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근골격계 직업병 집단요양 투쟁의 준비와 목표
대우조선에서 지난 3월 시작된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은 이제 가장 강력한
현장 투쟁의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29일 “구조조정분쇄, 노
동강도 강화 저지, 산재근절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준)”가 공식 출
범하면서, 이제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대사회적 인식 역시 크게 달라지고 있
으며, 단순한 직업병 인정투쟁이 아닌 노동강도 강화 저지 투쟁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현실화시켜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을 노동조합 산안부서의 일이거나 좁은
의미의 건강권 쟁취투쟁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것은 대우조선에
서 시작한 집단 요양 투쟁이 그 성과를 현장 내에서 뿌리내리기도 전에 자본
의 침탈이 시작되었고, 이로 인하여 사례를 전체 노동운동이 공유하기 어려웠
던 점에도 기인하지만, 직업병 집단 요양 투쟁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가 구체적
으로 현장활동가들 속에서 공유되지 못한데 그 원인이 크다고 할 것이다. 이
글은 근골격계 집단 요양 투쟁의 일반적인 의미와 더불어 현장에서 구체적으
로 어떻게 준비하며 그 구체적인 목표와 요구는 무엇인지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다. 현장 투쟁을 조직하는 데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가.1. 근골격계 직업병 집단요양 투쟁의 의의와 한계
근골격계 직업병 집단요양투쟁이란 말 그대로 근골격계 직업병을 가진 조합
원을 찾아내어 동시에 집단적으로 요양 신청을 하고, 실제 요양에도 동시에 들
어가는 투쟁을 말한다. 그러면 근골격계 직업병의 범주에 들어가는 직업병은
무엇이며, 직업병을 가진 조합원은 어떻게 찾아내며, 요양 신청은 누가 하고
어떻게 집단적으로 요양에 들어가는가? 또한 요양 투쟁을 시작한 이후 구체적
인 현장 투쟁은 무엇이며 무엇을 요구하여야 하는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대
우조선의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회사측의 탄압과 이데올로기 공세가 만만치
않으며 이러한 조건을 뛰어넘는 다는 것 자체가 폭발적인 현장 투쟁이다. 그러
면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1) 직업병 인정 투쟁으로서 집단요양 투쟁
우리나라에서 직업병의 인정은 의학적인 과정과 사회적인 과정을 포함한다.
의학적인 과정이란 조합원이 실제 가지고 있는 질환을 구체적으로 진단하는 과
정이며 사회적인 과정이란 그 질병의 발생에 노동과 작업환경이 실제 기여하
고 있는지를 규명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볼 때 의학적 과정이 하나의 기술적 과정이라면 사회적 과정은 현장투
쟁과 계급적 대립의 문제를 내포한다. 예를 들어 보면 정유공장에서 일하는 노
동자가 백혈병에 걸렸다면 여기까지는 단지 의학적 진단의 과정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백혈병의 원인으로서 그 노동자가 취급했던 벤젠이나 톨루엔과 같
은 발암물질을 취급하였는지 혹은 그 노출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따라서 그
노동자는 벤젠 취급으로 인하여 백혈병이 발생했을 개연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는 문제는 기술적이라기 보다는 계급투쟁적 과정인 것이다. 대부분 사업주
는 벤젠과 같은 화학물질의 노출을 은폐하게 되며 사실은 정확하고 객관적인
노출 평가를 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조건에서 백혈병의 원인으로서 벤젠의 노
출을 노동자가 증명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불가능한 일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나라에서 직업병인정은 다분히 사회적 투쟁을 통하여 결정된다.
