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열린우리당에서는 정책의총을 열어 ‘기업투자 활성화와 국가균형발전’을 목적으로 기업도시 특별법안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날 열린우리당은 별다른 합의를 이루지 못하였으나 11월 9일 다시 정책의총을 개최하여 법 제정을 당론으로 확정 시킬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기업도시특별법’은 명백한 ‘재벌특혜법’으로 소수 재벌들에게 엄청난 특혜를 부여함으로써 막대한 개발이익 독점을 허용하고, 교육, 의료, 문화, 환경 등 사회 공공 서비스 기능을 피폐하게 하며, 토지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등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를 그동안 수 차례 밝혀 왔으나 열린우리당은 전혀 귀담아 듣지 않고 급속도로 이 법안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기업도시특별법’은 명백한 ‘재벌특혜법’이다.
열린우리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업도시특별법은 무려 39개 법률에 81개 조항을 의제 처리 하는 등 국내 어떤 법보다도 우선하는 ‘초헌법적 성격’을 부여하고 있다. 더욱이 500만평의 기업도시를 개발하기 위해 18조원 규모의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은 극소수의 재벌뿐이므로 명확한 개발이익 환수 조치도 없이 이들에게 막대한 부동산 개발이익을 보장하는 초헌법적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분명 ‘재벌특혜법’이며, 이 법안을 추진하는 열린우리당은 재벌특혜당이다.
부동산을 개발할 때 아파트 한세대를 분양하면 1억원이라는 개발이익이 난다. 기업이 500만평을 개발하게 되면 거주인구가 30만명 정도 되고, 곧 약 10만 세대가 입주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약 1세대당 개발이익을 1억원으로 계산할 때 10만가구이면 약 100조의 개발이익이 나는것으로 추산이 가능하다. 다시말해 극소수의 재벌기업이 기업도시를 만들어 100조원의 개발이익을 보게되며, 이를 사회적으로 환수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민간사업자에게 토지수용권을 부여하는 것은 위헌이다.
토지를 수용하는 것은 매우 국한되어서 공공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사업에 한해 허가되어 왔다. 땅을 빼앗긴 주민은 낮은 보상을 인해 자신이 살던 지역에 재정착하지 못하고 대다수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하게된다. 그래서 이 토지수용권을 일컫어 ‘토지강탈권’이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기업도시특별법은 민간사업자가 기업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 토지를 빠른 시간안에 수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결국 재벌이 개발을 하기 위해 국민들의 귀한 땅을 강제로 빼앗고 그 땅위에 건물을 지어 상상할 수 없는 이익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 바로 열린우리당이 서둘러 만들려고 있는 이 특별법의 핵심 내용이다.
사적이윤을 추구하는 재벌기업에게 토지수용권을 부여하는 것은 국민의 사유 재산권을 보호하는 헌법의 근본취지에도 위배되어 위헌의 소지가 분명하고, 더 나아가 도시개발의 공공성을 파괴하는 일이다.
기업도시특별법은 국가의 공공서비스 기능을 포기하고 있다.
기업도시특별법으로 만들어진 도시에는 그 재벌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주로 입주하게 된다. 또한 그 속에 기업이 설립 운영할 수 있는 학교와 병원들은 영리법인으로 건설되어 일부의 사람들에게 양질의 의료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국외의 사례를 볼 때 병원과 학교를 영리의 목적으로 설립할 경우 그 비용은 당연히 높아지게 되는 데 결국 국가가 국민에게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할 의료와 교육의 서비스를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제공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매우 큰 사회적 불평등을 가져올뿐만 아니라 매우 심화시키는 길이다.
의료 및 교육기관을 비영리법인으로 규정해 놓은 것은 의료, 교육이 공공서비스의 영역에 속하고 이러한 공공적 서비스가 국민의 기본권의 영역이며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바탕하는 것이다.
이 특별법이 제정되어 학교, 병원을 비롯해 문화, 레저 시설을 영리법인이 자유롭게 설립, 운영토록 하는 것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공서비스의 기능을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사안이다.
기업도시특별법은 기업 경영의 개선을 후퇴시키고 기업경쟁력을 악화시키는 법이다.
지난 IMF 시절, 그 어려운 경제적 시기를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기업들, 특히 재벌기업들의 경영이 불투명했기 때문임을 많은 사례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지금의 여당도 기업구조, 재벌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혀 왔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정부가 실제로 하고 있는 행태들은 절대로 개혁을 위한 정책들은 펴나가지 않고 있다. 기업도시특별법 속에는 출자총액제한 및 신용공여한도 완화 등 재벌에 의한 경제 지배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더우기 500만평을 개발할 수 있는 기업은 우리나라에 한 손에 꼽히며 그러한 재벌들 또한 자신들의 자본을 직접 투자하기 보다는 금융권으로부터의 지원을 통해 도시를 개발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과거 일본의 버블 경제이후 10년이라는 장기불황을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이 되는 길이고,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첩경이다.
이러한 경제정책을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고 국토를 균형발전시킨다는 미명아래 추진하는 열린우리당은 그야말로 재벌당임을 스스로 자처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기업도시특별법은 공유수면매립법, 초지법, 산림법 등에 대한 의제나 특례처리로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 할 수 있는 소지를 갖고 있다. 기업도시보다 상위 계획인 도시계획까지도 의체 처리할 경우 정부가 내세운 계획적 개발의 기본원칙을 저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토지를 돈벌이의 수단화함으로써 토지 이용의 공공성은 완전히 해체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열린우리당은 국민의 투쟁과 개혁, 진보에 대한 기대속에 다수여당으로 탄생되었다.
여전히 정치권은 국민의 뜻과는 상관없는 정쟁을 계속하고 있고, 이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절망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국민들이 진정한 서민을 위한 그리고 개혁과 진보를 향한 정당으로써 열린우리당을 지지해 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는 가능하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더 이상의 기업편에 서고 재벌만을 위한 정책을 그만둔다면 말이다.
열린우리당은 기업이 잘되는 사회라는 구호 속에 서민들과 약자들을 무시한 재벌정책을 계속 해왔다. 우리 또한 기업들이 잘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업도시특별법’처럼 토지개발, 재벌정책, 세제, 노동, 환경, 교육, 의료 등과 관련한 모든 규제를 극소수 재벌만을 위해 완화해주는 ‘재벌특혜법’ 제정에 반대하는 것이고, 그 법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기업도시 즉 재벌도시를 반대하는 것이다.
우리는 재벌만을 위한 국가, 정부, 정당을 원치 않는다.
진정으로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서민과 중산노동자, 사회적 약자, 정치와 경제의 개혁을 바라는 일반 국민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만약 열린우리당이 이 특별법 제정 시도를 계속 한다면 이는 자신들을 지지했던 국민들의 뜻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 일뿐만 아니라 소수 재벌들을 위한 당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기업도시특별법’ 제정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며, 만일 열린우리당이 이 법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경우 열린우리당을 재벌당으로 규정하고 많은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과 함께 전면적인 대응투쟁을 나설 것을 선언한다.
2004. 11. 4
기업도시특별법 저지 시민사회단체연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녹색연합/다함께/도시건축네트워크/문화연대/아래로부터세계화/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참여연대/한국노동조합총연맹/함께하는시민행동/환경운동연합/환경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