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과 건강, 기업세계화 그리고 한미FTA (환경운동연합 로컬푸드 기고문 – 우석균)

식품과 건강, 기업세계화, 그리고 한미 FTA

1. 세가지 문제

오늘날 식품과 건강에 놓인 문제는 크게 보아 세가지이다.
첫 번째는 기아와 영양실조의 문제이다. 2000년 유엔총회는 2015년까지 달성되어야 할 ‘밀레니엄 목표’를 제정했다. 이 목표에는 극단적 기아를 제거하여 전세계 영양실조인구를 반으로 줄인다는 목표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유엔 스스로가 최소한 40개국 이상이 이 목표에 도달하기 힘들다고 인정한다. 유엔통계로만 따져도 최빈국 인구의 36%가 저영양상태로 분류되고 있으며 저발전국가의 45%, 중등도발전국가의 40%가 영양부족상태에 놓여있다. 한편에서는 하루 1달러미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12억이 넘으며 이 숫자는 계속 증가하며 극단적 기아가 만연하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적절한’ 영양상태에 놓여있다고 가정되는 선진국에서도 사람들이 적절한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또 하나의 식량문제는 비만과 부적절한 식품의 문제이다. 미국의 경우 매년 200만명의 사망자 중 40만명이 부적절한 식사와 알콜관련 질병, 앉아서만 일하는 생활습관 등으로 사망한다. 비만으로 인한 사망자만 30만명 이라는 보고도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비만, 심장관상동맥질환과 당뇨 등 모든 식품관련질환의 수준이 급상승하여 OECD국 중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비만인구비율은 30.6%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한국은 아직 이 비율이 3.2%이지만 비만의 전단계라 할 수 있는 과체중인구는 이미 25%-30%에 가깝다. 특히 문제는 소아비만의 급격한 증가인데 최근 7년 사이 두배가 늘었고 최근 지속가능발전위는10-14세 비만비율이 미국보다 높은 17.9%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비만이 늘어나는 추세속에서 경제활동인구 중 2명 중 1명이 비만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병 등의 성인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도 아닐 것이다. 당뇨환자는 지난 3년간 23%, 고혈압 환자는 33%가 늘었다.
결국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기아와 영양실조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선진국의 많은 사람들은 비만으로 인해 고통받는 모순적 세계이다. 한반도의 북과 남의 사회만 비교해보더라도 이러한 대비는 뚜렷하다. 그러나 후진국에서 기아로 그리고 선진국에서 비만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선진국에서 비만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부유층들이 아니라 빈곤층들이다. 비만과 경제상태에 대한 많은 연구들은 선진국에서 비만이 될 확률이 높은 계층은 빈곤계층임을 보이고 있다. 빈곤층들이 패스트푸드와 같은 저질식품을 주로 먹고 이러한 고지방, 고칼로리 식품이 비만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연구들을 보면 미국에서 빈곤층이 가장 높은 주들에서 비만비율이 높다. 영국에서의 한 연구는 23세 시점에서 가난한 가구에서 자란 아이들이 부유한 가구에서 자라난 아이들보다 장기간 지속되는 질병을 두배 정도 많이 가지게 된다고 결과를 보고하였다. 사회의 가장 빈곤한 층이 가장 비영양적인 음식을 먹고 장기간의 질병에 가장 쉽게 걸리게되고 가장 일찍 죽는 것이다. 그것이 기아이든, 비만이든 오늘날의 식량문제는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나 부의 분배문제와 계급적 주제와 분리될 수 없다.
세 번째 문제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직접적으로 질병과 사망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광우병과 유전자조작식품의 문제이다.
1990년대 말 영국에서 시작된 소 해면상 뇌질환(BSE), 이 소를 섭취한 인간에게 인간 광우병(vCJD)을 일으켰고 현재까지 약 2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지금도 영국에서만 최소 10만명 이상이 앞으로 발병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약 12,000명이 보균자, 즉 자신은 광우병 증세를 보이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수혈을 통해 광우병을 옮길 수 있는 사람으로 추정된다. 광우병의 공포는 현재 진행형이다. 유럽에서는 2000년 이후 모든 농장동물에게 동물성 사료를 금지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광우병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유럽에서 실패한 것으로 판명된 동물성 사료 허용정책을 여전히 시행하고 있고 2003년부터 광우병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전혀 치료방법이 없는 광우병이 현재 진행형인 문제임에도 미국은 최근 아예 국제수역사무국의 수출기준 자체를 바꾸어 광우병 발생국가도 수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정부 또한 아무런 준비와 근거도 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했고 이제는 아예 광우병 위험물질이 들어있는 것으로 밝혀진 뼈나 골수,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인 등뼈까지 수입하려 한다.
유전자 조작식품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BT산업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유전자조작 종자는 기존야생종과 교차 수분되어 ‘수퍼잡초’가 발생하고 말았고 이는 현재 미국전역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유전자조작 식품은 먹이사슬안에서 제거 불가능한 상태를 점한다. 영국의 파이프지역에서는 단 한 개 농장에서 유전자조작종자가 재배되었는데 그 첫해에 농장에서 3.2Km 떨어진 곳에서 생산된 꿀에서 유전자 조작물질이 검출되었다. 더욱 큰 문제는 유전자조작물질이 인간의 장기나 인간과 공존하는 대장균에서도 검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항생제에 저항하는 박테리아 발생이나 통제불가능한 질병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2. 거대 기업들의 이윤과 기업세계화, 그리고 FTA

