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진료소“한국 친구들이 흘린 땀방울을 기억”

정인환.김정효 기자 현지르포

△ 24일 오전 이라크 바드다드 엘지데다에 있는 알마시텔 진료소의 응급실에서 한 의사가 알레르기성 천식 증세로 병원에 온 어린이를 진찰하고 있다. 바그다드/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8신] 어린이 극빈자들에 ‘천사의 집’ 아마시텔 진료소

“한국 친구들이 흘린 땀방울을 고맙게 기억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전쟁 직후 <한겨레>가 보건의료단체연합과 함께 의료지원활동을 벌였던 바그다드 뉴바그다드 지역의 엘지데다에 있는 알마시텔 진료소는 1년여가 지난 지금도 지역 주민들의 든든한 버팀목 구실을 하고 있었다. 24일 오전 진료소 집무실에서 만난 카셈 알 다라위(45) 소장은 “깨끗한 시설을 갖추고 진료도 충실히 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돼 온 인근 주민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진료소가 자리를 잡아가기까지 한국 의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진료소를 찾는 환자는 하루 평균 300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100명 가량의 극빈자들에겐 치료비를 받지 않고 있다. 개원 초기 의사 2명에 불과했던 의료진은 1년여 만에 가정의학과·정형외과·치과 등 9개 분야의 전문의들로 진용을 갖췄다. 석달 전에는 응급실도 문을 열었고, 여성환자를 위한 별도의 병실도 갖췄다. 고열과 설사증세를 보이는 아들(7) 때문에 이날 진료소를 찾은 타리크 아지즈(35)는 무료 처방전을 내보이며 “꼼꼼하게 치료를 해주고, 약까지 무료로 나눠줘 아이들이 아프면 항상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환자는 어려운 생활여건이 만들어 낸 만성질환자다. 성인 여성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비만에 의한 당뇨병과 고혈압에 시달리고 있다. 낡은 차량이 품어내는 매연과 사막의 모래바람 때문인지 어린이에서 노인까지 만성 천식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특히 장기간에 걸친 경제제재와 잇따른 전쟁으로 낙후된 상·하수도망 때문에 오염된 물을 마시고 고열과 설사, 심한 두통을 증세를 보이는 환자는 거의 ‘점염병’ 수준이라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응급실을 맡고 있는 라파크 탈리브 나지(30·가정의학과)는 “위생상태가 불량한데다, 적절한 영양섭취가 이뤄지지 못하다보니 주민들이 각종 질병에 쉽게 노출된다”며 “최근에는 살모넬라균 감염사례와 A형 간염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역학조사 실시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기관이나 민간 구호기관의 지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진료소의 부족한 재정을 메워주고 있는 것은 이슬람 종교단체다. 시아파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 시스타니가 이끄는 나자프의 알 하우자 재단이 약품과 각종 의료기구에서 극빈자를 위한 수술비까지 지원까지를 도맡고 있다. 다라위 소장은 “얼마 전에는 미 점령당국에서 찾아와 예산지원을 제의했지만 거절했다”며 “진료소는 앞으로도 독립적인 민간의료센터로 남아 빈민들을 위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바그다드/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4.25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