그런데 근골격계 직업병은 병의 특징상 일상적 신체활동과 작업환경 모두가
병의 발생 및 경과 만성화에 기여할 수가 있게 된다. 즉, 자신의 취미로 등산
을 하는 과정에서도 요추염좌와 같은 대표적인 근골격계 직업병이 발생할 수
있지만 장시간 부동자세로 기계의 오작동을 감시하고 있기만 해도 같은 질환
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작업환경과의 관련성문제로 인하여 자본가나 근
로복지공단은 대부분의 근골격계 직업병을 퇴행성 질환(나이먹어 들게 된 질
환)이라거나 개인적인 활동의 결과라는 주장을 펴고, 이로 인하여 직업병으로
인정받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질환중의 하나이다.
특히 의학적 진단 과정에서 직업병이라는 사회적 진단이 내려지기가 쉽지 않
다. 그나마 개별적 작업환경(작업자세, 반복작업, 중량물 작업)의 문제로 인
한 일부 질환들의 경우에는 직업병 진단이 용이하지만 집단적 작업환경의 문제
로 인한 질환의 경우에는 자본과 근로복지공단은 직업병 인정을 적극적으로 거
부한다. 따라서 노동자 개인이 산재요양 신청을 하고 이를 통하여 집단적 작업
환경의 악화로 인한 직업병 발생을 증명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고 할 수 있
다. 즉 직업병 인정이 부결될 뿐 아니라 노동력이 상실하여 해고된다고 하여
도 사회적으로 전혀 보상받을 수가 없다.
이와 같은 근골격계 직업병 인정의 어려움을 극복한 것이 대우조선 집단요
양 투쟁이었다. 즉 집단적 작업환경의 악화인 노동강도 강화 요인에 대해 노조
가 전체적인 조사를 수행하고, 한편으로 증상을 가진 개별 노동자를 검진하여
의학적 진단을 붙인 후, 이를 동시에 노동조합이 요양신청을 하는 과정을 통하
여 근로복지 공단은 적극적인 반박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즉 개별적 요양으
로는 전혀 불가능했던 76명 전원의 직업병 인정을 쟁취하였던 것이다.
2) 집단 요양 투쟁의 장점
집단 요양 투쟁은 먼저 조합원에게서 근골격계 직업병을 가진 조합원을 찾아
내고 이 노동자들을 대리하여 노동조합이 요양을 신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
합원은 통원치료든 입원치료든 질환의 경중에 따라 조처를 받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해당 사업장의 집단적 작업환경의 문제점을 사회적으로 극명하게 폭로
할 수 있다. 근골격계 직업병을 가진 개별 노동자가 요양을 신청할 경우 그는
단지 자신의 병에 관하여 진단하고 치료받는 데 만족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집단적인 요양이 전개된다면 그는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가 일하고 있는 집단적 작업환경의 개선이라는 목적을 사회적으로 제시할 수
있게 된다. 더군다나 노동조합이 기존의 작업환경에 대한 평가와 노동강도 요
인에 대한 조사 결과를 가지고 있다면 집단적 직업병 발생의 주범으로서 노동
강도 강화 요인에 대한 근절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3) 집단요양투쟁의 한계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이 집단요양 투쟁에 돌입하기까지 대부분
의 사업장은 이러한 방향을 공유하지 못하였다. 그것은 근골격계 직업병을 노
동강도 강화로 인한 직업병이라는 사실보다는 개별 작업환경(작업자세/반복작
업/중량물 작업)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이해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사업장
은 직업병 인정 자체를 무의미하거나 잘못된 과정으로까지 이해하고 오히려 공
상처리 및 물리치료실 설치 등과 같은 비본질적인 합의 및 요구에 집착하기도
하였다.
