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기어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일정을 내일인 24일로 확정했다. “관계자 이해 없이는 어떤 처분도 하지 않는다”고 했던 자국 어민들과의 약속도 저버린 것이다. 이에 한·일을 비롯한 세계의 시민들은 분노하며 거센 항의에 나서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독립적인 검토를 수행한 세계의 전문가들 또한 오염수에 대한 과학적 이해의 부족과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며 투기에 반대해왔다. 국내 보건의료인과 건강권연구자, 활동가 1013명도 오염수 투기를 반대하는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관련 링크: http://kfhr.org/?p=132032) 각계의 지속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염수 투기를 강행하고 있는 일본 정부를 규탄한다.
우리는 특히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규탄하며 책임을 묻는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아도 모자랐을 일본의 오염수 투기 계획에 내내 공조하며, 오염수 투기 피해의 직접 당사국인 한국 정부로서의 역할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허수아비 시찰단을 파견하고, IAEA가 일본정부에 방류 정당화의 책임을 떠넘긴 문제적 보고서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투기 일정이 확정된 지금은 한층 노골적이다. 한국정부는 ‘일본 정부의 방류 계획에 문제가 없다’며 후속대책도 벌써 후퇴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간 대통령실이 앞서서 오염수 투기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과학적이고 정당한 문제제기를 괴담으로 치부하는 가짜뉴스를 배포하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퇴행을 조장해왔다.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빠른 속도로 오염수 방류가 결정된 데에서 보듯이 오염수 문제는 군사적·지정학적 이해관계와도 얽혀있는 문제다. 세계 최대 핵 보유국 패권을 유지하며 중국을 압박하려는 미국, 원전 및 재처리시설 재가동과 나아가 재무장을 시도하는 일본정부, 그리고 이들과의 군사동맹을 추구하는 한국정부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투기를 눈감아주며 한 차원 더 위태로운 핵의 지정학으로 세계를 끌어들이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는 이러한 핵 공조를 뒷받침하기 위한 밑 작업인 셈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국은 물론 세계의 평범한 시민들은 오염수 방류는 물론 확대된 핵동맹으로 고조되는 전쟁위기로부터 얻을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생태계와 인류의 생명은 물론 나아가 평화를 위협하는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 일본 정부는 지금이라도 밸브를 틀어쥔 손을 거둬라. 분노한 한국의 시민들은 윤석열 정부가 이대로 방관한다면 정부로서의 자격을 잃을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오염수 투기를 막기 위한 행동에 함께할 것이다. 기어코 투기가 감행된다면 이를 중단시키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며, 무엇보다 핵폐수를 거부하고 평화를 요구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더 큰 투쟁으로 윤석열 정권에 책임을 물을 것임을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