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자는 노무현이다. 한미FTA는 ‘광우병’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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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결괴를 전하는 <연합뉴스>의 뉴스 제목은 “미국 쇠고기 관세 검역 모두 풀어라”였다. 다음 뉴스의 제목은 “미국 쇠고기 개방 일정 서면 제시 요구”였다. 결국 쇠고기 문제가 한미 FTA의 최종 ‘걸림돌(요즘 말로는 딜브레이커)’이 되고 있다. 모두가 예상한 바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듯 서남아시아(중동)로 떠나기 전 직접 나서서 이 걸림돌을 치우려고 했다. 노 대통령은 20일 농민 회동 때 “한미 FTA가 이루어지면 광우병 쇠고기가 수입될 것처럼 말하는 정치인들은 최소한 정직해야 한다”며 “FTA가 안 이루어지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안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결국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FTA와 관계없이 불가피하다”며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으로 위험하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최종지침을 남기고 서남아시아로 떠났다.
  
  오늘(28일)도 ‘한미 FTA 민간 대책위원회’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은 “괴담”이라며 전 신문에 광고로 도배를 했다. 이미 지겹도록 말했건만 한 번만 더 미국산 쇠고기가 왜 광우병 위험이 있는지 그리고 왜 한미 FTA가 직접적으로 관계가 되는지 간단히 살펴보겠다. 사실 많은 독자들이 이런 내용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귀를 막은 이 정부의 사람들만 빼고 말이다.
  
  도대체 누가 거짓말쟁이인가?
  
  첫째, 한미 FTA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는 상관이 없다? 협상 상대편 미국이 쇠고기 수입이 한미 FTA 선결조건이라고 대놓고 주장하는 마당에 노 대통령이나 한국 정부가 아무리 한미 FTA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사이에 관계가 없다고 이야기한들 또는 그렇게 믿는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둘째, 소뼈도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 우선 소뼈가 그렇게 안전하면 ‘뼈 없는 살코기’라는 조건은 도대체 왜 나왔겠는가? 이와 관련해 우선 1999년 웰즈 등이 수행한 광우병 전염성 실험(Wells GAH 등, “The Limited detection of BSE infectivity of Bone marrow”, 1999, Veterinary record, 1999)을 살펴보자.
  
  이 실험은 광우병이 걸린 소의 여러 부위의 전염성을 조사한 실험이었는데 가슴뼈(sternum) 조각을 갈아서 쥐에 주사한 결과 38개월짜리 소에서 전염성이 확인되었다(16마리 쥐 중 6마리).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이 실험에서 40개월짜리 소에서는 골수의 전염성이 확인되지 않았던 것이다. 2006년 국제수역사무국(OIE) 부속문서(supporting document for the chapter 2.3.13. of the terrestrial health code of BSE, appendix XXVIII)는 이를 두고 이 실험 결과가 “의심스럽다(questionable)”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이를 인정치 않았다.
  
  과학 논문의 내용을 이렇게 자세히 소개하는 것은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는 국제 기준 자체가 국제 정치, 즉 각국 정부와 기업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한 것이다. 38개월짜리 소에서는 전염성이 있다고 나오고 40개월짜리 소에서는 전염성이 없다고 나왔다는 것이 실험 결과다. 이 실험 결과에 따른 행동지침은 당연히 “더 자세한 실험결과가 나올 때까지 소뼈는 위험하다고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전예방의 원칙(principle of precaution)’이다.
  
  위험할 수도 있고 위험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음식물로 결정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이 때문에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처럼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국가’에서 생산된 뼈 및 내장까지 통상 대상으로 인정한 것은 ‘과학적’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이다. 더욱이 국제수역사무국 스스로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국가’의 조건으로 “모든 소의 이력추적제 시행”을 규정했으면서도 미국을 이 단계로 판정한 것은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순전히 정치적 결정일 뿐이다.
  
  셋째,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을 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그렇다면 국가는 왜 존재하겠는가? 왜 일본은 국제 기준을 어기면서 20개월령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는가? 광우병 미발생 국가인 뉴질랜드, 호주는 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는가? 노 대통령 말대로라면 이런 나라의 정치인뿐만 아니라 정책 결정자들은 다 거짓말쟁이다.
  
  심지어 광우병의 원산지인 유럽의 모든 나라들도 미국이나 캐나다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는다. 유럽이나 호주, 일본, 뉴질랜드의 정치인은 모두 부정직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들인가? 노무현 대통령이야 말로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대통령이나 그를 보좌하는 사람들이 한마디로 ‘무식’한 것이다.
  
  미국이 한미 FTA 협상에서 “국제수역사무국의 앞으로의 결정을 근거로 한국의 쇠고기 개방 일정을 서면으로 밝히라”고 한국 측에 요구한 것은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국제법적 근거도 없는 억지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요구를 한국은 협상을 하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왜? 한미 FTA를 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미 FTA를 하려면 뼈를 조각내면 뼈가 아니라는 미국 측의 참으로 ‘과학적인’ 주장도 받아들여야 하고 대부분의 선진국이 지키지 않고 있는 국제수역사무국의 권고 사항이 갑자기 의무 규정으로 둔갑한다. 한미 FTA 협상 말고는 다른 어떤 것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이것이 우리가 한미 FTA를 광우병으로 부르는 첫 번째 이유다. 한미 FTA 때문에 광우병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비유도 상징도 아니다. 바로 한미 FTA가 광우병 위험을 한국 국민에게 강요하고 있다.
  
