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 손에 손에 촛불 들고 다시 모입시다!
온 국민이 함께 나서 한미FTA 협상을 중단시킵시다.
- 3.28. 촛불 문화제 참가 호소문 –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1년 여를 끌어 온 한미FTA 협상이 바야흐로 중대한 시점에 접어들었습니다. 한미 양국은 미국 측 정치 일정에 맞추어 3월말 협상 타결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한미FTA 협상이 타결과 결렬을 가름하는 비상한 국면에 접어 든 오늘 우리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각계각층의 염원을 모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오는 3.28. 광화문에서 진행될 촛불문화제에 참가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국민여러분,
한미FTA 협상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비참한 상황으로 빠져 들었습니다.
무역구제, 개성공단, 자동차와 섬유의류 분야의 수출 증대 효과 등 한국 측의 기대이익은 이미 대부분 유실되거나 무의미한 수준으로 전락했습니다. 단언컨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FTA 협상에서 우리가 따낼 수 있는 이익은 극히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런 가운데 농업·의약품·자동차·지적재산권·방송시청각·투자자-정부 제소제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는 하나둘씩 관철되고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3월말 시한이 임박함에 따라, 마구 퍼주기해서라도 ‘묻지마 타결’ 의사를 감추지 않는 한국 측의 맹목적 타결 의지를 간파한 미국 정부가 압력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는 점입니다. 미국 측은 자동차 분야에서 자동차 세제 개편 등 미국 측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미국 자동차 시장의 관세 인하조차 거부하겠다고 배짱을 부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광우병 위험이 있는 ‘뼈있는 쇠고기’까지 수입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최근에는 쌀도 개방하라는 파렴치한 요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3월말 타결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으며, 반대 진영의 모든 집회와 시위를 봉쇄하고 농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나락가마를 모아 마련한 광고까지 불허하며 협상 강행만을 읊조리고 있습니다. 협상양상은 이미 정상적인 판단으로는 도저히 타결 운운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3.26.부터 진행되는 통상장관급 협상을 통해 기어이 망국적 협상을 타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현 상황은 3월말 협상 마감 시한을 앞두고 한국 정부의 ‘묻지마 타결’ 의사와 미국 정부의 강도적인 개방 압력이 맞물려, 국민 주권과 서민 생존권이 뿌리채 뽑혀 나가느냐 아니면 막무가내식 협상을 국민의 힘으로 중단시킬 수 있느냐를 가름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접어들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한미FTA에 대한 국민의 걱정과 반대 의사를 잘 알고 있습니다. 수십억의 혈세를 뿌리고 반대 진영의 집회시위마저 봉쇄·탄압한 상황에서도 반대 여론은 의연히 과반에 이르고 있습니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3월말 타결에 반대하는 여론이 무려 83%에 이르고 있고, 또 77%에 달하는 국민들이 한미FTA 협상이 “우리나라의 이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채 진행되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다수의 반대 의사와 함께 정부의 ‘묻지마 협상 타결’을 막아낼 국민들의 적극적인 행동과 실천입니다.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역사의 반동을 막아내고 정의와 진리를 수호한 것은 결국 거리의 민심이고 평범한 서민대중이었습니다. 이승만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참신한 민주사회의 서막을 열었던 것도 이 나라의 국민이었으며, 80년 광주항쟁에서 앞장섰던 사람들도 이 땅의 민초들이었고, 또 87년 6월의 거리에서 독재정권을 종식시켰던 것도 다름아닌 각계각층의 이름없는 대중의 힘이었습니다.
국민여러분, 한미FTA가 중대한 시점에 이른 지금 분연히 일어나 망국적 협상의 맹목적인 타결을 위한 미친 광란을 중단시켜 냅시다. 부시정부와 노무현정부의 밀실야합을 막아 내고 국민주권과 서민생존권, 농업과 문화산업의 보호, 사회적 공공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기필코 지켜냅시다.
