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학력, 성적지향, 출신국가에 의한 차별도 금지돼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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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안)이 지난 9월 12일 공청회를 거쳐 입법예고한 법안의 차별범위 조차 축소한 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입법예고안에는 ‘합리적인 이유없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 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범죄전력, 보호처분, 성적지향, 학력,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금지대상 차별범위로 명시하고 있으나, 법무부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한 법안에는 ‘성적지향, 학력 및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전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이 누락되었다.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차별금지법(안)은 이미 사회적 동의를 얻은 법이다.
‘차별금지법(안)’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하며, 차별로 인한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 목적임을 밝히고 있다. 법무부가 제외한 7개 차별범위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차별범위이기 때문에 반드시 법조항에 명시되어 제대로 된 차별금지법으로 제정되어야 한다. 이미 ‘차별금지법(안)’은 2003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차별금지법제정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이후 전원위원회 의결을 거친 2006년 7월까지 약 4년 반 동안 관련 부처별 의견수렴 및 공청회,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였으며, 차별범위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얻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차별범위를 임의적으로 축소한 것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일부 보수단체, 종교단체의 의견만을 수렴한 것이며, ‘차별’에 대한 참여정부의 인식정도를 반영하는 것이다.

법무부는 원칙과 진정성을 가지고 차별금지법을 제대로 제정해야 한다.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차별금지법(안)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법안보다 상당히 후퇴한 내용이었다. 법무부 주최 공청회에서는 차별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시정명령권 도입과 악의적 차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차별행위 입증책임전환 등의 내용이 누락 또는 약화되었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차별금지법 제정 자체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면서 법무부가 흔들림 없이 법 제정에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법무부가 인권국을 신설하면서 인권법무부로 거듭나겠다고 했지만 이번 차별금지법 제정 과정에서 보여준 원칙 없는 행보는 ‘인권법무부’가 아니라 ‘눈치법무부’라 부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제라도 법무부는 차별 범위에서 누락한 7개 조항을 원래대로 살려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후 국회에 상정해야 할 것이다. 만약 법무부가 이런 저런 이유로 법 제정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다면 올바른 차별금지법 제정을 가로막은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남은 임기 내에 ‘차별없는 통합사회 실현’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출범 초기 향후 5년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가치이자 목적으로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를 밝힌 바 있다. 특권과 차별, 배제의 갈등구조를 없애야만 국민이 하나되고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기 초부터 누구보다 ’차별없는 통합사회‘를 강조한 것이다. 특히 학력차별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였고, 대통령 스스로가 학벌을 뛰어넘은 존재이므로 우리 사회에 던지는 차별금지 메시지도 강력했다. 그래서 차별문제 해결에 대해 남다른 의지를 갖고 있다고 기대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다양한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고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으며 국민의 차별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기본법으로서의 차별금지법 제정이 추진되는 것은 매우 다행스럽지만 대통령이 관심을 보였던 학력 차별조차 누락한 채 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참여정부는 현재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7개 범위가 삭제된 차별금지법(안) 대신,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법안으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초기의 문제의식을 되새겨 제대로 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오늘 기자회견에 참여하는 단체들은 참여정부가 법제정 성과에만 연연하여 차별 범위를 축소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한다. 법무부는 입법예고안에서 정한 차별범위 그대로 올바른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차별없는 사회통합’을 위한 의지를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