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에 저항하는 사람들
이유진(녹색연합 정책협력실)
전 세계를 통틀어 하루 동안 팔리는 코카콜라는 10억 잔. 10초마다 세계 12만6천 명이 코카콜라를 마시고 있다. 1886년 미국 애틀랜타의 약사였던 존 펨버턴이 두통을 덜어줄 응급제로 만들어낸 코카콜라는 오늘날 브랜드 가치로만 705억 달러,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고립된 곳이라 할지라도 코카콜라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습니다.’라는 광고문구가 이야기하듯 코카콜라는 세계 200여 개국에서 판매된다. 세계를 주름잡는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 힘과 더불어 코카콜라는 20세기 미국문화의 상징코드가 되었다. 그래서 세계시민들은 지나친 미국의 상업주의나 제국주의에 대한 반감을 ꡐ안티-코카콜라ꡑ 캠페인을 통해 표출하곤 한다. 최근 이라크 전과 관련해 프랑스와 이슬람을 중심으로 ꡐ메카콜라ꡑ, ꡐ아랍콜라ꡑ가 불티나게 팔리는 현상과 한국에서 동계 올림픽 오노 선수의 반칙에 맞서 미국제품 불매운동 상징으로 코카콜라가 표적이 되었던 것도 같은 까닭에서였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코카콜라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도 남부 플라치마다 마을은 대표적인 코카콜라 저항지이다. 이곳에서 코카콜라가 지하관정 여덟 개를 뚫어 지하수를 마구 퍼올린 결과, 땅이 황폐해지면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논밭이 쩍쩍 갈라지고, 푸른 잎의 야자수는 시들어가고 있다. 주민들은 ꡒ코카콜라 공장이 날마다 100만 리터나 되는 지하수를 훔쳐가고 있다ꡓ고 주장한다. 100만 리터면 2만 명이 하루 동안 생활할 수 있는 양이다. 마을주민들에게 코카콜라는 엄청난 ꡐ물 도둑ꡑ인 셈이다. 1998년 코카콜라 공장이 들어선 뒤로 마을 부녀자들은 매일 5킬로미터나 떨어진 다른 마을까지 물을 길으러 다녀야 했다. 물 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코카콜라 공장에서 나온 오염 때문에 모든 우물이 음용수로 마시기에 부적합하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마을 사람들을 더욱 화나게 한 것은 코카콜라사에서 코카콜라를 만들고 난 찌꺼기를 농부들에게 퇴비 명목으로 제공했는데 그 찌꺼기 속에서 납과 카드뮴과 같은 독성물질이 나온 것이다. 약 2천명의 시위대가 코카콜라 공장으로 몰려가 공장폐쇄를 요구했고, 코카콜라사를 상대로 지하수를 둘러싼 소송을 시작했다. 결국 2003년 12월 케랄라주 고등법원에서는 코카콜라가 생산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의 공동재산인 지하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물을 조달해야 한다고 판결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코카콜라사는 케랄라 주정부를 상대로 물 부족은 가뭄 때문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우타프라데쉬 지역에서는 코카콜라 공장이 들어선 후 지하수 수위가 최소 15피트에서 최대 40피트까지 내려갔다고 조사되었다. 테인주의 쿠더스 마을에서는 코카콜라가 강에서 공장까지 파이프라인을 건설하자 그것을 막으려는 마을 사람들과 파이프라인을 지키려는 경찰간의 숨바꼭질이 벌어지고 있다. 인도 전체를 통틀어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한 타밀라두에서도 코카콜라는 하루 7만5천 리터나 되는 물을 뽑아가고 있다. ‘성스러운 도시’ 바라나시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코카콜라 공장 정문에서 시위를 하다 다치고 구속되고, 집단 단식까지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인도의 과학환경센터(CSE)는 펩시와 코카콜라가 생산하는 12개 음료수를 조사한 결과 살충제인 말라티온과 발암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발표를 했다. 과학환경센터는 일 부 음료수에 EU 안전치를 각각 30배, 36배 초과하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펩시와 코카콜라가 인도에서 음료로 사용되는 식수의 질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살충제 콜라 파문은 인도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콜라 불매운동에 불을 붙였다. 그래서인지 몇몇 인도 사람들은 코카콜라를 ‘킬러콜라(Killer Cola!)’라 부른다.
