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태반을 통해서 인간광우병에 전염된 것으로 추정된 환자가 발생했다.
지난 8월 30일, 대만의 질병관리본부(CDC)는 ”소의 태반 추출물을 주사받은 사람이 인간광우병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발생해서 보건당국이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타이완(臺灣) 남부의 타이난(臺南)시에 소재하고 있는 국립 쳉쿵(成功)대학교 병원이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환자로 보고한 이 사례에 대한 확정진단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병원 관계자는 “이 환자는 10개월 전부터 인간광우병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안구를 제외한 모든 신체 기능을 상실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병원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의 지시에 따라 환자의 성별을 포함한 일체의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초우치하오(Chou Chih-hao) 질병관리본부 부본부장은 “현재까지 소의 태반 주사를 통해 인간광우병에 감염된 사례가 보고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타이완에서는 소의 태반을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는 것만 허가되어 있을 뿐이며,사람에게 소의 태반을 주사를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그러므로 만일 환자에게 소의 태반 주사를 투여했다면 그것은 불법행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현재 타이완에서 불법적으로 의약품을 판매하다 적발된 사람은 최대 400만원의 벌금형이나 10년의 금고형에 처할 수 있으며, 불법 의약품으로 인한 사망사건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사형까지 당할 수 있다.
해외 체류 경험 없고, 내장 먹은 적 없으나…젊게 보이기 위해 태반 주사 맞아
대만의 언론이 이 환자의 가족과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이 환자는 해외에 나간 적이 없다고 한다. 따라서 영국을 비롯한 광우병 발생국가에 체류한 적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환자는 평소에 동물의 내장을 즐겨 먹은 적도 없으며, 다만 젊게 보이기 위해서 오랫동안 소의 태반 주사를 맞았다고 한다.
타이완 당국의 태반 주사 금지조치에도 불구하고, 많은 타이완 사람들은 불법적인 사설 시술소를 찾거나 일본으로 ‘태반 관광여행’을 떠나면서까지 값비싼 태반 주사를 맞고 있다.
만일 이 환자가 소 태반 주사를 통해 인간광우병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발병기간에 따른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의 세부 구분이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sCJD)은 발병기간이 1년 내외(평균 4~5개월)로 상대적으로 짧으며, 인간광우병(vCJD)은 발병기간이 1.5~2.5년(평균 13~14개월)으로 상대적으로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일부 학자들은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sCJD)과 인간광우병(vCJD)의 원인이 모두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으며, 비정형 광우병의 증상이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sCJD)과 유사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다양한 광우병의 아형이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환자의 13~15% 가량은 실제로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환자라고 주장해왔다.
일본, 소 태반 원료 화장품, 의약품 금지…사람 태반 원료는 판매 허용
소의 태반은 의약품에서는 색소제거와 특정부위의 발육을 돕는데 사용하며, 화장품에서는 주로 미백효과를 가진 화이트닝이나 주름을 방지하는 노화방지용 크림류로 사용해왔다.
한편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2000년 12월, 광우병이 발생한 영국 등 유럽 29개국의 소나 양, 염소 등을 원재료로 사용한 화장품이나 소화제, 피부연고 등의 의약품 제조를 금지시켰다. 아울러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는 국가의 원재료라도 태반, 뇌 및 척수 등 광우병 감염가능성이 높은 부위는 사용하지 말도록 관련 업계에 통지했다.
이에 따라 2001년 1월 31일, 생활클럽연합회와 그린생활협동조합연합 등은 광우병 전염을 예방하기 위해 소의 태반을 원료로 만든 화장품 22품목의 판매를 중지시켰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일본에서는 사람 태반을 원료로 한 ‘라에넥’과 ‘메르스몬’ 등의 의약품이 시판되고 있으며, 스위스에서는 ‘푸라센타 루치니주사’를 생산하여 수출하고 있다.
이들 제제의 경우 성분은 물론 약효성도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채 동양의학적 효용성만을 근거로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사람 태반 원료 의약품 사용…인간광우병 위험 우려
▲ 인간광우병(vCJD)에 감염된 환자의 뇌 조직 현미경 소견.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국내의 경우 식약청으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은 태반 주사제가 31개 품목(2005.5 기준)에 이른다. 이들 태반 주사제는 크게 크게 3종류로 메르스몬주(일본), 푸라센타 루치니주사(스위스), 그리고 라에넥주사액(일본)이다.
푸라센타 루치니주사는 1992년 동서메디슨이 처음으로 품목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위, 십이지장 궤양, 치조농루, 치육염등의 기능개선 치료제로 식약청의 허가를 받아 수입되고 있다.
라이넥주사액은 1993년 4월부터 간질환 치료제로 허가를 받아 수입되기 시작했으며, 메르스몬은 2003년 9월부터 갱년기장애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허가를 받아 수입되고 있다.
식약청은 이들 약품이 한약제와 마찬가지로 생약규격 관리규정에 의해 관리되고 있을 뿐 성분을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타이완에서 소의 태반 주사를 통해 인간광우병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 환자가 발생한 것처럼, 인간의 태반 주사를 통한 인간광우병 또는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 전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소의 태반을 원료로 제조된 화장품이나 연고제제의 경우에도 면도를 하다가 벤 상처나 여드름을 짜다가 생긴 상처 등을 통해 광우병 변형 프리온 단백질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식품, 의약품, 화장품 통한 광우병 감염 차단 위해 대책 마련해야
변형 프리온 단백질은 단백분해효소에 분해되지 않으며, 열ㆍ자외선ㆍ화학물질에 강한 저항성을 가지고 있다.
변형 프리온 단백질은 살코기뿐만 아니라 통뼈까지 타서 재가 되어버리는 600℃의 고온에서도 병원성이 전혀 소실되지 않는다.
또한 시체를 담가두는 강력한 발암물질인 포르말린에도 죽지 않으며, 상당 수준의 자외선을 쬐어도 살아남는다. 변형 프리온이라는 괴물은 0.001g만으로도 인간 광우병을 옮길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광우병 위험에 노출된 쇠고기를 비롯한 축산식품의 안전 대책뿐만 아니라, 화장품ㆍ의약품에 대한 철저한 관리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