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이태복장관 단속대상 축하?

전문의약품 광고금지 논란
[사회] 2002년 03월 27일 (수) 17:48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개발한 화이자사는 지난주 세계 40여개 국가에서 ‘축구의 전설’ 펠레를 등장시켜 발기부전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각국의 대중매체에서는 펠레가 등장하는 공익광고가 나갈 예정이지만 국내에서는 이 광고를 볼 수 없다.
올 초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를 금지한 약사법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제약회사가 약 광고뿐만 아니라 약과 관련된 공익광고도 못하도록 금지규정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전문의약품의 오남용을 막으려면 대중광고를 금지해야 하며 일부 약품의 변칙적 광고를 규제하기 위해서 새 조항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엄격한 규제 때문에 최근 보건정책 담당 최고 책임자가 ‘단속대상 행위를 축하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주 비만치료제 제니칼을 판매하고 있는 한국로슈가 대한의사협회와 공동으로 기획한 비만퇴치 캠페인 행사에 이태복(李泰馥)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해서 축사를 한 것.

그러나 식약청은 이 회사가 일간지에 이 행사에 대한 공익광고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회사 관계자를 소환 조사했다. 해당 행사에 주무부서의 장관이 참석해서 격려할 때 공무원은 행사 기획자를 불러 위법 여부를 조사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전문의약품을 주로 판매하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의약분업 실시 뒤 약품 오남용보다 환자의 알 권리가 더 중요해진 데다 도하라운드를 맞아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면서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또 대중매체에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식품이나 온갖 치료기구는 규제를 전혀 받지 않고 광고가 버젓이 나가 유사 의료제품의 남용을 부채질하고 있는데도 전문의약품만 규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

한국MSD의 이병권 이사는 “외국의 각종 연구 결과 환자가 대중광고를 통해 약에 대해 많이 알 때 치료효과가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를 허용하되 허위광고나 과장광고를 엄격히 규제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약품의 광고 허용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의료전문 신현호(申鉉昊) 변호사는 “의료광고의 허용은 세계적 추세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전문의약품 광고를 전면 허용하면 환자가 의사에게 약처방을 공공연히 요구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각종 의료광고를 전면 허용하면서 허위 과장광고를 제재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전면 금지하고 있다가 개방 쪽으로 가고 있다.

일본 후생성은 4월 말부터 의사들의 대중광고를 사실상 허용했고 전문의약품 대중광고 허용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광고를 전면 규제하는 나라들은 도하라운드를 앞두고 금지조항들을 조금씩 풀고 있는 추세다.

식약청 관계자는 “의약분업의 실시에도 불구하고 오남용이 우려되는 약이 있기 때문에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를 전면 허용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허용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면 제한적으로 규정을 완화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2002.3.27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