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하중근 씨, 소화기에 맞았을 가능성 크다”

  
  ”하중근 씨, 소화기에 맞았을 가능성 크다”  
  노조측 부검의 “4,5번 갈비뼈 골절도 발견”  

  2006-08-03 오후 3:56:00    

  

  
  머리를 다쳐 숨진 포항지역 건설노동자 하중근 씨가 당초 알려진 ‘방패’가 아닌 ‘소화기’에 의해 가격당해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초 노조 측 진상조사단의 조사에 따르면 하 씨는 뒷머리 오른쪽 윗 부분에 5cm가량 찢어진 상처가 있었고, 뇌사 원인은 오른쪽 앞머리 부분의 뇌출혈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진상조사단은 “방패 가격에 의한 ‘대측 손상’(충격이 가해진 반대 부분에서 출혈 등의 손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결론내렸었다.
  
  하지만 하 씨가 사망한 뒤 실시된 부검에서는 뒷머리 오른쪽 부분의 찢어진 상처 외에 뒷머리 왼쪽 아랫부분에 6x3cm 크기의 딱지가 생긴 것이 발견됐다. 그리고 상처 바로 아랫부분에는 두개골이 10cm가량 골절돼 있었다. 이는 치료 당시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상처로, 부검팀은 오른쪽 뒷머리 찢어진 상처가 아니라 부검시 새로 발견된 왼쪽 뒷머리 아랫부분의 상처가 직접적 사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하중근 씨 부검 사진. 오른쪽 상처가 5cm 찢어진 상처이고, 가운데는 치료시 생긴 욕창이다. 사인은 부검시 새로 발견된 왼쪽 아랫부분 충격으로 두개골이 10cm가량 골절될 정도의 강한 충격이 가해졌다.  
  

  부검에 참여했던 김혁중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부검을 실시하기 전에도 앞머리 뇌출혈 위치를 봤을 때 오른쪽 찢어진 부분은 직접적 사인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부검 결과 예측했던대로 뒷머리 왼쪽 부분의 충격이 뇌출혈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왼쪽 뒷머리의 충격이 어떻게 가해졌느냐는 대목. 국과수 부검팀과 노조 측 참관의들은 “면적이 넓은 물체 또는 둥근 물체이면서 상당한 무게가 있는 것에 강력한 힘으로 머리가 충돌 또는 가격당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처 부위가 넘어져서 생긴 부분 아니다”
  
  보통 ‘뇌 전체를 뒤흔들’ 만큼의 ‘대측 손상’은 넘어져서 생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김혁중 전문의는 “보통 넘어지면 머리 윗부분에 상처가 나는데, 하 씨의 상처는 왼쪽 귀 뒷부분인 점을 볼 때 넘어져서 생긴 상처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과수 측 부검의도 “상처 부위가 단순하게 넘어져서 생기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문의는 이어 상처부위 충격 원인에 대해 “열창(찢어진 상처)을 발생시키지 않는 적당한 면적을 가지고 둥근 모양이며, 충돌 부위에 두개골 골절을 일으키고, 전체 뇌를 뒤흔들어 반대측에 뇌좌상을 일으킬 수 있는 무게를 가진 둔기, 즉 소화기 또는 이에 준하는 것”이라고 추론했다.
    
  
방패에 가격당하는 노조원 발 아래 부분에 소화기가 나뒹굴고 있다. 노조 측은 ‘소화기에 의한 가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중의 소리
  

  김 전문의는 “진압봉이나 방패 등은 ‘대측 손상’을 일으킬만한 외력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진압봉은 전체 뇌를 뒤흔들 정도의 힘을 발생시키기 어려우며, 방패는 충돌부위에 선상의 두피열창이나 두개골 골절을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전국민중연대 박석운 집행위원장은 “당시 경찰이 소화기를 뿌리며 방패를 들고 찍으며 치고 들어왔는데, 현장 사진을 보면 소화기가 바닥에 굴러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당시 경찰이 시위대를 상대로 소화기로 가격하고 던졌던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부검 결과 하 씨는 머리 부상 외에도 양쪽 팔 윗부분(상박)에 타박상을 입었고, 우측 4,5번 갈비뼈가 부러져 있었다. 박 집행위원장은 “하 씨가 머리에 두 곳, 양 팔, 갈비뼈 부상 등을 당한 것을 봤을 때 경찰들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한 것 같다”며 “설령 경찰이 머리 부상을 ‘넘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더라도 넘어진 원인을 제공한 것 만큼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김하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