가장 많은 경우는 검진 결과 이상이 발견된 노동자에게 개별적으로 산재요양
을 유도하여 치료받게 하는 것이었는 데, 이것은 그 노동자 개인에게 치료의
기회는 제공할지는 모르지만 실제 집단적 작업환경의 개선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함으로써,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게 되었다. 특히 공상처리나 개별
산재처리를 해오던 사업장들은 최근 같은 증상이 재발되는 노동자들이 발생하
게 되고, 이로부터 근본적인 원인 해결이 되지 않은 채 치료에만 급급했던 과
정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회사와의 합의과정과 조합원에 대한 교
육이 집단 요양 투쟁이 아니었던 탓에 현재 그 방향을 전환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나.2. 집단요양 투쟁의 목표
집단 요양 투쟁은 투쟁의 출발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그것은 요양에 돌입한
이후 요양 승인을 쟁취하고 요구안을 관철시키는 투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투쟁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 문제로 압축할 수 있다. 그것은 첫째, 정부 및 노
동부를 압박하여 직업병 집단 발병 사업장에 대한 사회적 조치를 요구하는 문
제, 두 번째 집단 발병의 원인이 되었던 집단적 작업환경에 대한 노동자 결정
권(현장 통제권)을 사회적으로 제도화하고 쟁취하는 문제, 셋째로 현장내에서
조합이 사측에 요구하여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구체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는
요구를 쟁취하는 문제 등이다.
1) 대정부 투쟁: 임시 건강진단 및 강제 역학조사 요구
집단 요양 투쟁에 돌입한 직후 노동부 지방사무소등을 항의 방문하여 해당
사업장의 직업병 집단 발병을 고발하고 임시건강진단 및 강제 역학조사를 요구
하여야한다. 임시 건강 진단이란 조합원 전체에 대한 건강진단을 의미하는 것
으로 노동부 직원에 의한 조합원 전체의 근골격계 건강검진을 구체적으로 실시
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강제 역학조사란 집단 발병의 원인을 노동부 지시에 의거 찾아내는 조
사작업으로 이 과정에서 노동강도 강화를 유발한 인력 감축이나 작업시간 및
휴식시간 변동, 비정규직 증가, 작업량 변동, 작업조직 변동 등의 실태를 파악
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런데 임시건강진단이나 강제 역학조사는 노동부가 집
단 발병 사업장 사업주에게 명하는 행정 명령의 성격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
한 것은 검진 및 역학조사 기관을 선정할 때 조합의 선정 및 참여권을 보장받
아야 한다는 점이다.
임시건강진단과 강제 역학조사는 노동부를 통한 사측의 압박이라는 효과 외
에 조합원들의 동요를 막고 현장 투쟁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계기적 과정이다.
따라서 이것을 받아 들였다고 투쟁이 끝난 것으로 인식되어서는 안된다.
2) 현장 통제권 쟁취 : 작업환경권 제도화 및 노동안전평가제도 도입
집단 직업병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조치로서 우리는 작업환경권을 요
구하고 노동안전평가제 도입을 주장하여야 한다. 작업환경권은 작업중지권과
같이 특정 위험 물질 및 위해 작업에 대한 작업 통제권 수준을 넘어서는 현
장 통제권이다. 즉 인력변경/ 작업량 결정/ 임금체계 변경/ 작업시간 및 휴식
시간 변동/ 작업조직 변동/ 신기계 및 신공정 도입 등을 집단적 작업환경 6대
위험요인으로 규정하고 이들 환경 변화에 대환 노동조합의 결정권을 보장하는
권리를 제도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 문제는 모두 노동강도를 심각하게 강화시키는 위해 요인들로서 근골격
계 직업병 집단 발병의 핵심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집단적 작업
환경에 변화를 사측이 요구할 때에는 노동조합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하고 사전
에 노동안전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작업환경권이라고 하고 노동안전평
가제라고 한다.
사실 이러한 종류의 현장 통제권은 자본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이며 특히 신
자유주의 노동유연화에 대한 전면 부정이자 도전이다. 따라서 이러한 요건을
제도적인 사항으로 쟁취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작
업중지권이 단지 위험작업에 대한 회피권 수준 이상의 현장 통제능력을 갖지
못한 현실에서 과로사와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쓰러지는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유력한 길은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의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선 작업환경권 보장이 절실한 것이다.
