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환자들 사회 무관심속 절망의 삶…“이대로 죽어야 하나요”
최근 광주에서 윌슨병을 앓던 아버지가 같은 병을 앓던 아들을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난치성 희귀병 환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 및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사회연구원이 2000년 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국내 난치성 희귀병 환자는 111종에 108만680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정부 차원의 대책은 물론 정확한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정부가 일부 희귀 질환에 대한 의료비를 일부 지원하고 있긴 하지만 액수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배분 방식에서 실효성도 떨어져 환자와 가족들은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월부터 만성신부전증,근육병,혈우병,고셔병,베체트병,크론병 등 6개 희귀성 질환에 대해 총 440억원(지방비 220억원 포함)의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하지만 이는 최저생계비(4인가족 기준 99만원)의 3배를 넘지 않는 월평균 297만원 미만 소득자에게만 해당될 뿐이다.이 때문에 올해 의료비 지원을 받게 될 희귀병자는 고작 7500여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희귀병을 앓은 환자와 가족들은 발병 원인은커녕 병명조차 모르거나,병명을 안다 하더라도 특효약과 전문의를 찾지 못해 절망 속에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다.치료약이 있는 경우에도 한 달에 수백만원의 의료비가 필요해 이들은 이중·삼중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병명을 알 수 없는 난치성 휘귀병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7년째 입원과 치료를 되풀이하고 있는 방모양(7)은 태어날 때부터 ‘호흡장애’를 일으켜 지금까지 인공호흡기를 끼고 있다.방양의 부모는 한 달 75만원에 이르는 치료비 때문에 힘겹게 살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부신백질이영양증(일명 로렌조오일)’이란 희귀병을 앓고 있는 이모군(11)도 마땅한 치료제가 없지만 입원해 3년째 치료받고 있다.이군의 아버지는 “그동안 전세금 2000만원까지 빼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허사였다”며 “아내는 우울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은 친척집에 맡겼다”며 눈물을 흘렸다.
전문가들은 희귀병 환자 수가 적은 탓에 민간병원 단위에선 치료에 대한 연구활동이 어렵다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주대 유전학클리닉 김현주 교수는 “민간 제약사나 병원은 수익을 우선하기 때문에 연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희귀 의약품센터와 같은 희귀병연구센터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 운영,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신현민 부회장은 “희귀병은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엄청난 고통을 주는 만큼 정부가 방문간호나 복지서비스를 제공해 환자와 가족이 고립된 생활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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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난치성 희귀병 현황(단위:명)
병명 환자수
파킨슨병 2,508
혈우병 482
쿠싱신드롬 1,471
페닐케톤뇨증 12
고셔병 52
윌슨병 226
말단비대증 169
근이영양증 424
크론병 669
베체트병 1,161
<자료:한국희귀의약품센터>
민태원기자 twmin@kmib.co.kr
2002.07.07 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