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20일) 코로나19 방역·의료 대응 추가대책을 발표했다. 확진자가 급증해 내놓은 대책이라고 하지만, 백경란 질병청장이 언급한 ‘국가주도 방역 포기’ 기조 그대로 국가 역할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커다란 우려를 갖게 한다.
첫째, 유행을 억제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
현재 상황은 2~4월 오미크론 때보다 심각할 수 있다. 당시에는 비록 ‘완화’라는 잘못된 선택은 있었지만 국가차원의 거리두기가 존재했다. 그런데도 초과사망자가 약 3만명이 나왔다. 지금은 거리두기 전혀 없는 상태이고 정부는 도입할 생각도 없다. 더 전파력이 강한 변이가 유행하는데도 정부는 말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정부는 ‘거리두기의 사회경제적 피해’를 말한다. 하지만 그런 피해는 정부가 제대로 지원을 하지 않을 때 발생해온 것이다. 골든타임을 놓치기 전에 유행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국가가 재정을 써서 사회적 지원을 해야 한다.
펜데믹인 코로나 19의 변이종들을 ‘치명률’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면역 회피가 가능한 변이에 감염될 수 있는 사람은 전국민이 될 수 있고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수 있다. 정부는 계속 ‘독감수준의 치명률’이라는 말을 반복하지만 독감으로 이처럼 단기간 내에 수 만명이 사망하는 사회적 재앙은 일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지난 오미크론 유행시기 사망자 수는 과소추계되어 왔고 따라서 치명률도 믿을만한 수치가 아니다. 정부의 상황인식은 너무나 안일하고 기본적 판단근거도 잘못됐다.
둘째, 요양원과 요양병원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난번 오미크론 유행시기 35~38%의 사망자가 요양원과 요양병원, 장애인시설 등 집단 거주시설에서 발생했다. 보고되지 않은 사망까지 더하면 이보다 더 큰 비중이 이 요양시설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부는 요양원·요양병원 등의 밀집 거주 문제, 돌봄 노동자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면회금지와 같은 고식적이고 비인간적인 단기대책만 내놓고 있다. 이는 노인들의 고통을 더 할 뿐 효과적 대책이 되지 못함은 지난 오미크론 시기에도 드러났다. 밀집 거주문제를 해결할 요양원·요양병원의 공간확보와 돌봄 노동자들의 1인당 요양대상자 수를 줄이는 정부의 특별대책이 필요하다.
셋째, 정부는 ‘긴축방역’을 멈추고 방역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할 사회정책을 시행하여야 한다. 유급휴가, 상병수당, 생활보장, 돌봄휴가, 방역조치에 따른 보상 등이 그것이다.
정부는 ‘민간에서 아프면 쉴 수 있는 제도정착을 위한 협력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 제도적·재정적 대책도 없어서 공허한 말 뿐이다. 미국도 코로나19 초기 유급병가와 돌봄휴가제를 바로 도입했는데 한국 정부는 왜 못하는가? 상병수당 시범사업도 기준을 높여 그 범위를 전국적으로 즉시 확대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유급휴가비, 생활지원비, 재택치료비 지원금을 삭감해놓고 ‘제도적 지원’ 운운하는 건 기만이다. 이런 ‘방역긴축’은 재확산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지원을 즉시 재개해야 하고 지원 액수는 더 늘려야 한다. 1인 10만원, 2인 15만원 수준도 너무 적다. 물가상승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돈 걱정 없이 진단받고 치료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는 ‘재정여력’ 때문이라고 하는데, 반복해 지적하지만 법인세 인하나 부자감세 여력은 있으면서 생명을 살리는 데 쓸 돈을 아끼는 것은 납득될 수 없다.
또 코로나19 격리해제 이후에도 치료비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격리 7일이 지나면 중환자라도 코로나 환자로 분류되지도 않고 천문학적 치료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앞으로 점차 중환자가 늘어날수록 이는 또다시 커다란 고통으로 시민들을 짓누를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은 국민의 생명보다 돈을 아끼는 생명경시 정책이다. 정부는 ‘과학방역’을 말하지만 국가가 방역을 주도하지 않을 때 그것은 과학이 아니라 야만이다. 트럼프 시기 미국에서 국가가 방역을 포기했을 때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보지 못했는가. 국민들이 알아서 하는 ‘회식자제’ 등은 개인위생에 해당할 뿐 정책이 아니다. 정부는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제대로 된 역할에 즉각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