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의 치료권마저 박탈하겠다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건복지에 대해 아는 바가 있는가?

첨부파일 : krjfx1.jpg

  지난 12월 19일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도입하는 등의 의료급여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였다. 복지부는 또한 병원 이용이 많은 수급권자에게 1-2개의 병의원만을 이용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현행 의료급여증을 플라스틱카드로 변경하는 등의 시행규칙 개정안도 조만간 도입할 계획임을 밝혔다.
  복지부는 이러한 제도 변경을 최근 의료급여비용의 급속한 증가로 인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한다. 그러나 복지부의 의료급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은 의료급여제도의 진정한 문제점을 도외시한 채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가장 고통을 받고 있는 계층에 책임을 떠넘기고, 그들에게 더욱 무거운 부담을 부과하는 조치일 뿐이다. 우리는 이번 의료급여제도 개악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첫째,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에게 본인부담을 부과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필수적인 의료이용조차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복지부는 이들에게 건강생활유지비 명목으로 월 6천원 정도의 현금을 지급하여 이 돈으로 본인부담을 충당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민기초생활 수급권자에게 정부가 지급하는 생계급여는 실제 생계비를 반영하지 못한 수준이라 수급권자들은 항상 돈이 부족한 상태이다. 따라서 월 6천원의 돈은 생활비로 전용될 가능성이 크다. 몇 천원으로 생활비로 쓸까 의료비로 쓸까 고민할 수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병원에 안가면 이 돈 줄께”라고 유혹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은 아닐 것이다. 또한 병원에 자주 가야 할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결국 돈을 내고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결국 어떤 경우에도 “의료이용 시점에서의 본인부담금의 면제”를 통해 의료이용의 경제적 장벽을 해소한다는 의료급여제도의 기본원칙은 지켜질 수 없게 된다. 이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국민건강에 대한 국가의 의무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둘째, 의료급여 상한일수 365일을 초과하는 수급권자에게만 선택병의원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다. 건강보험 가입자들은 자유롭게 병의원을 선택할 수 있는데 반해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만 하나 혹은 두개의 의료기관만 선택하도록 강제하려는 것의 문제점은 명백하다. 특히 병의원 이용이 365일을 초과하는 환자들은 질병 때문에 의료기관 이용이 많은 사람들이다. 충분한 제도적 준비 없이 이들에게만 병의원을 지정하는 것은 의료이용을 가장 많이 할 수 밖에 없는 환자들에게 가장 큰 의료이용의 제한을 부과하는 기형적인 제도도입이 될 것이다.

  셋째, 의료급여증의 플라스틱 카드 대체는 복지부가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건강보험증과 의료급여증이 다른 형태였다가 차별적 대우 문제가 제기되면서 현재의 의료급여증은 건강보험증과 동일한 형태로 바뀌었다. 의료보호제도가 의료급여제도로 바뀐 것은 수급권자가 정부의 보호를 받는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급여의 권리가 있는 주체라는 인식하에서 였다. 정부의 의료급여증을 카드로 변경하려는 시도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의료급여제도 자체의 도입취지에 반하는 것이며 이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공식화시키는 행위로 명백하게 반인권적인 조치이다.

  한마디로 정부의 이번 의료급여제도 변경은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의료이용의 경제적 장벽을 부과하고 그들을 차별하여 의료이용의 장애물을 만드는 반인권적인 개악일 뿐이다. 우리는 복지부의 이러한 잘못된 대책이 복지부의 올바르지 못한 문제인식과 그에 기인한 대책마련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본다.
  우선 정부는 의료급여제도를 어떻게 변화시켜나갈지에 대한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이러다보니 복지부가 내놓는 의료급여제도 대책이라는 것이 기껏 문제의 지엽적인 결과를 놓고 이를 땜질 처방하려는 수준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의료급여제도와 건강보험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의료급여제도에서 제외된 500만 명 이상의 빈곤층이 치료받을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정부가 의료급여제도를 개선하려면 사회양극화 심화 속에서 계속 늘어나는 빈곤층의 의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빈곤층의 의료이용을 제한하는 방식의 문제 해결방식은 우선순위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것이다.
  정부의 문제 진단도 크게 잘못되어 있다. 의료급여비용 증가가 문제라면 우선 그 비용증가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원인진단조차 없다. 의료급여 통계에 의하면 급여비용증가는 노령인구증가와 같은 자연증가와 급여대상자 확대 및 수가인상에 기인하는 바가 가장 크다는 것이 명백하다. 이 부분은 정부가 부담증가를 감수해야만 하는 부분이다. 해결할 수 있는 제도상 문제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정부의 진단은 틀렸다. 건강보험제도와 의료급여제도 모두 그 비용증가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불필요한 의료행위 남용을 초래하는 지불체계인 “행위별 수가제”의 전면개편이다. 문제가 된다면 ‘의료공급자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이지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가 아니다. 현 정부는 의료비적정화방안으로 스스로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포괄수가제나 주치의 등록제의 도입을 시범사업까지 마치고서도 병협 등 의료계 이해단체의 반발 때문에 도입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의료급여제도의 적자는 충분히 예상되었다. 정부는 문제의 진정한 원인인 행위별수가제의 개선은 도외시한 채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하여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문제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정부는 의료급여제도 전반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제도를 도입하면서도 제도변경시의 재정추계나 의료이용에 미칠 영향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의료수급권자들의 건강은 재정추계나 의료이용추계조차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무시할만한 것인가? 의료수급권자들은 반발이 없을 것이므로 정책예측조차 불필요하단 말인가? 복지부의 주먹구구식 행정은 그 무모함에서 뿐만 아니라 그 대상이 가장 취약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철저히 반인권적이다.

  오늘 모인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의료급여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이 가난한 이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그들을 차별하는 조치라고 인식하며 이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한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빈자들의 치료권을 박탈하는 일인가? 복지부장관이 해야 할 일이 우리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기는커녕 돈을 많이 썼다고 세금을 축낸다고 비난하고 그들에게 짐을 더 지우는 일이란 말인가? 우리는 오늘 진행할 국가인권위 긴급구제 요청을 비롯하여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증언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고 헌법소원과 행정 소송을 제기하는 등 의료급여제도 개악안을 저지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임을 밝힌다. 정부는 의료급여제도 개악안을 즉각 철회하라!

2006.12.27

의료급여 개악안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
가난한이들의건강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민주노동당 빈곤사회연대  빈곤문제연구소  전국공공서비스노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참여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