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국무회의는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도입을 허용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4월 중으로 세부내용을 마련해 오는 6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으며,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인천 송도부터 첫 영리병원이 개설된다.
이명박 정권은 집권초기부터 ‘의료선진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다가 촛불의 저항에 부딪혀 두 번이나 사과했고, 의료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반성문까지 썼다.
그러나 촛불이 사그라지자마자 2009년부터 다양한 개별 법안으로 국회처리를 추진해왔으며, 이마저 여의치 않자 선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아예 시행령으로 바꿔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우리는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는 이명박 정권의 오만함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아울러 정부의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국민건강권에 대한 포기선언이자,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경제자유구역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즉각 폐기하라.
현재 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인들도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으며, 국내병원의 외국인대상 진료센터 등을 이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외국의료기관’을 도입하려는 것은 사실상 영리병원의 전면적 허용을 위한 편법이자, 꼼수 일 뿐이다.
‘외국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투자개방형 영리병원이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제한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전국 주요권역별로 경제자유구역이 지정운영하고 있으며, 추가 후보지선정을 검토하고 있는 등 경제자유구역 확대에 따라 전국적으로 어디든 영리병원 도입이 가능해진다.
병상 비율이나 내국인 진료허용 비율 등의 제한을 둔다는 것 역시 실효성도 없고, 영리병원의 경영수지를 맞추기 위해 금세 무력화될 것이다.
결국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국민건강보험을 파탄내고, 의료행위에 대한 현행법의 질서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의 영리행위를 부추겨 한국 의료체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것임은 너무도 자명하다. 따라서 경제자유구역특별법 시행령 개정은 지금이라도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둘째, 민주통합당은 송영길 인천시장의 영리병원 추진을 중단시켜야 한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기 이전부터 인천시는 송도 영리병원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미 작년 삼성증권, 삼성물산, KT&G 등이 참여하는 인천송도국제병원 콘소시엄(ISIH)을 투자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놓았다.
특히 민주통합당의 송영길 인천시장은 작년 노동시민사회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송도 영리병원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송도국제병원의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날 것”이라며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는 영리병원을 민주통합당 시장이 가장 앞장서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통합당은 국민건강을 위해 ‘무상의료’를 실현하겠다는 약속이 공염불이 아니었다면, 송영길 인천시장의 송도영리병원 추진을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중단시켜야 한다.
셋째,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새누리당은 정부의 영리병원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
지난 19일 새누리당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민생 안정’이 최우선과제라고 밝혔다. 생활필수품이나 공공요금 안정에 대한 정부대응을 촉구하면서도, 정작 ‘민생’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영리병원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다. 이미 18대 국회에서 의료민영화를 추진했던 황우여, 홍일표 등 많은 의원들이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아 또 다시 19대 국회의원이 되었다.
이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답해야 한다. 민생이 이념이라던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공식적 입장이 무엇인가. 소위 ‘박근혜 복지’의 구상에 영리병원 도입이 포함되어 있는 것인가. 우리는 이명박 정권의 영리병원 추진에 대해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조속히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우리는 정부의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신호탄이며, 국민건강권에 대한 포기선언이자,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규정한다. 이에 우리는 영리병원 도입저지 뿐 아니라 언론 공공성 강화와 KTX 민영화 저지를 위해 연대하며, 국민과 함께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만약 정부가 이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어느 때보다 더욱 ‘뜨거운 5월’을 맞이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해 둔다. 아울러 이는 영리병원 도입에 찬성하거나 방관하는 어떤 정치세력도 비껴가지 않을 것이다.
2012년 4월 23일
무상의료 국민연대 / 의료민영화저지 범국민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