문제는 오늘날 생산되는 식품들만으로도 전 세계의 인구를 충분히 먹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기아는 식량의 분배문제이지 맬더스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인구증가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카길이나 ADM 등의 초국적 거대농축산기업들이 이윤을 높이기 위해 식량분배를 조작하는 것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현재 상위 200개 식품생산기업은 1400조원 정도의 식품매출을 올리고 있고 이는 세계곡물시장의 2/3 정도에 해당한다. 이 중 2/3정도가 미국의 카길, ADM, 타이슨푸드, 월마트나 영국의 유니레버, 네슬레 등에 의해 지배된다.
오늘날 식량문제의 이해를 위해서는 IMF, 세계은행, WTO 들에 의해 강제되는 자본주의가 다음의 세가지 원칙을 위해 작동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진국에서의 가대농축산대기업의 이해와 시장의 보호. 개발도상국의 가공되지 않은 농업생산물에 대한 접근의 보장, 선진국으로부터 가공된 식품의 개발도상국 시장으로의 수출 보장이 바로 그것이다.
기아의 문제를 보자. 예를 들어 인도의 안드라프라데시나 카라나타카 등의 지역은 자신의 지역의 충분한 식량을 공급할 수 있었다. 그러나 WTO 농업협정이 빈국의 농업보조금지급을 축소한 반면 선진국의 농업보조금은 유지하는 체계를 강요하게되자 결국 선진국의 수출보조금으로 인한 값싼 수입농산품이 몰아닥쳤다. 인도 농민들은 결국 수출을 위한 목화와 꽃재배를 주 업종으로 바꾸었다. 그 결과 몬산토와 같은 거대종자기업은 이익을 올렸으나 수출은 증대되지 않았고 지력은 고갈되었으며 농민들의 자살이 줄을 이었다. 자국의 식품을 위한 식량생산은 불가능해졌다. 유엔통계만으로도 16개 개발도상국중 태국 한나라만 농업수출이 증대되었고 나머지 나라들은 농업수출이 감소하였다. 물론 선진국의 농업수출은 극적으로 증대되었다. 개발도상국들에서 최소한 3000만명의 농민들이 경작지에서 쫓겨났다.
그렇다면 선진국의 농업보조금은 과연 선진국의 농민들에게는 도움이 될까? 거대기업이 생산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진국의 농업시장에서 선진국의 농민들 또한 피해자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소규모 농장들은 매년 3000개씩 파산하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고있다. 또한 선진국의 거대농축산 기업들은 단지 생산만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다. 이른바 수직적 통합을 통해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 가공, 운송, 대부업까지 거의 모든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와 거대유통마트의 겉만 번지르르한 규격화된 식품을 통한 음식은 적절한 영양을 공급할 수 없고 이 때문에 선진국의 빈민층과 중산층은 거대기업의 이윤을 위한 규격화된 패스트푸드와 영양적으로 불균등한 음식만을 공급받을 수밖에 없다.
광우병과 유전자조작식품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유전자조작식품의 위험성을 드러내는 실험을 한 학자들은 학계에서 곧바로 매장당한다.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성을 밝히려는 실험에 대한 보조금은 지급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이미 드러난 실험결과마저도 묵살당하고 은폐된다.
그리고 이러한 개발도상국 농업시장접근 가능성의 보장, 개발도상국의 농업보조금의 철폐, 결과적으로 자국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의 감소가 세계무역질서라는 이름아래 선진국정부와 거대농기업, 그리고 세계무역기구들을 통해 관철된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이러한 모습을 현재 진행되는 한미 FTA의 농업협상, 광우병 검역협상, 유전저조작식품(GMO)협상을 통해 똑똑히 보고있다. 세계화가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이윤을 위한 세계화가 문제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세계화는 전세계적인 그물망을 통해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필자는 로칼푸드운동이 소규모 운동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리고 보다 많은 사람들을 위한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이 모순적인 식량체계를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저항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며, 따라서 한미 FTA에 대한 대중적 저항운동이 동시에 전개되어야 한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끝)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우 석 균
2007.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