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새벽, 지난 포항지역건설노조 파업 관련 집회 중 경찰 폭력에 의해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사경을 헤매던 고 하중근 씨가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 건설 노동자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가지고 파업과 집회에 동참했던 45세의 평범한 노동자가 가족과 동지들을 뒤로 하고 명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포스코 자본과 정부 때문이다.
지난 7월 28일 진상조사단의 1차 발표 결과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고 하중근씨는 경찰의 무차별 진압 과정에서 입은 상처와 충격으로 사망한 것이다. 합법적으로 신고한 7월16일 집회를 전면 불허한 경찰은 평화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던 참가자들에게 어떠한 경고 방송도 없이 날선 방패를 치켜들며 일사불란한 공격을 감행했다. 갑작스런 진압에 놀라 뒷걸음질 치던 하중근 조합원은 방패에 찍혀 후두부 쪽에 일직선 모양의 상처를 입고 쓰러진 후 중태에 빠졌고, 그 이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금일 새벽 유명을 달리했다.
고 전용철 농민 사망 사건 때에도 불거진 바 있지만, 우리는 경찰의 시위 진압 방식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몇몇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의 시위 진압 방식은 반인권적일뿐 아니라 매우 폭력적이다. 시위대를 마치 전쟁터의 적으로 규정한 듯 내어휘두르는 방패와 곤봉에 평화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자 한 많은 노동자, 농민, 시민이 다치고 죽어나가고 있다. 도대체 정부와 경찰은 얼마나 더 무고한 민중을 죽이고자 하는가?
이러한 시위 진압 양태가 계속된다는 것은 경찰이 스스로를 자본의 시녀로 위치지우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민중의 지팡이’여야 할 경찰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지키려고 하는 건설 자본을 위해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는 것을 택함으로써 ‘자본의 개’가 되기를 자처했다. 이는 사건의 원인은 돌아보지 않은 채 강경 진압만을 외치던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사건 내내 정부와 경찰은 ‘지역 경제’ 운운하며 자신들의 사익만을 챙기려는 건설자본과 지역 토호 편에 섰다. 사건 원인을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그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정부와 경찰은 이제 아예 드러내놓고 자본의 집행위원회이고 자본의 사병임을 천명하려고 하는 것인가?
또 한 사람의 안타까운 죽음을 접하며 우리는 고 하중근 씨의 영령이 부디 편안히 잠들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산 자들이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안타까운 죽음의 근본적 원인이 된 건설업의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끝장내야 한다. 그래서 건설노동자도 인간답게 노동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자본만을 비호하는 정부와 경찰, 그리고 언론의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45세의 가진 것 없는 한 노동자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다.
우리는 자신들의 반인권적 불법 행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적반하장 격으로 노동자에게 엄청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는 포스코 자본에 대항하여, 자본의 집행위원회가 되고자 한 정부, 자본의 개가 되고자 했던 경찰, 자본의 나팔수가 되고자 했던 언론을 바꾸어 나가기 위하여 힘차게 투쟁할 것이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한노동세상, 광주노동보건연대, 노동건강연대, 원진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산업보건연구회,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