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광우병 위험을 우려하는 보건의료인 1174 시국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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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는 전국민을 광우병의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키는 도박 행위이다

  한국정부는 광우병 위험성을 경고한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결정했다. 정부의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전 국민은 광우병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게 되었고, 국민의 건강과 식품안전이 심각한 위험에 빠지게 되었다. 소의 광우병은 종간장벽을 뛰어넘어 인간에게 인간광우병을 유발한다. 인간광우병은 현재까지 치료약이 전혀 개발되지 못했으며, 발병 시 100%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전 국민을 광우병의 위험에 몰아넣는 현실을 맞이하며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큰 자괴감을 느낀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미국산 쇠고기는 결코 수입이 재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첫째, 한국 정부의 쇠고기 수입 조건인 ‘30개월 령 미만의 뼈가 제거된 골격근육’이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 이미 영국, 일본, 독일, 폴란드 등에서 30개월 령 미만의 소에서도 광우병이 십 수 차례나 발생한 것이 확인되었다. 일본에서는 불과 21개월  된 송아지에서도 광우병 발생이 확인되었다. (이것은 일본이 20개월 이하의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하게 되는데 결정적 기준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골격근육 자체도 광우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과학적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2월 22일 국제수역사무국(OIE)에 보낸 공식문서에서 살코기에도 광우병 위험물질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는 살아있는 상태에서는 광우병의 임상증상이 전혀 확인되지 않았던 소임에도 불구하고, 도축한 뒤 조사한 몇몇 말초신경조직에서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검출된 사례가 2건이나 있었다. 그리고 광우병 감염 소의 근육을 접종한 10마리의 쥐 중 1마리에서 광우병 병원체의 축적이 확인되었다고 하는 연구결과도 있다.  

둘째, 미국은 광우병 안전지역이 아니다. 미국은 이미 올해 3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광우병 발생이 확인된, 명백한 광우병 발생 국가이다. 현재 호주나 뉴질랜드와 같이 국제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광우병 청정국가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이 국가에서 쇠고기를 수입하여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광우병 발생 국가인 미국의 쇠고기를 수입하려는 것은 어떤 근거로 주장하더라도 설득력이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국민의 건강을 우선하는 정책이 아니다. 이는 정부가 국민 건강의 영역에 무역과 상업의 논리를 적용하여 결과적으로 국민의 생명을 포기한 매우 불행한 역사적 사례가 될 것이다.  

셋째,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지 않다. 우선 미국에서 시행하는 사료정책은 이미 과학적으로 적절치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럽,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모든 농장동물에 대한 동물성 사료금지조치를 취하였지만, 미국정부는 지금까지 반추동물에 대한 반추동물 사료만을 금지하고 있다. 이 정책의 부적절함은 이미 유럽의 경험에서 명백히 드러났으며, 심지어 미국정부 스스로도 이 정책의 한계를 인정하여 새로운 사료정책을 시행할 예정임을 공표하고 있다. 또한 미국 정부의 감사보고서에서 드러난 것처럼 미국의 검역체계도 매우 큰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간 도축소의 단지 1%만이 광우병 검사를 받고 있고, 이러한 검사마저도 육안검사만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앞으로 광우병 검사를 현재의 10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하여 시행하려하고 있다. 도축장에서의 검역체계도 문제가 크다. 미국 농무부 스스로 광우병 위험이 존재하는 부위의 제거 분리가 완전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게다가 북미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캐나다와 멕시코의 소가 미국소로 인정받고 있는 현실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근거는 신뢰할 수 없다.  

넷째, 한국의 쇠고기 유통체계는 소비자의 최종 선택권마저 박탈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싶지 않아도 국민들은 미국 쇠고기를 피할 방법이 없다. 한국의 쇠고기 유통구조 상 미국산 쇠고기가 국산으로 둔갑하는 경우는 너무나 흔하다. 정부는 내년부터 300m2(90평)이상의 음식점을 대상으로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를 시행하겠다고 하였으나, 이는 전국 음식점의 1%도 안 되는, 불과 552개 음식점에 적용되는 것에 불과하다. 절대 다수의 음식점에는 원산지 표시의무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음식점, 학교 급식, 병원 급식과 각종 가공식품 등에 미국산 쇠고기가 쓰이더라도 소비자들은 이를 알 수가 없다. 우리 국민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싶지 않아도 먹을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우리는 다시한번 노무현 정부에게  ‘사전예방의 원칙’을 강조한다. 사전예방의 원칙이란 ‘사람이나 환경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면 그 인과관계가 충분히 밝혀지지 않더라도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은 지키면 좋고 지키지 않으면 그만인 원칙이 아니라 수많은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댓가로 확인한 원칙이다. 이 원칙을 지키지 않아 생명과 건강을 잃은 예는 역사적으로 수 없이 많다. 방사선 관련 질병이나 환경 및 산업관련 질병에서, 그리고 광우병 자체의 예방 역사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광우병 위험에 노출된 미국산 쇠고기를 다시 수입하려는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은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책임을 방기한 채 미국산 쇠고기를 다시 수입하려는 노무현 정부는, 전 국민을 광우병의 위험에 몰아넣고 한국의 식탁에 광우병 위험인자를 들여놓는, 역사상 끔찍한 정책 실패를 자초한 정부로 분명히 기록될 것이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조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