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오늘 한미 FTA 협정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그러나 우리는 한미FTA 협정이 국회의 뜻을 물을 수 있는 최소한의 내용과 절차의 정당성을 갖추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미 FTA 협정은 이미 그 내용에서 드러나듯 한국사회 전체를 끔찍한 재앙으로 몰고 갈 협정이다. 우리는 정부가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국회 비준동의안을 제출하는 오늘, 다시한번 한미FTA에 대한 문제들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첫째 한미 FTA 협정은 수많은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으며 한국사회를 양극화의 재앙으로 몰아갈 협정이다. 한미 FTA 협정은 기업에게 정부가 국민들의 보건과 안전을 위해 입안하는 공공정책과 환경정책에 대한 거부권을 부여하는 협정이다. 한미FTA 11장의 투자자-정부 직접소송제는 한국의 공공 사회정책을 남김없이 기업의 이윤을 이해 희생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당장 상수도의 기업위탁에서도 보이듯이 국민의 기본적 권리인 물, 전기, 가스 등 사회 공공서비스의 최소한의 공공성을 박탈할 공기업 상업적 운영원칙 도입과 공공재의 사유화가 추진되도록 허용하고 있다. 더욱이 한미FTA의 래칫조항은 이렇게 개방된 공공서비스가 공공요금의 인상과 서비스 질의 하락과 안전의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다시 공공재로의 환원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낙장불입’ 원칙을 적용하도록 돼 있다. 이뿐만인가? 외국기업 및 외국인이 투자한 한국기업에게 공공적 의무부과를 하기 어렵게 만드는 최소의무부과금지 등의 조항 또한 도입된다.
한미 FTA의 기본 원칙은 기업에게는 최대의 특혜를, 국민에겐 사회적 기본권의 박탈을 요구한다. 한미 FTA는 민주주의의 제1의 원칙이어야 할 국민주권을 부정하고 소수 기업의 사회지배를 합법화 하는 협정이다.
둘째 한미 FTA는 기업의 이윤을 위해 국민의 건강을 희생시키는 협정이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정에서 명확히 드러나듯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거대축산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는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걸리기만 하면 치사율 100%인 광우병 위험이 있는 쇠고기가 최소한의 수입위생조건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아예 광우병 위험물질(SRM)인 등뼈가 수입됐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중단을 밝히지 않고 있다. 왜? 조건없는 쇠고기 수입없이는 한미FTA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약값과 의료비의 폭등은 또한 어떠한가? 다국적 제약사들의 의약품 특허권 연장과 국내의약품정책의 간섭권한의 제도화는 제도선진화와 투명성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고 있지만 결국 5년에 5조원이 넘는 약값의 폭등을 초래할 협정일 뿐이다. 뿐만아니라 안전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은 유전자조작식품의 수입조건이 완화될 예정이며, 정부가 제일 잘했다고 주장하는 자동차협상을 통해 얻은 배가가스 규제완화정책으로 부자들은 세금인하를 서민들은 더 많은 배기가스를 마시게 됐고, 기후온난화는 가속화되도록 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을 위협하는 민간의료보험의 규제가 완전히 철폐되어 공적 건강보험의 근간이 흔들리도록 허용했다.
셋째 한미 FTA는 그 추진과정에서 단 하나의 절차적 정당성도 지키지 못했다. 앞서 말했듯 한미 FTA는 한국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 걸친 제도와 정책을 한꺼번에 바꾸는 매우 중차대한 협정이다. 이미 거론한 분야 외에도 지적재산권, 방송 및 통신, 교육, 문화 등 사회전반에 걸친 모든 제도를 바꾸는 협정이며 이는 사실상의 헌법 개정에 해당한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러한 한미 FTA 협정을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치기는커녕 단 1년 만에 졸속 및 밀실협상을 통해 밀어붙였다. 한미 FTA 협정의 추진과정은 국민의 찬반을 제대로 묻기는커녕 국민들이 도대체 그 의미가 무엇인지조차 파악할 시간도 주지 않은채 추진되어 왔다. 이에 더해 현재 국회에서 국정조사요구가 제출될 정도로 그 협상내용이 수많은 의혹에 둘러 쌓여있고 앞으로 밝혀져야 할 내용들은 한 둘이 아니다.
우리는 한국사회를 재앙에 빠뜨릴 한미 FTA 협정을 사회적 논의와 국민적 합의과정을 완전히 생략한채 추진하여 협정을 체결한 노무현 정부가 정부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노무현정부가 조작된 근거를 통해 장밋빛 미래라고 선전한 한미 FTA 협정은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사회정의를 일거에 무너뜨릴 협정일뿐이다. 이제 노무현 정부는 그 임기를 겨우 몇 개월 앞두고 있다. 그리고 밀실에서 진행돼 온 한미FTA의 본질을 위해 국회는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에 비준요구를 제출하는 노무현 정부는 스스로가 독재정부임을 자처하는 일 이상이 아니며 노무현 정부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일일 뿐이다. 많은 국민들이 현 정부에게 바라는 유일한 일은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물러나는 것이라는 점을 노무현 정부가 깨달았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노무현 정부가 끝내 한미 FTA 협정의 국회비준을 추진하여 한국사회를 재앙으로 몰고가려한다면 노무현 정부는 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며 우리 또한 그 저항에 같이 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 또한 국회에서 한미FTA를 찬성하는 국회의원이 있다면 내년 총선에서 낙선을, 찬성하는 대선후보가 있다면 대통령선거에서 낙선을 위해 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다.(끝)
2007.9.7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