노동자, 농민 여러분,
한미FTA가 체결되면 가장 피해를 크게 입을 집단은 농민들과 정규직노동자든 비정규직노동자든 바로 노동자 여러분입니다. 노동자 대중이 경향각지를 휩쓸고 있는 농민 대중과 어깨 걸고 3월의 거리에 떨쳐 나섭시다. 노동자와 농민이 연대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노동자가 앞장서서 농민과 연대하고 한미FTA를 저지하는 길에서 함께 싸웁시다.
학생 여러분,
여러분들은 미래를 책임질 이 나라의 역군이며 역사의 고비마다에서 역사의 물꼬를 돌려 세운 자랑스러운 조타수였습니다. 여러분들이 오늘의 현실을 방관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영영 도탄과 암흑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거리의 투쟁, 투쟁하는 민심 속에서 살아 있는 진리와 만나야 합니다.
주부, 도시서민, 자영업자, 중소기업인을 비롯한 국민 대중 여러분,
IMF 10년, 여러분들의 어깨위에는 견디기 어려운 시련과 고통이 계속되었습니다. 이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강요했던 구조조정의 결과입니다. 노동자, 농민 등 우리나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중의 주머니가 팍팍하면 이 피해는 결국 여러분들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IMF 경제파탄시대의 몇 곱절 이상의 고통으로 한미FTA는 여러분들의 숨통을 조여 올 것입니다. 투쟁하는 대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외침에 화답해 함께 투쟁에 나섭시다.
지식인 여러분,
여러분들은 진리와 양심에 따라 역사의 부름에 응답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금융인들은 금융시장 개방에 맞서 싸워야 하며 방송.영화인들은 문화 주권과 문화다양성을 지켜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지식인들은 진리와 양심의 편에 서서 투쟁하는 민중과 함께 거리에 나서야 합니다.
끝으로 정치인, 관료 및 경찰 관계자들에게 전합니다.
한미FTA 협상은 나라의 주권과 서민 생존권을 판가름할 역사의 기로이자 절대 절명의 분수령에 서 있습니다. 이 역사의 고빗길에서 여러분들은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합니다. 당장의 실리에 눈이 어두워 부당한 압력과 지시에 굴종하여 국민들을 탄압하는데 가담한다면, 여러분들은 영원히 조롱과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 1년여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해 싸워 온 우리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나라의 존망을 좌우할 한미FTA 협상이 분기점에 이른 지금, 역사와 민족 앞에 한점 부끄럼없는 초심의 자세로 돌아가 한미FTA 협상을 저지하는 자랑스러운 투쟁의 길, 참다운 애국의 길에서 함께 하실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우리 범국본은 한미FTA에 반대하는 민중과 국민대중의 염원을 모아, 오는 3.28. 저녁7시 광화문에서 촛불 문화제를 열고자 합니다. 2002년 어린 두 여중생의 억울한 죽음을 추모하고 후안무치한 미국의 오만을 질타하며 시청앞 광장과 광화문에 넘쳐 흘렀던 바로 그 촛불과 같은 거대한 촛불의 물결로 광화문 네거리를 장식합시다.
온 국민의 힘으로 기필코 망국적 협상인 한미FTA를 저지하고 역사의 새시대를 열어 갑시다.
2007.3.25.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오종렬(한국진보연대(준) 공동준비위원장) 정광훈(전국민중연대 상임대표) 한상렬(통일연대 상임대표) 정지영(영화인 대책위 공동대표) 이준안(시청각미디어분야 공대위 공동대표) 김정헌(문화예술 공대위 공동대표) 정재돈(농축수산 비대위 공동대표) 김세균(교수학술단체 공대위 공동대표) 정진화(교육 공대위 공동대표) 권승복(공공서비스 공대위 공동대표) 김정범(보건의료분야 공대위 공동대표) 남희섭(지적재산권분야 대책위 공동대표) 정용건(금융부문 공대위 공동대표) 윤금순(여성대책위 공동대표) 장건(소비자대책위 공동대표) 이경규(한의계 대책위 공동대표) 문대골(기독교 대책위 공동대표) 임종대(참여연대 공동대표) 이석행(민주노총 위원장) 이용득(한국노총 위원장) 김흥현(전국빈민연합 상임의장) 이승호(한국청년단체협의회 의장) 문성현(민주노동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