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산재추방의 달을 맞아 산재노동자와 보건의료인들이 함께 한 “노동자건강권쟁취 연대 한마당” 행사가 열렸습니다. 4월 28일은 국제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입니다. 이를 맞아 연대한마당에 함께한 단체와 동지들이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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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월 28일은 국제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International Workers’ Memorial Day)이다. 이 날은 전세계의 노동자들이 노동절을 앞두고, 산재로 인해 죽은 이들을 추모하며, 살아있는 이들을 위해 투쟁할 것을 결의하는 날이다.
2. 국제노동기구(ILO)는 전세계적으로 매년 220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작업과 관련된 사고와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추산하였다. 이는 매 15초마다 한 명씩, 하루에 6000명의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꼴이다. 이는 전쟁으로 인해 죽어 가는 이들보다 많은 수이다. 모든 산업재해는 예방가능하다. 산업재해는 운명도 아니고 피할 수 없는 결과도 아니다. 모든 산업재해는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기업의 경영 활동의 결과물이기에 인간의 노력으로 예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은 기업에 의해 저질러진 살인이다.
3. 한국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03년 한 해 동안 2,923명의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하였다. 하루에 8명꼴로 죽지 않아도 될 노동자들이 사망하고 있다. 일인당 국민소득 2만 불을 바라보며 OECD에 가입한 국가치고는 한국의 산재사망률은 너무 높다. OECD 가입 국가 중 산재사망률의 수위를 다투고 있는 현실이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이면이다. 성장 위주의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무시되고 버려진 노동자의 생명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다시 한번 이윤을 위한 기업의 저당물로 전락하고 있다.
4. 기업에 의한 살인 행위를 멈추게 하기 위하여 기업과 기업주의 책임이 강화되어야 한다. 무관심과 부주의로 노동자를 죽게 만든 기업과 기업주에게 무거운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 이 처벌의 수준과 형식은 형사상 살인에 부과되는 처벌의 그것과 맞먹는 것이어야 한다. 이미 서구의 여러 나라에서는 이러한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과 기업주의 책임과 관련하여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최근 들어 하청노동자, 용역노동자, 파견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등 고용 관계가 불안정한 노동자들에게 위험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의 안전과 건강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 기업과 기업주들이 이들에게 위험을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
5. 기업의 살인 행위 예방을 위하여 정부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여야 한다.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서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에게 족쇄를 채우려면 정부의 적절하고 강력한 감시와 감독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 노동부의 감시, 감독 수준은 매우 열악하다. 적은 예산과 인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노동부의 사업장 노동 환경에 대한 감시, 감독은 형식적이고 효과가 없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는 예산과 양질의 인력을 더 투입하여 사업장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감시, 감독 기능을 대폭 향상시켜야 한다.
6. 무엇보다도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모든 과정에 노동자의 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사업장의 노동 환경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것은 현장의 노동자이다. 그러므로 현장 노동자들의 참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어떠한 제도적 개선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외국에서 이루어진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진 기업에서는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수준이 높다. 정부는 노동자 참여를 구조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제도적 개선과 실질적 행정 집행을 하여야 하고, 기업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관련된 결정권을 노동자들에게 위임하여야 한다.
더 이상 기업의 이윤을 위하여 노동자의 생명이 희생될 수 없다.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단순한 정책적 목표가 아니라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노동자의 권리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국제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이하여,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하여, 죽은 이들을 경건히 추모하며 더 이상의 살인을 막기 위하여 힘차게 투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