3) 사측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 : 사업장 별 요구
노동부와 정부에 대한 투쟁을 전개하면서 노조는 회사에 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 먼저 전체 요양 중인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을 명확히 할 것과 어떤 신분
상의 불이익 배제, 직업복귀를 명문화하여야 한다. 나아가 사업장 특성에 맞
게 현안을 중심으로 요구를 배치하여야 한다. 이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정리하
겠다.
첫째, 장시간 노동이 핵심적인 사업장은 임금보전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
고 집단적 휴식시간을 쟁취한다. 즉 현재 잔업포함 노동시간이 주당 56시간을
초과하는 사업장은 56시간 이내로 줄이고 시간당 임금을 증대하여 현재의 임
금 수준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노동시간 자체보다는 노동밀도가 문
제인 사업장은 집단 휴식시간을 확대하도록 투쟁하여야 한다. 즉 2시간당 휴식
시간을 30분 혹은 오전 오후 1시간의 휴식시간을 요구하는 등 작업밀도를 완화
시키기 위한 집단적 휴식시간 쟁취를 요구한다.
둘째, 일용직이나 하청의 비정규직이 크게 증가한 사업장은 정규직화를 요구
한다. 1단계로 1개월 이상 고용 사업장은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추가적인 하청
이나 일용직 고용을 필요로 할 때에는 노사 합의를 요구한다.
셋째, 직반장 체계가 너무 세부화된 사업장은 그 자체로 사측의 현장통제가
용이하므로, 그 직반 체계를 간소화하여 경쟁분위기를 해소하도록 요구하고,
반장의 현장 통제권을 무력화하기 위하여 순환 반장제(작업자중 일정 경력 이
상이면 반장으로 일정기간별로 순환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도록 요구한다.
동시에 반장의 일부는 조합이 추천하는 작업환경 개선위원으로 임명되도록 요
구한다. 즉 지금까지 반장의 역할은 작업감독과 작업량 독려, 노동강도 강화
역할을 하였다면 앞으로는 작업환경 개선과 노동자 건강을 보장하는 보직이어
야 함을 주장하는 것이다.
네째, 작업량 평가제를 도입하여 적정 작업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노사합의제
를 도입한다. 특히 일정량 이상의 작업량 증진이 필요할 경우 자동적으로 인
력 증원이 되도록 요구한다.
다섯째, 현장내 집단적 작업환경을 일상적으로 체크하고 개선할 수 있는 조
합의 활동 인력과 시간을 보장하도록 요구한다. 이를 작업환경 개선위원회로
요구하고 회사가 이를 수용하여 전임자 보장, 유급 활동 시간을 보장하도록 한
다.
이러한 다섯가지 요구외에 임금체계 개편과 같은 문제가 검토될 수 있다.
이러한 집단 적 작업환경의 개선에 대한 요구투쟁을 진행하면서 한편으로 개별
적 작업환경(작업자세 개선/ 반복작업 개선/ 중량물 작업 규제)을 요구하여야
하며 그 앞뒤가 전도되어서는 곤란하다. 왜냐하면 개별 작업환경의 문제는 본
질적인 내용이라기 보다는 근골격계 직업병을 유발한 계기일 뿐이기 때문이
다.
다.3. 집단요양 투쟁의 시기별 준비
그러면 구체적인 집단 요양 투쟁에 대하여 알아보자. 먼저 중요한 사실은 집
단 요양 투쟁의 시작은 투쟁의 출발이지 완결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집단 요
양 투쟁은 1차 투쟁의 출발선을 명료하게 하는 지점에 불고하며 실제적인 성과
나 목표는 이후의 과정에서 쟁취되어진다. 그 각각의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내
용을 알아보자.
1) 작업환경 및 근골격계 직업병 증상 실태조사
이 과정은 해당 사업장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 크기와 정도를 확인하는 과정
이다. 즉 노동강도 강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집단적 작업환경에 대한 조사
와 개별 작업환경 실태 분석 및 근골격계 직업병의 유병율을 확인하는 과정이
다.