사실 코카콜라사는 인도에서 콜라만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 생수시장에도 진출했다. 인도의 보통 식당에서 탈리 정식이 25루피라면 코카콜라사가 만든 1리터 짜리 생수 킨레이(KINLEY) 한 병이 18루피다. 인도의 지하수를 리터 당 1센트도 채 안되는 값에 사들여서는 약간 정수처리를 한 후 플라스틱 병에 담아 몇 배나 비싼 값으로 되파는 것이다. 코카콜라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인도 작은 마을의 투쟁을 넘어 지구의 소중한 물을 ꡐ코카콜라ꡑ로부터 지키기 위한 국제적인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환경에 관한 자료를 해마다 조사, 발표해 온 월드워치 연구소는 2004년 ‘지구환경보고서’에서 환경오염을 상징하는 6가지 물건 중 하나로 지하수를 끊임없이 뽑아내는 청량음료로 꼽았다.
사실 수도꼭지만 틀면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이 번갈아 그것도 온도 조절까지 해서 콸콸 쏟아져 나오는 우리에게 인도 사람들의 코카콜라에 대한 저항은 먼 나라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구촌 물 문제는 이미 급박한 상황까지 이르렀다. 우리가 변기 물을 한번 내리는 양(13리터)은 개발도상국에서 평균 한 사람이 하루종일 씻고 마시고 청소하고 요리하는데 드는 양(7.6리터)과 맞먹는다. 물 문제의 심각성은 ꡒ당신의 오줌이 세계 11억 명이 매일 마시는 물보다 깨끗하다.ꡓ라는 국제환경단체의 포스터 문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더욱더 큰 문제는 물이 다국적기업의 치부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100대 기업에 물장사를 하는 프랑스 다국적기업 수에즈와 비벤디가 들어가 있다. 수에즈, 비벤디 그리고 독일의 RWE는 150개 국가, 3억 명에게 물을 공급하고 있다. 물 대기업들이 한해 2천억 달러(약3백20조 원) 이윤을 남기는 반면, 이들에게 물 공급권을 넘긴 나라들은 갑자기 인상된 물 값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볼리비아의 수돗물 공급권은 벡텔이 인수하면서 3배 상승했고, 프랑스에서는 민영화된 후 수도요금이 150%, 잉글랜드에서는 106%나 올랐다. 인도의 일부 가정은 수입의 25%를 물을 사용하는데 지출해야 한다. 요하네스버그의 흑인 빈민 밀집지역 알렉산드라에서는 수도요금을 내지 못한 사람들에게 물 공급이 갑자기 중단되었다. 결국 사람들은 오염된 물을 마시고 콜레라와 설사에 시달리고,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마출루 주민들은 살인적인 수돗물 값을 견디다 못해 다시 강으로 가서 물을 길어먹고 있는데, 물을 뜨러갔던 마출루의 아이들이 악어에 물려죽는 일도 있다. 대동강 물을 팔아 넘긴 봉이 김선달은 욕심쟁이를 골려주려 꾀를 낸 것이었지만 21세기에 등장한 김선달은 목마른 사람들에게 물 값을 더 올려 파는, 악독하기 그지없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 감히 인도인들처럼 함께 코카콜라에 저항하자고, 코카콜라 불매운동에 동참하자고 호소하진 않겠다. 그렇지만 가끔 물을 마시거나 몸을 씻을 때, 변기 물을 내릴 때 한번씩은 되뇌어보자.
“물아, 너 어디서, 어떻게 왔니? 또 어디로 갈거니? 너는 누구의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