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한미 FTA에서 교육이나 의료제도 등의 사회공공제도는 협상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계속하고 있다. 의료제도에서 공보험체계나 영리병원허용 문제가 협상의제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그대로 믿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이 말을 믿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첫째 정부 스스로가 ‘건강보험에서 제외되는 고급의료서비스의 경우는 협상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는 중대한 함정이 있다. 의료에서 고급의료서비스와 ‘보통의료서비스’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 정부가 대표적인 고급의료로 들고 있는 장기이식의 예를 들어보자. 현재 장기이식은 건강보험에서 제외되어있다. 그러나 유럽은 포함되어 있다. 현대의학처럼 그 발전이 빠른 분야에서 고급과 보통 의료서비스를 나누기는 힘들다. 더욱이 한국처럼 의료보장률이 낮은 나라에서 건강보험적용여부를 기준으로 서비스를 ‘고급’과 ‘보통’으로 나누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의료는 필수서비스이다. 생명에도 고급과 보통이 따로 있는가?
두 번째 문제로는 한미FTA의 주된 협상분야라고 정부 스스로 지적하는 지적재산권, 금융. 농업분야 모두가 의료분야의 핵심쟁점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적재산권 분야의 핵심쟁점은 의약품이다. 현재 한국의 의약품재정지출은 건강보험재정 24조중 7조원으로 30%이다. 외국은 대체로 10-15%로 한국의 의약품지출은 퍼주기에 가깝다. 미국은 요약해서 말하면 의약품 분야에서 두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20년인 의약품특허를 여러 가지 조항을 활용해서 이 기간을 대폭 늘여 복제품 생산을 매우 어렵게 하는 것, 선진 7개국 평균약가의 48% 수준인 국내의 외국약가를 100%로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30% 수준인 외국약품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게 되고 이 값도 매우 비싸지게 된다. 약값이 폭등하여 건강보험재정이 타격을 입고 건강보험혜택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금융분야에서도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전면규제완화가 핵심쟁점 중 하나이다. 민간의료보험 규모는 현재 8-10조로 GDP 1.1%에 달한다. 0.5% 규모에 머물고 있는 유럽의 2배가 넘어 규제가 시급한 시점이다. 민간의료보험이 클수록 공적의료보장의 확대에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민간의료보험의 천국인 미국에서도 보험료를 100원 걷으면 가입자엑 80원을 돌려주는 법이 있다. 한국은 그런 규제가 없다. 금융분야 있지도 않은 규제의 전면완화가 타결될 전망이다. 농업분야에서의 유전자조작식품 표시제 폐지 한국의 별도검역검사폐지 등 의 문제도 큰 문제꺼리이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강요문제는 말도 말자. 미국 농축산자본과 한국대형유통업체와 쇠고기 유통업체들의 요구가 국민의 건강보다 우선이 되는 것이 한미 FTA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문제는 한국정부가 솔선하여 협정 초안에 넣은 것으로 밝혀진 “투자자-정부 제소”제도이다. 캐나다 뉴 브룬스윅주에서는 공적 자동차 보험제도를 도입하려다 기존 자동차보험상품을 팔고 있는 민간보험회사들이 영업이익을 침해한다고 제소한다는 협박에 밀려 제도 도입을 포기했다. 중재재판은 한국에서 재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뉴욕의 중재재판관 3명이 비공개로 중재심판을 진행한다. 한국의 정부가 암에 대한 공적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려할 때 기존 암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민간보험사들이 한국정부를 제소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정부가 개혁정책을 실시할 때 기업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협상을 해야만 한다. 최근 UPS가 캐나다의 우체국의 택배서비스가 자신의 영업이익을 침해한다고 캐나다 정부를 제소했다. 우체국서비스나 의료서비스 등의 모든 공공제도가 이 “기업-정부 제소제도” 하나 때문에 무너질 수 있게되는 것이 한미 FTA다. 한미 FTA를 ‘기업이익을 위해 모든 공공제도를 재편하려는 자본의 공격’이라고 부르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