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의협 ‘살빼기캠페인’ 물의

의협 `살빼기 캠페인` 물의

대한의사협회(회장 신상진)가 대국민 비만캠페인을 벌이면서 비만치료제를 생산하는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행사비 전액에 해당하는 4억6000만원을 후원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의협 이름으로 제작된 비만캠페인 홍보물에 현행법상 전문의약품으로 광고가 금지된 후원사의 비만치료제가 소개돼 관계당국이 불법여부에 대해 검토에 들어가는 등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26일 의료계등에 따르면 의협은 지난달 30일부터 대국민 비만캠페인을 전개하면서 비만치료제 ‘제니칼’을 생산하는 한국로슈로부터 비만버스 운영 등 5개부문 행사경비로 총 4억6000만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로슈는 국내에서 지난해 제니칼 한 종목만으로 269억원의 매출을 올려 신약매출 1위를 기록한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사다.

이에 대해 의사들의 모임인 의료제도민주화추진운동본부(의민추)는 최근 의협에 2차례 보낸 공문을 통해 “한국로슈의 행사지원 금품제공이 전국민에게 약품 리베이트로 치부돼 전체 의사의 명예에 누가 될 수 있는 만큼 금품내용과 회계처리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의협과 한국로슈가 체결한 약정서와 협찬내용에는 ‘캠페인은 의협이 주관하고 발생 경비는 회사측이 부담하며 각종 홍보물에 공식후원업체를 명기’하도록 했다. 그러나 비만버스와 비만캠프 인력 운영 및 섭외는 물론 각종 홍보물 제작도 후원사가 맡아 의협은 이름만 걸었을뿐 사실상 한국로슈가 행사 진행까지 관여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의민추는 또 “의협이 만든 비만안내 홍보책자에 후원사의 제품을 돋보이게 소개해 보는 사람은 제니칼 광고인 것을 알 수 있다”며 전문의약품 광고를 금지한 현행법 위반 여부를 추궁했다.

이와 관련, 의협 주수호 홍보이사는 “행사경비는 의협을 거치지 않고 한국로슈측이 집행했다”며 “일부에서 10억원 제공설 등이 있지만 4억6000만원이 전부”라고 밝혔다. 주이사는 또 “홍보물에 타사제품도 소개된 만큼 현행 법을 위반하지 않았으며 관계당국의 조사를 받은 바도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캠페인 후원은 전문의약품을 생산하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널리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전문의약품 광고를 금지한 현행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2.4.26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