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의협 총파업 어떻게 될까

[초점]의협 총파업 어떻게 될까

정부의 집단행동 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의사협회(회장 신상진) 소속 개원의들이 예정대로 17일 총파업을 강행할 움직임이어서 의정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 공공의료기관과 병원 중심의 비상진료체계를 가동 준비해놓고 있으나, 이번 의협 총파업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상당한 국민불편과 혼란이 뒤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총파업 수위와 전망

의협의 이번 총파업은 사실 ‘의원 집단휴진’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도입을 전후해 온나라가 몸살을 앓게 했던 의료계 총파업과는 규모나 강도면에서 비교가 안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병원협회(회장 라석찬)와 그 핵심 진료인력인 전공의들이 이번 총파업을 외면하고 있는데다 의과대학교수들도 별다른 지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에 병원 경영난 타개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병협은 다음달 2일 ‘전국 병원인 궐기대회’를 가진 뒤 차후 상황을 봐가며 외래진료 중단 등 대정부 투쟁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병협은 일단 이번 의협 집단휴진에는 가세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 상태여서, 의협이 병원들의 지원사격을 받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전공의들은 의협 총파업 당일, 평소처럼 진료에 임하면서 리본달기 등 대국민 홍보전만 벌일 예정어서 사실상 ‘성의 표시’에 그칠 전망이다.

의협 지도부는 이번 총파업 참여율이 적어도 80%는 넘을 것으로 장담하고 있다.

지난해 현재 의협이 실제 활동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의사가 전국적으로 5만5천199명(면허발급 의사 7만4천594명)이고, 이 가운데 순수 의원 개업의를 2만5천명 정도로 보면 대략 2만명 이상이 진료실을 떠난다는 의미다.

의원수 기준으로는 전국 2만1천140개 의원 중 1만7천곳 가까이가 17일 하루 동안 문을 닫는 셈이다.

의협은 총파업 당일 서울과 수도권 회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한강둔치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는다는 계획 하에 당국에 집회신고까지 마쳤으나 아직 성사여부는 유동적인 상황이다.

의협 관계자는 “의약분업 등 정부 의료정책에 대한 회원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면서 “지역 의사회별로 총회나 집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이탈하는 회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의약분업 이후 수입이 크게 늘어난 의원들이 적지않은데다 현집행부에 대한 일반 회원들의 지지도도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총파업 참여율은 높아야 50% 내지 60%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결행을 사흘 앞둔 현시점에서 의협이 총파업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따라서 어느쪽 관측이 맞든지간에, 지난 2000년과 같은 비상사태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번 의원 집단휴진이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불편을 안겨줄것은 분명하다.

◇정부 비상진료 대책

보건복지부는 총파업 당일 중앙 본부와 시.도에 비상대책본부를 가동, 지역별집단휴진 규모와 진료상황 등을 수시로 파악해 진료공백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또 1339응급의료정보센터를 최대한 활용, 필요한 환자들에게 진료기관 안내와응급처치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도의 관련 민원 처리 전화도 대폭 증설할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국 응급의료기관 응급실을 24시간 비상진료체제로 전환하고 종합병원과 병원, 국.공립의료기관, 보건소.보건지소 등의 외래진료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연장키로 했다.

복지부는 또 응급의료기관으로 외래환자가 몰릴 경우에는 한방 병.의원과 보건소 등으로 적절히 분산시켜 진료차질을 줄일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설사 참여율이 높지 않더라도 집단휴진이 실제상황으로 벌어지면 평소 집과 직장 근처 의원을 이용하던 환자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그러나 이번에는 병원 응급실이 100% 정상 가동되는 만큼 재작년과 같이 위급한 상황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소비자단체 반응

의협의 이번 집단휴진 움직임을 시민.소비자단체들은 아주 냉담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국장은 “의약분업은 약물 오남용을 막으려는 취지에서시작된 개혁적 제도였으나 도입 과정에서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제도 자체가 상당부분 변질됐다”면서 “의사들은 이제부터라도 책임의식을 갖고 관계 부처, 시민단체등과 함께 현안을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서울YMCA의 신종원 시민중계실장은 “의협의 이번 집단 휴진 계획은 의료수가 추가 인하를 막으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현시점에서 의약분업 전면 재검토는 너무 비현실적이고 허약한 명분”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 모임’의 김자혜 사무총장은 “의사들의 의약분업전면 재검토 주장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라면서 “어떤 명분으로도 시민과 환자를 볼모로 한 파업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