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독일 의사 4천명 뇌물수수
우리나라도 사정은 엇비슷, 자정노력 시급
2002-03-13 오후 1:06:05
4천명의 독일 의사들이 제약회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무더기 조사를 받고 있어 그 귀추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같은 의사와 제약사 간의 리베이트 수수 관행은 독일뿐 아니라,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수차례 논란이 돼온 해묵은 비리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수사같은 외압이 있기 전에 국내 의료계도 과거 관행을 깨기 위한 자성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둔 제약회사 스미스클라인 비컴(2000년 글락소 웰컴과 합병해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됨)의 이번 뇌물사건과 관련돼 조사받는 의사들은 1인당 최고 2만5천 유로(2만1천9백 달러)에 상당하는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검찰에 따르면, 뇌물은 여러 형태로 전달됐는데 여기에는 1998년 파리 월드컵 결승전 , F1(포뮬러 원) 그랑프리 경주 등의 무료여행, 컴퓨터 설비 무료제공 등이 포함되어 있다.
뮌헨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맨처음 1백여명을 조사한 데 이어 5백명의 의사를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다.
독일 언론들은 현재 4천명의 의사들이 수사대상에 올라있다고 전하고 있다.
스미스클라인 비컴의 독일지사에서는 적어도 3백80명의 판매직원들이 뇌물 제공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 관계자는 뇌물 사건이 1997년에서 1999년 사이에 일어난 과거지사라고 해명했다.
의료관련 활동에 대해 약간의 선물만 허용하는 ‘자율규정’을 제약회사와 의사간에 정한 2000년 이전의 일로, 이후에는 이런 일이 근절됐다는 주장이다.
독일 최대 법정의료보험기금인 AOK에 따르면, 독일에서 자사약품을 병원에서 사용하기 위해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다.
독일의 이번 조사는 미국에서 있었던 의사들의 비리조사를 보고 단행된 것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미디어 그룹 애보트 레버러토리즈와 일본의 다케다 케미컬의 합작벤처인 TAP제약사는 암치료제의 부당가격 책정과 리베이트 판매로 8억7천5백만 달러에 달하는 기록적인 벌금을 물어야 했다.
연방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의사들에게 약품 무료제공, 호화여행, 의약 세미나 등을 제공했다.
이승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