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의약품 의료기기 작업반의 별도 협상이 11월 12, 13일 양일에 걸쳐 하얏트호텔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번 회의를 아예 내놓고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연내 실시를 앞두고” 한미 “양국간의…원만한 합의를 도출할 필요“ 때문에 열리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과정을 거치고 있다. 규개위는 9일 약제비적정화 방안을 논의하였으나 의약품 별도협상 일정이 잡히자 16일 이 약제비 적정화방안을 재논의하기로 하였다. 이는 명백히 한미 양국간 합의사항을 약제비적정화 방안에 반영하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이루어지는 이번 의약품 부분 별도협상은 규제개혁위원회의 결정이라는 시점을 앞두고 한미 양국정부가 한국의 대표적 의료제도인 약가제도를 결정하는 자리이다.
왜 한국의 공공제도가 양국정부의 협상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한국정부는 2차협상 이후 포지티브리스트를 미국정부가 받아들였다는 거짓말을 내세우면서 “세부적 절차적 내용”은 양국정부가 협의를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가 말하는 이 “세부적 절차적 내용”은 사실상 포지티브리스트 자체를 완전히 변화시키고 무력화시킬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것이 미국정부가 곧이어 내놓은 16개 요구사항의 내용에서 밝혀졌다. 원래 등재된 의약품의 보호, 합의되지 않은 의약품의 장관 직권등재 및 직권 약가결정 조치 불가, 제도상의 약가결정과정과 완전히 독립적인 약가결정 위원회의 설치 또는 이의 제기기구 설치, 모든 특허의약품에 대한 혁신적 신약 인정 및 A7 조정평균가 적용,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기 정도까지 한 요구들이 그것이다. 16개 요구는 이 중 한두 가지만 받아들여도 이미 그 시행시기가 미국 측의 요구로 석 달 이상 늦어진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아예 껍데기에 불과한 누더기 법안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 주장하고 있는 원래 등재된 의약품의 보호라는 주장을 받아들이면 기존 약제에 대한 선별등재방식적용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포지티브리스트는 기존 보험적용약품 22,000개를 5,000개 정도로 줄이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정부가 주장하는 한국정부의 직권 등재방식의 권한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약가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에는 약을 철수시키거나 건강보험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약가재결정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의약품 수급이 안 되면 당장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는 환자들에 대한 협박이고 선별등재방식 자체가 무력화되는 요구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독립적 별도위원회 또는 독립적 이의제기기구 설치가 합의되면 제약회사가 참여하는 별도 위원회나 기구에서 원심에서 결정된 약가나 보험적용범위까지 번복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 보험등재여부 결정, 경제성평가와 약가협상을 모두 마친 의약품에 대한 원심까지 마련이 된다면 정부의 약가결정 권한은 무력화된다. 여기서 우려스럽게도 유시민장관은 지난 8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약제등재 및 약가결정 과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독립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모든 특허의약품에 대한 혁신적 신약 인정 및 선진7개국 평균약가(A7조정평균가) 적용도 마찬가지다. 선진7개국 평균약가제도는 국내의 GDP 수준을 완전히 무시한 것으로서 의약품접근권의 최대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신약의 가격은 당장 2배로 된다. 상대약가제로 되어있는 한국의 약가제도에 완전히 이질적인 이 “선진7개국 평균약가” 제도 도입은 미국의 압력으로 1999년 현 한미FTA체결 지원위원회 위원장이며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한덕수씨가 체결했던 굴욕적인 비밀협상에 의한 것으로 국내의 정상적인 논의를 거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글리벡이나 이레사와 같이 한 달에 수 백 만원이 드는 약이 생겨났다. 이를 모든 특호의약품에 확대 적용하는 것은 당장 외국의 신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부담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한국의 건강보험재정을 파탄 나게 할 것이다.
이처럼 약제비 적정화방안이 무력화시키는 방안들이 오늘 협상의제이다. 그리고 유시민장관은 이번 국회에서 “한미 FTA협상에서 한국측에게 모두 유리하게 협상할 수 없음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약제비 절감방안은 급등하는 이미 건강보험재정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는 약제비를 적절하게 내리기 위한 제도이다. 그런데 왜 이 제도를 약값을 더 올리겠다는 미국정부와 협상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인가? 포지티브리스트가 협상대상이 된 이상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고 포지티브리스트는 무늬만 포지티브리스트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 나라의 사회공공제도가 이렇게 공공연하게 협상대상이 되어도 좋다는 것인가?
포지티브리스트 무력화만도 아니다. 미국은 현재도 너무 높은 의약품의 가격을 특허연장, 자료 독점권 연장 등을 통해 더 높이려고 한다. 유사의약품에 대한 자료독점권 하나의 조항만 인정하더라도 한국에서 제네릭 생산은 5년이 지연된다. 당장 이 조항이 바로 적용될 경우 상위 10개의 특허의약품 만 살펴보더라도 국내 보험재정에 5,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된다.
정부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한미 FTA 의약품 협상에서 한국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정부 스스로가 1조원의 손해를 말하고 있다. 애초에 사회공공제도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던 것이 정부이다. 그런데 이제는 말을 바꾸어 약값은 올라가지만 너무 많이 올라가지는 않는다는 둥 FTA로 인한 손해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으로 메꿀 수 있다고 한다. 이중 삼중의 거짓말이다. 건강보험제도 개혁방안인 약제비 적정화방안으로 한미 FTA 협상의 손해를 메꾼다는 발상자체가 엽기적이거니와 당장 이번 별도협상에서 다루어지는 16개 요구사항만 보더라도 한미 FTA 의약품협상이 타결되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극히 제한적인 의미를 가지는 제도로 무력화될 것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높은 약값 때문에 병원 앞에서 발걸음을 되돌린다. 건강보험재정의 낭비로 보험보장률은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별도협상을 가지면서까지 약값을 더 올리겠다는 것이 바로 한미 FTA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가 국민복리를 증진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장 한국의 핵심공공제도인 약가제도가 악화되는 협상, 약가폭등이 초래될 것이 분명한 한미 FTA 의약품협상을 별도협상까지 하는 이 상황에 국민복리는 어디 있단 말인가? 정부는 이제 거짓말을 그만두어야만 한다. 약가폭등과 의료비폭등을 초래할 뿐인 한미 FTA 의약품 협상, 그리고 한미 FTA 협상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끝)
우리의 요구
약가폭등, 의료비 폭등 한미 FTA 의약품 협상 즉각 중단하라
공공요금 폭등, 교육, 의료비 폭등 한미 FTA 협상 즉각 중단하라
사회공공제도는 협상대상이 아니다. 한미 FTA 협상 즉각 중단하라.
2006.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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