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G20 항의 시위 진압 장비 ‘음향 대포’ 는 시민들의 급성 청력 소실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천만한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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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8일 경찰청은 ‘경찰장비 사용기준 일부 개정령’을 통해, 일명 ‘음향대포’로 불리는 ‘지향성 음향 장비(LRAD·Long Range Acoustic Device)’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음향 대포란 사람이 견디기 힘들 정도의 소음을 발생시켜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장비를 말한다. 최근 경찰당국은 인체에 치명적인 발암물질 최루액, 테이져건, 다목적 발사기 등을 평범한 국민들에게 사용해 왔다. 그리고 이제는 국민들에게 ‘대포’를 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경찰당국은 10월 1일 ‘음향대포’ 시연회까지 열며 인체 안전성을 주장했으나, 결과적으로 국민적 우려만 증폭되고 말았다. 안전성 검사를 거쳤다는 경찰당국의 주장초자 거짓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안전성이 검증 되지 않은 ‘음향대포’와 최근 경찰당국의 태도에 대해 다음 네 가지 위험성을 지적하는 바이며, 조속한 철회를 축구한다.

첫째 ‘음향대포’는 ‘급성 음향 외상(Acoustic trauma)’을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장비다. ‘급성 음향 외상’이란 소음성 난청의 한 형태로써, 강력한 소음에 단기간 노출된 후 발생하며 주로 돌발적인 난청과 이명(귀울림)을 유발한다. 또한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소음성 난청에 비해 청력 소실정도가 더 심하고 치료도 어렵다. 더군다나 이번에 도입하기로 한 ‘음향대포’는 인체에 가장 위협적인 2500헤르츠(Hz) 및 최대 152 데시벨(dB)의 소음을 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정도의 소음이라면 제트기 이륙 시의 소음(140dB)을 능가하며, K2 소총 격발 시 소음(155 dB)과 비슷한 수준이다. 때문에 ‘음향대포’는 귀속 소리를 듣는 달팽이관의 외유모세포를 영구적으로 손상시키는 ‘급성 음향 외상’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스런 장비로써, 경찰당국의 도입시도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둘째 ‘음향대포’는 일반적인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에도 위협적인 장비임이 증명됐다. 지난 10월 1일, ‘음향 대포’ 시연회에 참석한 많은 기자들은 경찰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소음강도에서조차 귀가 멍멍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하면서 가슴이 ‘쿵쾅 쿵쾅’ 뛰는 증상을 호소했다. 이는 ‘음향대포’가 인체의 청력뿐 아니라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와 내분비계에도 위협적인 것임을 증명한다. 강력한 소음은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혈압 및 심박수를 증가시킬 것이고,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던 사람에게는 자칫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호르몬 분비, 위액 및 타액 분비, 위장관 운동을 억제하는 등의 급성반응을 야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나친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각종 정신과적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음향대포’ 도입과 관련해 경찰당국의 비 의학적인 식견과 안전 불감증은 조속히 시정돼야 할 것이다.

셋째 경찰당국은 가급적 115dB 이하의 경보음만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 또한 경찰당국의 위험천만한 발상일 뿐이다. 민주주의를 폭력적으로 억압해온 그간의 경찰당국의 태도 상, 급박한 시위현장에서 ‘음향대포’에 대한 규정이 제대로 지켜질 지 의문이다. 경찰과 시위대 간의 거리가 가까워지거나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심에서는 더 큰 소음에 노출될 것이며, 이때는 급성 음향 외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그만큼 더 커진다. 또한 그 피해는 시위에 참가하는 시민들 뿐 아니라, 주변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에게도 미칠 것이다. 더욱 우려스런 점은 경찰당국이 꼭 지키겠다는 소음 기준인 115dB조차 인체에 안전하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산업 보건에 관한 규칙’에선 115dB 소음에서 15분 이상 작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경찰당국은 ‘음향대포’의 안전규정을 논의할 게 아니라 도입자체를 폐기해야 한다.  

넷째 이번 개정령에 포함돼 있는 ‘다목적 발사기’는 외국에서 숱한 사망사례를 낳을 정도로,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살상용 무기다. 고무탄이나 스폰지탄을 발사할 수 있는 다목적 발사기는 20m 거리에서 3mm 두께의 합판을 파괴할 수 있으며, 이스라엘 사례에서 보듯이 피부 관통상 비율이 39%에 이르는 대테러 무기이다. 또한 관통상을 입지 않더라도 폐와 심장 같은 내장기관에 파열과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 경우 많은 사망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다수의 시위대를 향해 발사할 경우 조준의 어려움 때문에, 그 치명율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다. 진정으로 경찰당국이 시위대를 국민으로 생각한다면, 위험천만한 다목적 발사기 도입시도는 지금 당장 중단돼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과의 소통을 말해왔다. 그러나 국민들을 향해 ‘지옥의 소리’로 불리는 ‘음향대포’와 대표적 살상무기인 ‘다목적발사기’까지 발사하면서 뭘 소통하겠다는 건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G20 회의에 많은 국민이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정부와 은행가들, 그리고 기업주들이 초래한 경제위기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각국 정부는 은행가와 기업주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돈을 지출했고, 이로 인한 재정위기를 해소키 위해 각종 복지혜택을 축소하려 하고 있다. 연금, 교육, 의료 등 복지혜택 축소에 반대하는 수많은 국민들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을 향한 ‘음향대포’의 소리가 높아질수록 국민적 분노는 높아질 것이다. 우리는 의료를 포함한 어떠한 형태의 복지축소에도 반대하며, 국민생명을 무시하는 경찰당국의 이번 개정령이 지금 당장 철회되기를 촉구한다.

2010년 10월 4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