  한미 FTA, 누가 이익을 얻는가?
  
  광우병을 예방하려면 미국에서 현재보다 더 강력한 사료 금지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또 도축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더욱 더 광범위하게 실시해야 한다. 이런 내용은 심지어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이나 미국 감사원의 보고서에서도 수없이 지적되는 사항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미국 국민의 건강이나 쇠고기를 수출하는 나라의 국민의 건강은 미국 정부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 미국 정부나 의회는 카길, ADM, 타이슨푸드, 콘아그라와 같은 거대 농ㆍ축산 기업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이들 거대 기업과 농무부, 무역대표부(USTR), 미국 의회와의 회전문 인사나 거액의 로비 자금 등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광우병 위험이 상존하는 쇠고기를 다른 나라 국민에게 팔겠다는 미국 측의 요구는 한미 FTA의 위생검역 협상이 ‘기업의 이윤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파괴하는 협상’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데 쇠고기 문제만일까. 다른 모든 분야의 한미 FTA 협상에서 관철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자동차 협상을 보자. 미국의 자동차 기업이 한국 국민에게 큰 차를 팔기 위해서는 배기가스의 양이 많은 차에 중과세를 하는 법을 없애자는 것이 협상의 내용이다. 이 결과 한국 국민은 한미 FTA를 위해 연간 1조2000억 원의 세금을 걷는 것을 포기하고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더 많이 마셔야만 한다.
  
  한국의 자동차 기업이 이런 법에 반대할 리가 있을까? 당연히 그들도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배기가스 양이 많은 차를 싸게 팔고 싶어 한다. 한미 양국 자동차 기업의 이익을 위해 환경정책과 조세정책을 포기하는 것, 기업에게 걷을 세금을 덜 걷고 국민들이 독가스를 더 마셔야 하는 것이 한미 FTA다.
  
  의약품 협상은 또 어떤가? 한미 FTA를 체결하면 한국 정부에서 국민의 보험료와 세금에서 불필요하게 약값으로 나가는 돈을 절약하기 위한 약가 적정화 방안이 무력화된다. 또 약의 특허 기간이 늘어나서 값싼 복제약이 시판되는 것이 5년 이상 늦어진다. 이렇게 해서 다국적 제약회사에 퍼주어야 하는 돈이 연간 최소 1조5000억 원에서 2조 원 가량이다. 당장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약값이 오르면 약이 없어 죽는 것이 아니라 돈이 없어 죽어야 한다.
  
  지금도 연 7조2000억 원으로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30%를 차지하는 약값이 매년 이렇게 증가한다면 그 재정이 과연 잘 견뎌낼 수 있을까? 그 재정의 위기를 거론하는 것은 필자가 아니라 한국 정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한미 FTA를 체결한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익을 위해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을 포기하고 국민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 한미 FTA다.
  
  지금 한미 양국 정부 협상 대표는 마치 그들이 국익을 두고 최선을 다해 협상을 벌이는 양국의 국가 대표 선수처럼 스스로를 치장한다. 그러나 이미 합의된 내용을 보면 자동차, 의약품, 지적 재산권, 농업, 위생 검역 등 모든 분야에서 사실상 한미 양국 국민의 건강, 생명을 포기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제 남은 쟁점 사항은 한미 양국 자본 간 갈등이 있어 일부 조정이 필요한 부문(섬유, 무역구제)이거나 국민의 반대가 너무 커서(쇠고기, 쌀, 의약품 등) 정부가 기업 이윤 보장 범위를 조절해야 하는 부분만 남아 있을 뿐이다. 한미 FTA가 불평등 협정이라면 그것은 한미 양국의 기업에게는 최대한의 이윤을, 한국(및 미국) 국민에게는 사회적 권리를 각각 박탈한다는 측면에서의 불평등일 뿐이다. 국익? 한국 정부가 말하는 국익이 기업의 이익이라면 한미 양국 기업은 이미 충분히 그들의 이익을 챙겼다.
  
  이 시점에서 한미 FTA가 광우병으로 상징되는 것은 나에게는 당연한 듯이 보인다. 미국 거대 농ㆍ축산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권리와 생명을 포기하는 것이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의 수입이다. 그리고 한미 FTA의 다른 모든 분야의 협상은 바로 이처럼 ‘기업의 이익을 위해 우리 국민들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을 그 본질로 한다. 이것이 우리가 한미 FTA를 광우병으로 부르는 두 번째 이유이다. 한미 FTA를 광우병이라고 부르는 것은 전혀 과장이나 상징이 아니다. 한미 FTA는 바로 광우병이다.  
    
  

  우석균/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