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의사 하이셈과의 만남. Iraq to Iraqi, End the occupation of Iraq!!

첨부파일 : 하이셈.gif

지난 12월 4일 전범민중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이라크 의사 Haythem(하이셈)(36)이 12월 17일,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요청으로 송년회에 참석하여 이라크의 상황 및 의료실태에 관한 생생한 증언들을 들려주었다. 하이셈은 이라크 적신월사(회교국의 적십자사에 해당)에서 자원활동 중인 의사로서 전쟁발발 당시에 바그다드에 있었던 이라크 인이다.

<인터뷰 정리 : 정이은정 (인의협 편집홍보국장)>

다음은 이라크의 전반적인 상황 및 의료실태에 관한 하이셈과의 대담 내용이다.
<b>하이셈</b> 안녕하세요. 나는 이라크에서 온 하이셈(Haythem)이고 일반외과의사로 이라크 Red Crescent(적신월사)에서 자원 활동 중이다. 다들 적신월사에 대해서 궁금해 하시는데, 이라크 적신월사는 International Red Cross organization(국제적십자사)에 소속되어 있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주로 재앙과 같은 특수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활동들을 하고 있다. 현재는 주로 다른 기구나 외국에 재정 및 의료 공급, 의료 지원 등을 의존해서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2년 동안 이라크에 닥친 가공할 만한 재앙에도 적신월사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고통 받는 이라크 인들을 돕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라크 인들은 1980년 이란 전쟁 이후로 많은 재난으로 고통 받아오고 있으며, 전쟁으로 인한 의료적인 문제 뿐 아니라 많은 면에서 고통 받고 있다. 전쟁 이후로 이라크는 의료기구, 의료공급, 의료인 등이 모두 태부족한 상황이며, 의료공급이 거의 중단된 상태로 고통 받고 있다. 심지어 의료인들조차 많은 의료문제들로 고통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2년 전 미군의 이라크 침공으로 겪는 고통은 이전과는 조금 다르다. 작년에 보건의료단체연합에서 의사들을 파견하여 확인했다시피 무척 절망적이고 어려운 상황이다. 미군 점령으로 인하여 도시의 대부분은 파괴되었고, 시민들은 전쟁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 의료 공급이 턱도 없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전기, 물 등의 기본적인 생필품 공급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단지 의약품이 부족하고, 병원에 전기 공급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마실 수 있는 식수가 부족하여 오염된 식수를 마시고 있으며, 전기가 없어서 촛불을 켜놓고 수술하고 있고, 환자를 치료할 침대가 없어서 바닥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등의 일이 재앙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으로 인해 많은 병원들이 파괴되었으며, 예를 들어 바그다드 인근에 있는 팔루자는 소도시지만 인구가 대단히 많은 도시로 단지 2개의 병원이 있는데 이 병원들마저 미군 진입 첫날 폭격에 의해 붕괴되었다. 팔루자는 첫날부터 미군에 의해 완전 봉쇄되어, 적십자를 비롯한 인권, 구호단체들의 물자들조차도 팔루자에 들어가지 못했으며, 6주 가까이 아무런 의료지원도 받지 못했다. 의료팀은 정서적, 의료적 지원을 위해 경계지역에서 3일 정도 기다리며 팔루자에의 진입을 시도하였으나 의료구호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적십자 뿐 아니라 기자들조차 출입할 수 없었다. 팔루자를 예를 들었지만 어느 곳이나 비슷한 사정이고, 이라크인들에게 필요한 정서적, 의료적 지원을  미군들에 의해서 제지당해서 할 수가 없다.
우리가 이런 의료가 있고, 사람이 있지만, 제한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라크전쟁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조차 힘든 그런 전쟁이다. 아주 단순하게 표현한다면 이라크전은 피의 전쟁이며(bloody war), 그 속에서 매일 수천 명의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팔루자의 경우는 2주, 단지 2주 동안 6천명이 한꺼번에 살해되었다. 나자프, 바그다드 안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라크에는 가능한 많은 의료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이라크는 안전을 장담할 수 없고, 어디든지 점령군에 의해 공격당할 위험이 있어서 피해지로의 진입이 쉽지 않으며, 또한 사람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 이라크에는 제도도 법률도 없는 상황이며, 이라크에 많은 약품들이 당도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의약품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심지어 다른 지역에서 폐기될 만한 의약품들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는 사람들이 단순하게 의약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므로 의약품 조달이 이루어지는 것만으로 좋아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사용되고 있는 모든 약품들이 안전한지를 조사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지난 해 여러분들이 이라크에 다녀갔을 때보다 상황이 많이 악화되었다.  매우 설명하기 힘들지만 심하게 악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질병들이 창궐하고 있다. 이 질환들은 오랫동안 적절한 의료제공이 없어서 뿐만 아니라 정화 시설이나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하수가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으로 들어가서 다시 오염된 강으로부터 공급되는 오염된 식수를 마시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병원에서 이전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정체불명의 질환사례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양상으로 봐서 방사능 오염에 의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라크의 여름은 6월부터 10월까지는 60도가 넘는 굉장히 무더운 날씨라서 전기공급은 상상할 수도 없다. 전기가 들어와도 2시간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적절한 의료제공은 생각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지금의 재앙은 너무나 끔찍해서 몇 마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이라크인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이러한 상황들을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외부의 지원 또한 시급한 상황이다.

