사비 지원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유급휴가비 등 격리 지원을 없앤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이 같은 조치가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방역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
치료비 중단과 축소는 큰 고통을 초래할 것이다. 지금도 격리 기간(검체 채취일로부터 7일)까지만 치료비를 지원하는 정책 때문에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에게 수천만원에 달하는 치료비가 청구되고 있다. 월 3~4백만원에 달하는 간병비도 별도 부담이 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의하면 코로나19 중환자 평균 입원일수는 31.6일인데 치료비를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7일도 되지 않는다. 미국과 몇 나라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코로나19 치료비를 국가가 전적으로 부담한다. 한국에서 부과되는 치료비는 중산층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비문명’은 달리 있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치료받느라 생계파탄이 일어나는 현실에 있다. 이번 조치는 이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외래진료에 대한 지원 중단도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적잖은 고통일 것이다.
정부 정책은 검사와 격리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정부는 15일 거리두기를 해제하면서 개인방역 6대 수칙을 발표해서 ‘아프면 검사받고 집에 머물며, 고위험군과 접촉을 최소화’하라고 했다. ‘거리두기가 해제된 만큼 일상 속 감염차단이 보다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면서 검사비도 유료화하고 격리 지원도 끊는다고 한다. 모순된 정책이다. 이는 비용을 지불할 수 있고 격리를 할 수 있는 노동조건을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엄격히 나눠놓을 수 밖에 없다. 후자의 사람들은 자신과 타인의 건강 위험을 감수하도록 강요받을 것이다. 한국은 특히 미국과 함께 OECD에서 유일하게 법정 유급병가가 없는 나라이므로 그나마 있었던 격리의무 조치와 지원조차 끊긴다면 확진받은 후에 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할 것이다. 입원하지 않는 코로나19 환자도 상당한 고통과 후유증을 경험할 수 있는데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릴 것이다. 이는 건강 문제와 방역 문제 모두를 낳을 것이다.
이렇게 정부 조치는 검사와 격리, 치료를 물리적으로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이제 팬데믹이 끝이고 더 이상 검사와 격리가 불필요하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도 지적하듯 자연면역과 백신면역 모두 효과가 감소할 수밖에 없고 변이 때문에 재유행을 맞이할 수 있다. 이런 조건 속에서 성급한 지원조치 해제는 불안정한 상황을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다. 영국 정부도 지난 2월 과학자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성급히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기(living with Covid)’로 전환해 격리지원을 중단하고 진단검사를 유료화했다. 그리고 그 직후 BA.2 변이 확산과 맞물려 결국 재유행이 왔고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런 선례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19 초기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감염은 저소득층에게 더 빈번하게 나타났다. 이는 격리를 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조건의 차이 등에서 비롯했을 것이다. 이런 불평등을 더 심화시켜선 안 된다. 오히려 정부 책임과 사회안전망이 크게 부족한 이 나라에서는 그것이 강화되어야 한다. 실질적 격리가 가능하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지원은 더 충분히 해야 한다. 나아가 법정 유급휴가와 제대로 된 상병수당을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코로나19 치료비에 대해서는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또 정부는 유행 규모가 줄었더라도 감염자를 가능하면 줄이기 위한 노력을 멈춰선 안 된다. 그래야 ‘롱코비드’의 위험과 중환자·사망자의 발생위험, 그리고 새로운 변이발생의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가 최소한의 역할마저 놓아버리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