첫째 집단적 작업환경 조사는 조합원 설문조사나 관련 자료의 검토를 통하
여 진행된다. 즉 인력 변동, 작업량 변동, 작업시간 및 휴식시간 변동, 임금체
계 개편, 하청 등 고용 변동, 팀제나 직반체계의 변동과 같은 작업조직 변동,
신기술이나 신공정 도입 등에 대하여 설문 및 자료검토를 수행하여 집단적 작
업환경의 악화가 어느 정도인지, 어느 부서에 집중되었는지를 확인한다.
둘째, 개별 작업환경 실태 조사를 위해 작업장 조사 및 측정을 수행하고 특
히 이들 개별 작업환경이 집단 작업환경의 변동에 의해 어떻게 악화되었는지
를 검토한다. 셋째, 근골격계 직업병의 증상 유병율을 확인하고 특히 어느 부
서 어는 조합원들에게서 증상 발생이 심각한지를 파악한다. 이 과정은 설문조
사와 면접조사 등을 통하여 가능하다. 이렇게 얻어진 결과를 기초로 집단적 작
업환경과 근골격계 직업병 증상 간의 상관을 확인하고 유소견자에 대한 규모
에 따라 집단 검진의 방식을 결정한다.
2) 집단 검진
집단 검진은 조합원 수가 많지 않을 때는 전수 조사로, 조합원 수가 많을 때
에는 유소견자만을 검진할 수도 있다. 혹은 대우조선처럼 주요 위험 사업부서
를 집중적으로 검진할 수도 있다. 집단 검진은 사업장안에서 시행할 경우 문
진과 이학적 검진 등 의사 진찰에 따른 1차 검진과정과 병원을 직접 방문하여
혈액 및 방사선 검사를 시행하는 확진 과정으로 나눌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검진의 결과 직업병 발생자들이 실제 요양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동조합에 우호적인 의료진의 검진과 소견서 발부가 가능하도록 검
진기관을 선정하는 문제이다. 일부 사업장은 회사가 돈을 낸다는 이유로 검진
결과 요양에 반드시 필요한 진단서 발부를 거부하기도 하였고(물론 노조가 동
의하였음), 오히려 검진기관이 나서서 공상처리를 회유하기도 하였다.
집단 검진의 목적은 직업병 확진을 통하여 그 발생 수를 확인함과 동시에 집
단 요양에 필요한 의학적 소견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이다. 따라서 이 과정은
회사의 방해와 공작이 가장 치열한 시간이다. 특히 조합원이 집단 검진에 참여
하지 못하도록 직반장을 동원한 협박과 탄압이 집중된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적절한 의료기관을 사전에 선정하고 의료진을 준비하여야 하며 조합원들이 적
극적으로 검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전투적인 투쟁을 하여야 한다.
3) 집행부 및 조합원 교육
근골격계 직업병 집단 요양 투쟁은 산업안전 부서의 활동이 아닌 전체 노동
조합의 핵심사업이다. 특히 조합원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노동강도 강화요인에
대한 조합차원의 진단과정이다. 따라서 집행간부 및 조합원 전체에 대한 강도
높은 교육 및 선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00사업장의 교육과정을 살펴보자.
(사례) 늦었지만 가장 전투적인 00 사업장
인근 금속사업장에서 근골격계 조사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00사
업장 노동조합 산안부장은 우리도 해볼까하는 생각에 근골격계 조사사업을 하
기로 집행부에서 의결하였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몰라
서 지역차원에서 진행한 산안간부 교육을 통하여 대략의 상황을 파악하였다.
이후 이 사업장은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을 전개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입안하였다.
