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성 비염이 직업병?

알레르기성 비염이 직업병?
노동자건강

기관지노힘  제52호  
김인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화사한 꽃들이 노랗고 하얗게 맵시를 자랑하는 계절이다. 이런 계절이 되면 동네 병원은 환절기에 적응하지 못하여 생긴 감기와 비염환자들로 성황을 이룬다. 거기다 황사까지 동반되기라도 한다면 병원은 재채기, 기침소리와 코푸는 소리로 시끌벅적 해진다. 바야흐로 어린애들부터 어른들까지 훌쩍거림과 재채기, 기침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는 사람은 주로 아침에 수회에서 수십회의 발작적인 재채기와 코막힘, 맑은 콧물 그리고 코, 눈, 목 등의 간지러움을 호소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전체 인구의 20%가 앓고 있는 평범한 질병이다. 이렇게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에 많이 발생하는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과 일년내내 증상을 나타낼 수 있는 집먼지, 진드기 등에 의한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으로 나눌 수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그 발생이 점차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 질환이며 이것은 사회가 산업화될수록 환기가 불량한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지고 따라서 실내 대기중의 여러 항원물질에 감작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작업장에서 알레르기성 비염을 일으키는 알레르겐에 노출되는 것은 야외작업자들이 들꽃의 꽃가루 등 보편적인 알레르겐에 노출되어 생기는 일도 있고, 플라스틱 제조공들만이 노출되는 산업장 특유의 알레르겐에 노출되어 생기기도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천식과 마찬가지로 작업때문에 생기기도 하고(work-induced), 작업에 의해서 악화(work-exacerbated)되기도 한다. 직업성 알레르기성 비염을 일으키는 물질은 다음의 표와 같다. 이들 물질에 의해서 직업성 천식이 생길 수도 있다.
알레르기성비염을 진단할 때에 부가적으로 예기치 않던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비강충혈로 코가 심하게 막히면 입으로 숨을 쉬게 되고, 이에 따라 정상적으로 코로 숨을 쉴 때 작용하는 세균방어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직종에 따라서는 공기 중의 병원체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진다. 흉부 증상이 동반될 경우에는 작업전환을 고려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직업성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는 작업장과 비작업장 항원에 모두 감작될 수 있고, 자극물질에 반응하기도 하므로 진단이 어렵다. 특히 한국처럼 사적 의료체계가 발달해 있고 직업병에 대한 감시체계가 부실한 나라에서 직업성 알레르기성 비염을 찾아내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렵다. 매년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특수건강검진 제도안에서 비염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의사는 거의 없다. 증상이 심해져서 천식까지 발전하지 않는 이상 알레르기성 비염이 직업과 관련이 있는지의 여부는 관심조차 없다. 특히 현행 산재보상체계상 4일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질환만 공식적인 ?직업병?으로 인정을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증상에 맞게 보조적인 치료를 하면서 1~2일의 약 복용으로 증상이 좋아지는 ?비염? 따위는 관심도 얻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직업성 알레르기성 비염은 상술한 것처럼 천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초기 관리가 중요하다. 의심되는 물질을 찾아내고 그 물질에 더 이상 감작되지 않기 위한 노력이 작업장 전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증상이 심해지는 요즈음 공식적인 ?직업병?으로 인정받아 몇 일간의 휴가를 받아 증상이 좋아질 때까지 쉬고, 편하게 아무 병원이나 가서 본인부담금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그리고 노동자가 자신에게 민감하게 작용하는 물질을 다룰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것…너무 먼 세상의 이야기일까?

2004-04-13 15:13:47