다음은 회원과의 질답 내용이다.

<b>회원</b> 이라크에 가 있는 한국군이 재건, 의료봉사를 위해 파병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라크인들은 자신들을 도우러 왔다는 사실을 믿고 있는지 궁금하고,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를 위험을 감수하고 방문하였다고 하는데, 이라크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방문을 부시, 블레어와 같은 맥락에서 보고 있는지 아니면 그보다는 다른 일본 정도 수준으로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b>하이셈</b> 나는 먼저 왜 한국군이 안전과 재건을 위해 이라크에 파병되어 있다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그들이 이라크의 안전와 재건을 위해 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그들이 제공한 의료지원은 하나도 없다. 그들이 이라크의 안전을 위해 파병되었다고 보지 않는 이유는 한국군이 파병되어 있는 아르빌이라는 지역은 이라크 북부에 있는 도시로서 북부에는 아르빌 이외에도 호크, 슬레마니아 등의 도시가 있다. 하지만, 이들 도시는 쿠르드족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으로서 15년 동안 이라크와는 별개로 아무런 고통 없이 잘 살아왔을 뿐 아니라 이라크와는 정부, 교육, 제도나 법, 심지어 대통령조차 틀린 지역이다. 그런 이라크와 상관없는 아르빌에 가서 이라크인을 돕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라크인을 진정으로 돕겠다면 왜 바그다드나 팔루자 같은 지역으로 파병하지 않는가? 왜 이라크인들을 돕지도 않으면서 돕는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이라크인들에게 군대를 파병하는 국가는 다 똑같다. 부시, 블레어, 한국, 일본 대통령 모두 똑같이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전쟁에 참여함으로써 전쟁을 지속시켰고, 또 이라크인들을 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라크인들은 정부와 사람을 혼동하지는 않는다. 한국정부나 영국, 미국 정부를 미워하지만 한국인이나 영국인들을 미워하지는 않는다.  

<b>회원</b> 민중전범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셨던 것으로 안다. 노무현도 부시, 블레어와 똑같이 전범으로 생각하는가? 그리고, 현재 국회에서 파병연장 동의안 통과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이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b>하이셈</b> 먼저,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전쟁에 참여하는 사람은 전범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라크 전에 참여하는 사람은 누구나 전쟁을 지속시키고, 점령을 연장하며 좀 더 많은 이라크인들을 살상하는데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똑같이 전범으로 생각한다.
파병연장 동의안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 정부는 파병연장 동의안을 통과시키는데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아주 단순하다 파병을 확대하면 확대할수록 더 많은 이라크인들을 죽이는 것이고, 더 많은 이라크인들을 전쟁에 시달리게 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이런 사실을 인식하고 좀 더 신중하게 파병연장 동의안 통과를 결정하기를 바란다. 간략히 말하면, 이라크인들의 고통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전쟁을 중단하고, 점령을 중단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작년에 여러분들이 다녀오셨던 바그다드의 알마쉬텔 클리닉에 관한 소식을 잠깐 전하자면 알마쉬텔 클리닉은 다행히 아직까지 개소하여 진료를 계속하고 있다. 약품도 부족하고 여러 상황들이 열악하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진료중이라고 한다. 나 또한 그 곳에서 함께 일하게 된다면 너무 기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