- 근골격계 직업병이란 무엇인가?(조합원 전체 교양 교육)
- 근골격계 직업병이란 무엇인가?(상집간부 교육 및 토론회)
- 근골격계 직업병과 노동강도 강화(대의원 교육 및 토론)
- 근골격계 직업병 현장 통제 투쟁(현장 조직활동가 교육 및 전체 토론회)
- 근골격계 직업병과 노동강도 강화(조합원 전체 교육)
- 근골격계 직업병과 집단 요양 투쟁(조합원 전체교육)
이 사업장은 다른 금속 사업장이 1차 조사를 모두 마친 2002년 4월에 이르러
서야 이 문제를 검토하였지만 현장활동력 부진과 조직재건이라는 노동조합의
과제 달성을 위하여 가장 핵심사업으로 근골격계 직업병을 설정하고 조합원 전
체 교육 3회 , 활동가 교육을 3회 배치하였다. 교육이 진행되는 동안 동시에
작업환경 평가와 실태조사를 병행함으로써 조합원들의 관심을 극대화하고 현
장프로그램을 풍부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이제 조합원들은 왜 검진을 받아야
하는지와 집단 요양에 왜 나서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이제 이 사업장은 집단
요양 투쟁 후 사측과 정부에 요구해야 할 구체적인 요구안을 마련하기 위한 작
업을 준비중이다.
이와 같은 교육과정에서 특히 눈여겨볼 것은 바로 현장 활동가들에 대한 집
중적인 교육과 토론이었다. 현장이 무너지면서 활동력이 위축된 조건에서 00사
업장의 최대 과제는 현장 투쟁력을 복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장 활동가들이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을 통하여 현장 내 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
하고 나아가 실제 현장 조직력을 재건하기 위한 방향으로 근골격계 직업병 투
쟁을 선정했다.
이러한 과정은 대우조선에서 진행한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즉 현장 활동가
들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과 토론을 통하여 사업의 목표, 과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함으로써 산안부 사업이 아닌 전체 현장 투쟁으로서 배치하였던 것이다.
많은 사업장에서는 대부분의 현장 활동가가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이 무엇을 의
미하는지, 왜 중요한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들 역시 현장
투쟁을 활성화하자고 하지만 실상 구체적인 현장 투쟁의 교두보는 마련되지 못
하고 정체와 퇴보를 반복한다. 그들은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을 현장 통제 투쟁
으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4) 요양기관 선정 및 지역 연대 투쟁 준비와 집단 요양 투쟁 돌입
검진을 수행하고 교육이 마무리되면 다음에 중요한 작업은 바로 요양기관을
선정하고 지역 연대투쟁을 준비하는 것이다. 요양기관의 선정은 여러 가지 변
수가 관여한다. 즉 해당 지역내에서 사측의 입김이 셀 경우 요양 기관은 요양
을 거부하고 나올 수가 있다. 혹은 노동자들이 자기 집에서 가까운 의료기관에
서 요양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사전에 노동조합은 근처 의
료기관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진보적 의료인의 도움을 사전에 준비하도록 하
여야 한다. 두 번째 중요한 것은 지역내 공동 투쟁의 준비를 해두는 것이다.
먼저 집단 요양에 돌입하자마자 사업장에 항의 방문 및 노동부 조사 요구, 직
업병 실태에 대한 진상 조사 활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사전에 연대 단위를 구
축하여 두어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활동이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음으로
써 요양에 돌입한 노동자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사회적 조건을 형성하여야 한
다.
의료기관의 선정 및 연대 단위 조직화가 이루어지면 집단 요양 신청서를 작
성하고 노동조합이 대표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다. 이때부터 중요한 것은
현장 투쟁의 조직화와 근로복지공단의 압박이다. 이들 투쟁은 연대단위를 동원
한 투쟁 및 현장 내 조합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만들어내는 투쟁이어야 한다.
특히 근로복지공단을 압박하여 최대한 단시간 내에 요양 승인이 되도록 투쟁하
여야 하며 점거나 항의 방문과 같은 집중적인 타격 투쟁도 병행하여야 한다.
한편 사측과 노동부에는 집단 요양 투쟁에 돌입하면서 명료한 요구안을 제시하
여 조합원 및 지역내에서 투쟁의 목표가 분명히 부각되도록 하여야 한다.
[노동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